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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헬스케어 디자인]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포용 디자인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문화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시회, 수업, 회의, 면접, 쇼핑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가 하면, 매장내에서는 키오스크(Kiosk)와 같은 무인 시스템을 이용해 주문과 결제가 진행되기도 한다. 키오스크는 판매자와 대면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방역 시스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소비를 하겠다는 여론이 80.1%나 된다.

여기서 우리는 나머지 20%의 여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일반 국민 대비 69.9%에 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파른 디지털 사회화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용과 시간의 효율성이 높은 ‘평균을 위한 디자인’을 해왔다면, 이제는 ‘평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포용 디자인(Inclusive design)’이 적용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니어를 위한 휴대전화 Kisa

기억력, 주의력 같은 인지능력 감퇴와 시력 저하는 일반적인 노화 증상이다. 오스트리아의 네크워크 회사 중 하나인 ‘키사 폰(Kisa Phone)’은 이런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화면에 터치스크린과 메뉴 대신 큰 다이얼 버튼과 SOS 버튼을 적용했고, 평소 앓던 질환이나 혈액형 같은 건강 정보를 넣을 수도 있다. GPS 추적 서비스도 장착되어 있어 노인 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발달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

Kisa 폰(출처: Kisa 홈페이지)

 

한국 철도의 개선된 자동발매기와 모바일 앱

온라인이나 자동발매기로 쉽고 빠르게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요즘, 무인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디지털 소외계층은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창구 이용을 하게 된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 한국 철도가 전국 역의 자동발매기 성능을 개선하였다. 예매 과정을 줄이기 위해 ‘빠른 구매’, 음성지원안내’ 기능을 추가하고, 글자 크기를 30% 확대하여 가시성을 높였다. 또한 ‘코레일톡’ 모바일 앱에서는 청각장애인도 편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청각 장애인 전용 채팅 상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기존에는 수어통역사를 통해 철도고객센터로 문의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 ‘해피톡 서비스’를 적용하여 앱 하단에 위치한 아이콘을 선택하면 문자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코레일톡 청각장애인 전용 채팅창(출처: 코레일)

 

휠체어 사용자를 고려한 듀얼포터블 키오스크

가장 대표적인 비대면 무인 시스템 중 하나인 키오스크는 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이고휠체어 이용자와 같은 보행 장애인에게는 터치 화면의 위치가 매우 높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슨텍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보급형 키오스크 시스템 개발하고 있다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음성 및 안면 인식을 통한 무인 주문 알고리즘을 사용하고키에 상관없이 화면을 터치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또한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하여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에 적합한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다.

(좌) 듀얼모니터 키오스크, (우) 포터블 키오스크 (출처: 파슨텍)

 

소수의 불편함도 배려하는 포용 디자인의 필요성

그렇다면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어떤 부분을 고민해볼 수 있을까? 키오스크 앞에서 20분 동안 헤매다 결국 햄버거를 사지도 못하고 우셨다는 어느 어르신의 이야기가 1만 4천 건의 리트윗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노인들은 키오스크 사용법 실습 시간 중, 실습 시작과 동시에 화면에 등장하는 ‘테이크아웃’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막힌다고 한다. 결제 과정의 단순화, 폰트 크기 확대, 명확한 카테고리 제공 이전에 먼저 외래어 사용을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키오스크는 ‘무인 주문기’, ‘테이크아웃’은 ‘포장’, ‘솔드아웃’은 ‘매진’으로 바꾼다면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는 방법도 고려가 필요하다. 키오스크 사용법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경우 마음이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개인 휴대전화에서 메뉴 검색과 선택을 가능하게 해 키오스크 앞에 서 있는 시간 자체를 최소화시키는 것은 어떨까?

햄버거를 주문한다고 가정해보자. 개인 휴대폰에서 정보 검색을 하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미리 주변인들에게 정보 확인을 부탁한다면 선택의 폭도 다양해져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보 약자가 관련 앱을 찾아 설치하고 가입할 경우 단계별 어려움이 있으니 인터넷 검색 만으로도 쉽게 원하는 정보(메뉴 이미지와 가격이 담긴 QR코드)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에 따라 현금/카드 결제 방식이 다르고 모바일 결제 시 실수가 발생하면 취소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최종 결제는 현장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대기 시간도 줄어 매장 관리에도 효율적이다. 더 나아가 이런 정보 형태를 표준화한다면 동사무소나 기차역 등 다양한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자주 쓰는 정보는 사진첩에 저장할 수도 있어 서비스 재 이용 시 검색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주문 과정 예시

서비스는 가장 많은 수요가 발생하는 대상을 목표로 하기에 디자인 역시 평균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의 관점으로 소수의 불편함도 배려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평균의 경험을 참고하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수의 경험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즉 ‘포용 디자인’을 지향한다면 모두가 편안한 디지털 사회로 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서울연구원https://www.si.re.kr/node/63625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

https://en.wikipedia.org/wiki/Kisa_Phone

https://blog.happytalk.io/timeline/200730-publictransport/

파슨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