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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허용될 것인가?

by Enzaim 2010. 12. 28.

 

최근 전문의약품(ETC)의 광고허용 문제로 의협, 병협, 약업계, NGO 등이 성명을 내며 의료계가 시끄럽습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2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내년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해 광고주 수요가 있으면서도 시청자 피해가 적은 전문의약품 중 일부에 대한 광고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 놓으면서 시작됐습니다.

현행 약
사법
(48)에서는 전문의약품, 원료의약품의 경우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컴퓨터 통신 등의 매체 또는 수단을 이용해 광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약사법 시행규칙(84조 의약품 등의 광고의 범위)에서 의학 약학에 관한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거나 학술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매체 또는 수단을 이용하여 광고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의 처방에 의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전문의약품은 TV나 일반매체를 통한 광고가 금지돼있는 것입니다.

 

사실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 허용문제는 거의 매년 논란이 됐던 소재입니다. 한미FTA에서 미국의 요구로 논의되기도 했었죠. 지금도 제약사, 식품업계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의사협회나 기타 의료단체 등을 내세워 진행하는 질환 캠페인 광고 역시 간접광고가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심하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사의 전문의약품(비만약) 이름을 썼다고 행정조치가 내려지면서 지나친 규제가 아니냐, 혹은 정확한 잣대가 없어 사안별로 처벌 수위가 다르다는 형평성 논란이 크게 일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 논쟁이 뜨겁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논쟁이 어느 때 보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통령 업무보고에 언급됐다는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는 점 외에 종합편성채널 허가 문제와 연계되면서 특혜성 조치가 아니냐는 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는 정치적인 문제로 까지 번져 나가는 조짐도 보이고 있구요.

 

이 문제는 각 단체나 집단별 실익이 명확하기 때문에 뭐라 결론을 내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의사의 처방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전문의약품 정보를 대중광고를 통해 접하게 되면 의학적 지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환자들 사이에 약물 선호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은 전문성을 갖춘 의사주도의 처방이 어렵게 된다는 겁니다. 방통위나 지경부 입장과는 달리 보건복지부에서는 전문의약품의 광고노출로 인해 의약품 사용량이 증가돼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건강보험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거라는 점을 내세울 수 밖에 없겠죠. NGO단체는 광고비에 투입된 비용이 결국 의약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고 이는 환자의 부담이 될 것이며, 광고가 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추겨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환자나 국민입장에서는 그 동안 의료 소비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인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침해되어왔던 환자의 알권리를 어느 정도는 해소해 환자주권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주장이 논리적 근거가 있고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쟁은 어느 쪽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로 결론내기 보다는 결국 어떤 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많은 지를 예측해 보는 것이 더 나을 지 모릅니다.

 

광고업계는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면 국내 광고시장 규모가 1 900억원 정도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지만 장미빛 희망을 갖기에 현실은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뉴질랜드 등 전 세계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하고 있어 왜 하필 우리나라가 먼저 앞장 서서 위험을 감수하느냐에 이견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의약품의 전면 허용은 국내 의료환경을 둘러싼 힘겨루기 상황을 봤을 때 불가능해 보이지만, 제한적 허용은 이미 되고 있기도 하고 추가로 충분히 고려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방통위의 주장도 전면허용보다는 제한적인 허용이기도 하구요. 제한적 허용이라는 범위 자체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또 논란을 증폭 시키기는 하겠지만 환자들이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 정도에서 극히 일부 허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그 규모는 광고업계에서 예측하고 기대하듯 1 900억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일 것이지만 말입니다.

 


전문의약품 중 이미 지난해
TV 광고가 허용된 첫 사례가 나왔었습니다. 한국MSD의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 로타텍이 그것인데 지난해 5 TV광고를 집행했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로타텍의 TV광고가 가능했던 이유는 2008 12월 약사법 시행규칙 중 일부가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개정된 약사법 시행규칙은전염병예방법 제 2조 제 1 1호부터 6호까지의 전염병 예방용 의약품을 광고하는 경우에 한해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한다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번 논쟁 역시 과연 어떤 의약품 정보가 환자(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공개할 만한 정보인가라는 가치판단에 있겠죠. 환자들이 해외 의학저널까지 뒤져서 항암제 정보를 습득하고 일간지, 전문지 할 것 없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의 전문약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환자들이 자신을 진료한 의사와 전문약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금지만 하는 것이 능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결국은 의약품 허가 조건의 근본적인 판단근거인 환자(국민)에게 주는 혜택이 부작용을 상회할 경우에 한 하겠지요.

 

궁극적으로는 각종 정보의 개방화 속도에 비추어 언젠가는 전문의약품 대중광고에 대해서도 좀 더 개방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 때 방통위의 정한근 방송진흥기획관이 언급한 것 처럼 의료기관이나 전문의약품 광고는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우려로 대중광고가 제한돼 왔지만 스마트폰 스마트tv 상용화 등으로 규제의 실효성이 적어지는 만큼 이에 대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그리 틀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헬스 커뮤니케이션 시장은 급변하는 외부환경과는 달리 그 변화속도와 방향 역시 아주 신중하고 천천히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래는 로타텍이 허용될 시점(지난해 5월 경)에 의학전문지 청년의사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허용과 관련된 입장이 무엇인지 알아본 의심만만 설문조사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