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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펌글]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

by Enzaim 2009. 12. 12.


최근 전체 커뮤니케이션 분야 뿐 아니라, 헬스케어 업계에서도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에 대해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칼럼입니다. '순수성(진정성)'과 '상업성(혹은 상업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사회적 참여나 이슈의 생성과 관리, 혹은 취미 수준을 넘어, 소셜 미디어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툴로 광고나 퍼블리시티처럼 보편적으로 각광 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 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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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

  비전 디자이너 2009. 12. 13 (0) Social IT, 오픈컬처 |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소셜미디어의 진화는 끝이 없다. 자기정체성의 표현 공간, 전문성의 실현 공간, 그리고 단문을 통한 상호 작용의 형성 공간. 소셜미디어는 온라인, 버츄얼 공간을 통해 새로운 자기를 찾고 또 자기의 공간을 확장하는 실험의 연속이다. 

최근 많은 마케터들, 그리고 일반 대중까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소셜미디어를 주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술 진보, 특히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진보는 마케팅의 진화와 늘 함께였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신문이나 라디오, TV없이 현재와 같은 광고나 마케팅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나 마케팅의 실제적인 효과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불분명하다고 보는 것이 정직하다. 국내에서 ‘애니콜 사례’를 제외하면 찾아볼 수 있는 성공사례는 드물다. 애플 아이폰의 강림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사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국내에 이미 존재하는 강력한 ‘애플빠’를 생각할 때, 일반적인 사례라기보다는 특수 사례라고 보는 것이 옳다. 즉 소수만 선점하더라도 그들이 입소문을 내줘서 시장을 창출해내주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효과를 기대하기엔, 우리는 그 소수 자체가 부족하고, 그리고 시장 자체의 규모도 충분히 크지 못하다는 취약점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수없이 시행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은 아직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주소일 것이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마케팅의 지평을 열기위해, 또는 공급자-소비자간 관계의 역학을 비전화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 오픈소싱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았나.’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고, 그것이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선 공통점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이나 오픈소싱이나 기본적인 것은 내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자발성이 ‘진정성’을 만들어냄으로써, 많은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더’ 소비자들을 ’설득’해낸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언론에서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학위를 주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코딩을 해서 ’리눅스’를 키운다. 또 자기의 지식을 더하고 보태서 ’위키피디아’를 만든다. 이런 사람들의 동기와 행태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요구하고 목표하는 바와 상통하는 바가 많다. 

그럼, 이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 오픈소싱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하면, 둘은 유저에게, 소비자에게, 일반 대중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 즉 오픈소싱 진영에서 보기에 ‘유저’란 창조자다. 그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위대한 그리고 재미있는 목표를 성취하는 동반자다. 사람들은 그러한 커뮤니티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것을 즐긴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아마도 그것이 리눅스 유저, 할리 데이빈슨 매니아, 그리고 애플 빠 간의 공통점일 것이다.)

IT업계의 지존이었던 MS의 ‘독점적 OS를 대체할’ 대안OS, 고가이면서 개정도 느린 ‘브리태니커를 대체할’ 무료 전자백과. 오픈소스 진영은 그들의 참여자들에게 이 같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주었다. 결국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 오픈소싱과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같지만, 참여의 비전이 다르다. 소셜마케팅의 경우 결코 ‘소셜’하지도, ‘진정성’이 있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경품을 노리고 블로그에 특정 기업의 광고를 게재해준다면, 그 광고가 ‘소셜’ 미디어에 적합한 것일까, 그리고 거기에 과연 소셜 미디어를 움직이는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다시 또 다른 질문 하나.

