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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헬스케어 디자인] 디자인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by Enzaim 2021. 8. 17.

 

 

시각은 뇌 활동의 70%를 담당하는 감각으로 오감 중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시각의 중요성은 분명해진다. 사람이 하루에 얻는 엄청난 정보 중 시각을 통해 약 85%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시각화된 이미지나 디자인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이번 헬스케어 디자인 포스팅에서는 시각적 요소의 차별화를 통해 대표적인 생활  환경 문제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 디자인 사례를 소개한다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변화 시켜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기여하는 디자인의 효과를 확인해 보자.

 

아이데오X하얏트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프로젝트

2017년 하얏트 호텔은 디자인 컨설팅 회사 아이데오(IDEO)와 함께 시범적으로 뷔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뷔페의 서비스 요소 중 하나는 음식이 절대 부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청난 양의 요리를 준비하게 되고, 그 결과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의 한 해 음식물 쓰레기는 2,180억 달러(254조 원, ReFED 2016 보고서 기준)이고, 그중 40%가 호텔과 레스토랑 같은 소비자 서비스 비즈니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호텔 뷔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접시의 색상 대비와 크기를 통한 차별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데오의 전문가들은 음식 준비와 디스플레이, 손님의 식사 패턴을 포함한 뷔페의 모든 측면을 연구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델뵈프 착시(Delboeuf illusion)’해결 방안 일부로 활용했다. 델뵈프 착시란 중심원 크기가 주변원에 의해 달라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Delboeuf illusion-중심원 크기가 주변원에 의해 달라 보이는 착시 현상

 

음식에 적용할 경우, 동일한 양의 음식을 작은 그릇에 담으면 큰 그릇에 담을 때보다 양이 더 많은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그리고 요리와 비슷한 색상의 접시보다 대비되는 색상의 접시를 이용하면 이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코넬대 연구팀은 토마토 파스타를 흰색 접시에 담았을 때보다 빨간색 접시에 담았을 때 30% 이상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을 발견했다. 대비되는 색상의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음식이 더 부각돼 사람들은 실제 양보다 더 많은 음식을 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얏트 호텔은 어두운 색상의 요리 밑에는 밝은 접시를, 밝은 색 요리 밑에는 어두운 접시를 배치했다. 또한 접시 크기도 지름 24cm에서 21cm로 줄여 적정량만 담아 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접시 색상과 크기를 바꾼 것만으로도 뷔페 손님들은 예전보다 음식물을 20%나 적게 가져갔고, 메뉴 앞에 재료 성분과 칼로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전보다 신중하게 음식을 담아 가도록 유도했다. 또한 사람들이 한 번에 많은 음식을 가져가는 이유가 나중에 갔을 때 음식이 없거나, 다시 일어나기 귀찮아서라는 것을 파악하고 줄을 서서 가져가는 인기 메뉴에 대해서는 앉은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주문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 이를 통해 손님들은 매번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고, 1인분씩 따뜻한 음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맛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만족도도 올라갔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통해 플로리다에서 매년 5위 안에 들었던 올랜도 하얏트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최하위권으로 떨어졌고, 호텔의 식료품비는 10% 줄일 수 있었다.

  

직관적 가이드를 제시하는 무지개 식판

이와 비슷한 국내 사례로 서울 양정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무지개 식판이 있다. 이들은 학교 급식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이 식판을 고안했다. ‘무지개 식판은 기존 식판에 무지개 형태로 선을 그은 제품이다. 일반 식판에 밥과 반찬을 가득 담으면 일반 성인 2명이서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온다. 한참 성장기 아이들이지만 많은 양의 음식은 결국 잔반으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식을 받을 때 많이 주세요’, ‘보통으로 주세요’, ‘조금 주세요와 같은 대화를 통해 상호 간에 양을 조절한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개인별 적정량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담는 과정에서부터 음식의 양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고, 식판에 가이드 선을 제시함으로써 좀 더 정확한 양을 담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미지 출처- https://news.samsung.com/kr

 

그 결과 학생 1인당 평균 130g이 넘었던 잔반량이 10g 이내로 줄어들었고, 대기업 구내식당 및 일본까지 수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고객 관점에서 디자인적 접근 중요

이러한 사례를 통해 문제 해결에 있어 시각적 요소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시각적 대비를 통해 사람들은 동일한 양을 다르게 인식했고, 필요한 정보를 음식 앞에 두어 신중하게 음식을 담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직관적인 가이드를 제시함으로써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적 요소는 심각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키가 되었다.

음식 버리면 벌금이라는 무서운 경고보다 창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를 폭넓게 해결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감각과 방법을 사용하여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라고 한다. 이러한 디자인 싱킹을 활용하여 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한다면 고객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것이다.

 

 

Reference.

- 김지현, 디자인회사가 뷔페의 음식쓰레기를 줄인 비밀”, <T Times>,  www.ttimes.co.kr/view.html?no=2017091815017796264(2021.8.16 접속)

- Koert Van Ittersum & Brian Wansink, 2012. "Plate Size and Color Suggestibility: The Delboeuf Illusion's Bias on Serving and Eating Behavior”Journal of Consumer Research, Oxford University Press, vol. 39(2), pages 215-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