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Enzaim Insight/Enzaim Report

[헬스케어 디자인]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by Enzaim 2021. 7. 15.

 

 

최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협업으로 탄생한 곰표 밀맥주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카스’와 ‘테라’ 등 대형 맥주 제조사들을 제치고 맥주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하며, 제2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불릴 만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대한제분의 ‘곰표’는 68년 전통의 밀가루 브랜드이다. 출시 당시만 해도 문맹률이 높아 소비자들이 밀가루 브랜드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뽀얀 백색의 북극곰을 상표화했다고 한다. 곰표라는 브랜드는 오랜 시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옆에 있었지만,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접점은 부족했기 때문에 그저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만 남게 되었다.

이러한 곰표가 수제 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와 협업하여 곰표 밀맥주를 탄생시킨 것이다. 패키지 디자인에는 곰표 밀가루 특유의 디자인을 입혔고, 마스코트인 북극곰 캐릭터가 맥주를 들이키고 있는 모습은 소비자에게 재미를 선사해 준다. 밀가루, 밀맥주 모두 밀이 원료로 들어간다는 점에 착안한 절묘한 조합은 단순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아닌 스테디셀러로까지 거듭나게 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란 서로 다른 기업이 협업하여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예전에는 같은 업종끼리의 콜라보레이션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색 콜라보레이션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상품에 대한 재미를 소비하는 경험을 느끼는 이른바 펀슈머(Fun + Consumer)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소비자의 초기 이목을 집중 시켜 수익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곰표 밀맥주의 대박에 힘입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각종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효과적인 콜라보레이션 사례

경동나비엔 X 방한용품

출처: 경동나비엔 홈페이지(http://www.kdnavien.co.kr/pr/noticeDetail/all?classify=notice&key=6789) (http://www.kdnavien.co.kr/pr/noticeDetail/all?classify=notice&key=6792)

 

경동나비엔은 그동안 전통적인 보일러 제조업체로 보여왔던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생활환경기업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택했다. MZ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패션의류 전문 브랜드 스파오와 협업해 발열내의 제품을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입는 보일러’라는 컨셉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경동나비엔의 친환경 보일러와 스파오 발열내의는 에너지 절감을 통해 깨끗한 지구 만들기에 도움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어 온기와 친환경이라는 컨셉이 잘 어우러졌다. 매장 내 마네킹 부스는 경동나비엔의 키컬러인 주황색으로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실제 보일러 연도와 온도조절기를 설치해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또한, 젊은 층의 이용률이 높은 편의점과 협업하여 경동나비엔의 보일러 실내온도조절기 디자인을 적용한 핫팩 6종을 출시했다. 핫팩 지속 시간과 최고 온도 등의 사용 정보를 온도조절기 표시창에 녹여 보일러의 따뜻한 느낌을 표현했다. 편의점은 겨울철 대표 품목인 핫팩에 시각적 재미를 더해 판매량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기업은 원하는 이미지를 광고보다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할 수 있었던 좋은 사례이다.

 

 

라코스테 X IUCN(국제자연보존연맹)

출처: Flame 매거진(https://flame-magazine.com/lacoste-x-save-our-species)

 

악어 자수하면 떠오르는 프랑스의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LACOSTE)는 멸종 위기 동물의 이슈를 환기시키고 보존 활동 지원을 위해 국제 멸종 위기종을 지정하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과 협업을 진행했다. 86년의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라코스테의 상징적인 악어 심볼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10개의 멸종 위기 동물을 담은 한정판 ‘폴로 피케 셔츠’를 제작했다. 멸종 위기 동물은 모헬리 소쩍새, 태평양 몽크바다표범, 이베리아 스라소니, 예맨 생쥐꼬리박쥐, 흑점 구디드 물고기, 북쪽 털코웜뱃, 마운틴 치킨 개구리, 흰 영양, 세부 실잠자리, 북대서양 참고래로 구성되었으며, 각 셔츠의 수량은 동물의 현 개체 수 만큼 제작되었다. 또한, 모든 판매 수익은 국제자연보존연맹의 멸종 위기 동물 보호 지원을 위해 사용되었다.

하지만 재미와 의외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들도 있다.

 

 

약자의 안전을 뒤로 한 콜라보레이션 사례

 

서울우유 X 온더바디 샴푸

 

(왼쪽)바디워시 (오른쪽)실제 우유. 출처: 홈플러스 온라인 몰(https://front.homeplus.co.kr/item?itemNo=059659582&storeType=HYPER)

 

홈플러스는 최근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협업한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를 출시했다. 서울우유의 우유갑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한 이 제품은 산양유 추출물이 함유된 바디워시이다. 서울우유의 로고, 서체, 색깔 등을 적용했으며 크기 또한 우유갑과 비슷하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이 바디워시를 우유 매대에 함께 진열해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후 마트 측은 진열 위치를 바꾸고, 제품에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 입니다’ 스티커를 부착했다.

 

진로 X 카렉스 방향제

 

출처: 카렉스몰( http://www.carexmall.com/goods/goods_view.php?goodsNo=12385 )

하이트진로도 돌아온 진로 소주의 인기에 힘입어 자동차 용품 업체인 카렉스와 협업해 '진로 방향제'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 방향제는 진로 소주병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디자인으로 내용물은 액체 방향제가 담겨 있다. 흡사 미니어처 양주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모나미 매직 X 스파클링 음료

 

출처: 모나미 홈페이지( http://www.monami.com/board/board.php?bo_table=bodo&idx=83 )

GS25는 모나미의 유성 매직 디자인을 본 뜬 병에 음료를 담은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음료를 출시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유성 매직의 외형을 그대로 본 따고, 내용물 색도 빨간색, 검은색으로 잉크색을 재현하여 실제 유성 매직과 유사하다.

 

말표 구두약 X 초콜렛

 

출처: CU 공식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cu_official) ​

 

구두약 브랜드인 말표는 실제 말표 구두약과 비슷한 틴케이스에 초콜릿을 담아 판매하는 ‘말표 초코빈’을 출시했다.

 

이 같은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초기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거나 재미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칫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들에 대한 우려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상품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제작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주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들도 얼핏 보면 착각할 정도이니, 아직 인지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더 위험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최근 국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다.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콜라보레이션의 시대다. 콜라보레이션은 제품에 활력을 주고, 소비자에게 재미까지 선사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임에 틀림없다. 잘 활용하면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실질적 매출 증대를 가져다 주는 훌륭한 약(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협업 대상과의 브랜드 이미지 적합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재미와 인기를 끌기 위한 무분별한 시도는 오히려 회사와 제품 이미지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 특히 그것이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오히려 위기를 초래하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