무료 전자백과인 위키피디아와 여행자 전문 가이드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공통점을 아는가. (이것은 2008년 Web 2.0 Summit에서 Creative Commons License의 공동 창시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가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첫째, 둘 다 ‘아마츄어’의 작품이다. 위키피디아는 전세계 수많은 유저들이 상업적 이윤, 정치적 목적과 관계 없이 만들어낸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론리 플래닛은 한 부부가 여행사와 연관된 가이드물에 신물이 나서, 여행자의, 여행자에 의한,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북을 직접 만들면서 시작됐다. 둘째, 그래서 전문성을 놓고 시비가 붙을 수 있지만, 적어도 진정성의 측면에서는 이들이 ‘누구와 청탁, 연관, 음모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낚일 위험성’이 적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둘을 믿고 있는 것이다. 참여의 기본 바탕은 그렇게, ‘진정성’이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과연 ‘소셜’한가,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진정성을 살리고 있는가.  ’쿼바디스 소셜 미디어 마케팅’. 이것이 어디로 갈 지 모를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위해 나누고자 하는 질문이자 고민이다. 버블은 빼고, 실제 영양가는 살리기 위해서 멀이다.

이같은 질문과 고민이 ‘불편한 진실’(the inconvenient truth; 앨 고어가 주연한 온실가스배출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었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으면 광고의 패러다임, 업체-소비자간의 관계를 새롭게 보고, 생각하고, 접근하고, 행동하고, 형성하라는 것이다.  

정말 ‘소셜’한 미디어라면, 거기에 ‘진정성’을 담는다면,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그리고 그 비전을 통해서 함께 만들 세상의 동반자로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역량을 미리 키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터 드러커가 말한 마케팅의 기본 정의처럼, 팔 필요도 없이, 유저들의 온라인 네트워크에 의해서 알아서 팔릴 것이 아닌가. 

즉,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이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자체의 활용법, 그것을 둘러싼 새로운 업체와 소비자간의 관계에 주목하고 거기에 따라 마케팅 뿐 아니라 전사적인 비즈니스 전략, 모델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국내에서도 <보라빛 소가 온다(The Purple Cow)> 등으로 유명한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Seth Godin)은 그의 블로그에서 소셜 미디어의 성쇠를 지목하며 먼저 마케팅의 종류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그 진화 방향을 말하고 있다. 그 다섯가지란 거리 판매(hand selling), 대중 마케팅(mass marketing), 직접 마케팅(direct marketing),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그리고 인정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이며, 현재 대부분의 광고가 ‘스팸’취급되는 상황에서 그가 보기에 실제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은 마지막 ‘인정’ 마케팅이다. 여기서 인정이란 달리 말해 들을 준비가 됐을 때 말하는 마케팅이다. 

‘인정’을 이끄는 것은 세쓰 고딘의 말을 빌리자면 ‘존중’(respect)이다. 존중이란, 다시 말해, ‘내가 너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간단하지만 선명한 교훈이다. 미디어는 이제 ‘커머셜’(상업적)에서 ‘소셜’(사회적)로 진화하고 있다. 그에 맞춰서 광고/마케팅도 너를, 이 물건을 팔 소비자로 생각할 것인지, 아니면 나의 비전을 함께 성취할 동반자로 생각할 것인지, 먼저 그 문제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쓰 고딘은 최근 “마케팅에 대한 책을 쓰려 하면 리더십에 대해 쓰게 되고, 리더십에 대해 쓰려 하면 마케팅에 대해 쓰게 된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죽어가는 마케팅을 구원할 수 있는 구세주는, 소셜한 진정성을 지닌 리더십, 그 혼을 불어넣어주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세쓰 고딘의 해당 블로그 포스팅 참조 : http://sethgodin.typepad.com/seths_blog/2008/10/watching-market.html)


비전 디자이너

고려대 영문과 4학년 재학(정치외교 이중전공) 중. 2006년 홍콩 교환학생 시절 우연히 MIT Open Course Ware 및 오픈 & 프리컬처를 알게 되어 2007~8년까지 고려대에서 OCW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기술, 거버넌스, 그리고 세계화'(Technology, Governance and Globalization)에 대하여 관심이 많으며, 오픈소싱을 이용한 조직개선 및 사회변화 그리고 기술혁신과 기업가정신에 의한 국제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 기고 내용에 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시는 분은 : jaeykim2@gmail.com 연락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