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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

[헬스케어디자인] 관심에서 시작되는 치유의 '의료 서비스디자인'

by Enzaim 2022. 3. 15.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과 불편함을 느낄 때 우리는 의료기관을 찾는다. 병원에서 증상을 진단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은 증상 개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병원은 꼭 필요하지만 달갑지 않은 공간이다. 차가운 병실에서 복잡한 검사를 시행하고 엄격한 치료를 받는 과정 자체가 불편감을 주고 심할 경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디자인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면서 의료 서비스 디자인, 그 중에서도 ‘환자 중심 의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의료 서비스 디자인이 병원이라는 공간을 호감도 있게 바꾸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치료 과정에 좀 더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치유 효과를 높이는 디자인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디자인이 의료를 좀 더 편하고 친근하고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겪는 불편감을 해결하여,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치유 디자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어린이 치료 환경 개선 솔루션, 링거 보호대아이링거(i-ringer)’
엔자임헬스 디자인본부에서는 어린이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링거 보호대 ‘아이링거’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주사 거부감이 심한 아이들에게 링거를 투여하는 과정은 본인은 물론 이를 처치하는 의료진들에게도 쉽지 않다. 또한 평소 움직임이 활발한 아이들에게 주사를 고정하는 과정에서 붕대나 양말을 활용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피부 괴사나 감염 같은 2차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https://enzaim.tistory.com/1152

‘아이링거’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거북이 모양의 오픈형 캡 형태 보호대로 고안되었다. 링거 바늘을 보호하기 위해 손등은 돔 형태로 구성하고, 의료진이 처치 시 편리하도록 오픈형 캡으로 설계하였다. 또한 보호 캡은 거북이 형태로 디자인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재미요소를 주어 친근감을 갖도록 유도했다. 바디 부분은 최소한의 면적으로 손과 손목을 얹어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편안함을 높이고, 고정 부위는 손 사이즈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도록 부드러운 벨크로 소재로 편의를 높였다. ‘아이링거’는 디자인과 효용성을 인정받아 2018년 K-DESIGN AWARD와 제 53회 대한민국디자인 전람회에서 각각 ‘위너’와 ‘골드’로 수상한 바 있다.




트라우마 치유 힐링 임프린트(The healing imprint)’
흔히 트라우마는 정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물론 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 트라우마 이후, 근육이 자주 경직되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곤란이 자주 발생하는 등 많은 트라우마 증상들이 신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여 최근에는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 신체감각적 처리 과정을 생각, 감정 처리과정과 결합시킨 통합적인 심리치료 방법을 도입하기도 한다. 몸을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일차적인 관문으로 사용해서 몸에 나타난 트라우마 영향을 직접 다루고, 이러한 변화가 사고, 감정처리과정을 촉진하여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착용 후 지압하는 과정(좌)과 마사지 볼이 삽입 되어있는 상태(우) ©https://lauradeschl.com/IMPRINT-1
구성품(좌)과 이용 참고 삽화(우) ©https://lauradeschl.com/IMPRINT-1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 졸업생인 Laura Deschl은 동양의학의 지압과 요가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구성한 바디수트인 ‘힐링 임프린트’를 개발했다. 억눌린 기억, 감정인 트라우마가 자신의 신체와 자아 감각이 단절을 하고 있는 상태라 보고, 지압과 훈련을 통해 몸에 안정적인 자극을 주며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바디라인을 그대로 살린 옷에는 마사지 볼을 삽입할 수 있는 구멍이 있고, 볼을 고정할 수 있는 규칙적인 스티치가 배치되어 있다. 탄성실과 재활용 니트 에슬레저 섬유로 만들어 탈착에 용이하며 전반적으로 저 채도의 파스텔 컬러를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착용 후 요가의 움직임을 이용해 자신의 체중으로 직접 지압하는 방식이며 바디수트, 장갑, 양말, 베개가 한 세트이며 증상 별로 마사지 볼의 위치를 알려주는 삽화도 함께 들어있어 이용에 도움을 준다.

디자인을 의학 치료 기술에 직접 접목시키는 방법 외에 간접적인 접근 방식으로 치유 환경을 만들어 의료 서비스 디자인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학대 피해 아동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서비스 디자인호야토토
요즘 뉴스에서 학대 피해 아동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장기화된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동학대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특별시와 디자인 거버넌스를 구축으로 용산구 소재의 봉사활동 모임인 ‘용산 드래곤즈’는 ‘호야토토’를 선보였다.

2019년 송파경찰서에 설치된 어린이전용공간(좌)과 배포된 호야토토 놀이키트(우) ©디자인서울

아동학대는 신체 가학행위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과 방치, 무관심도 포함된다. 치료기관 등의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위축되기 쉽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한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미술치료사로 활동한 오희정 강사는 한 내담자를 통해 아동학대에 관심을 갖게 되어 2018년, 서울 거버넌스에 ‘학대 피해 아동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서비스 디자인’을 제안하게 되었다.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로 탄생하게 된 ‘호야토토’는 18년도부터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5세~7세 아이들이 품에 안았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질감과 컬러의 토끼 인형인 ‘호야토토’ 인형을 시작으로 인형과 호야토토 벽지로 꾸며진 아이 전용공간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트라우마나 실어증 극복에 효과적인 손 근육 사용을 위해 손 근육 발달에 효과적인 놀잇감을 선별해 호야토토 놀이 키트를 만들고 21년 11월엔 아이들이 스티커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형태의 헝겊책을 선보였다.

2021년 호야토토 스티커(좌)와 헝겊책, 호야토토 인형(우) ©디자인서울

의료 서비스 디자인이야말로 많은 공부와 현장 속에서의 경험이 필요한 분야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보기좋고 편리한 서비스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 치유의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디자인 관점에서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헬스케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되, 경험에서 오는 사소한 불편함을 관찰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마음이 함께 해야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 디자인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우리들의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 디자인의 사례가 많아 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