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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2008] 병원 팀블로그 개설 의사와 환자 소통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13.

동양 최대의 안과 전문병원인 김안과병원은 1962년 문을 열었다. 40년이 훌쩍 넘는 역사에서 자칫 ‘오래된 병원’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병원 의사들이 운영하는 ‘옆집 아이’(blog.kimeye.co.kr)란 팀블로그를 접하면 생각이 확 바뀔 것이다. 지난해 12월 개설된 ‘옆집 아이’는 3개월 만에 16만명 이상의 네티즌을 불러들이며 김안과병원의 이미지를 ‘젊은 병원’으로 확실히 바꿔놓았다.

올해 2월20일 블로그에 올라온 ‘축구 영웅 곽태휘 선수 한쪽 눈이 실명이라니…’라는 글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첫 화면 뉴스에 뽑히면서 댓글이 쇄도하는 등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같은 달 28일 게시된 ‘라식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이것만은 꼭…’ 제하의 글 역시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옆집 아이’ 운영을 책임지는 김안과병원 김성주(46) 원장을 지난달 17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김안과병원이 나이 드신 분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데 젊은 층은 잘 모른다. 20∼30대를 상대로 병원의 인지도를 높일 방안을 찾다가 블로그를 떠올렸다. 다른 병원에도 블로그는 많지만 의사가 직접 쓰는 곳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러지 말고 의사가 직접 써서 올바른 지식을 알려주고 홍보도 하면 ‘1석2조’가 아닐까 싶었다.”

―현재 블로그에 참여하는 사람 수는.

“의사는 각 분야별로 1명씩 해서 총 6명이다. 의사가 아닌 일반 직원까지 포함하면 10명이 넘는다.”

―블로그 운영진에게 별도의 보상이 있나.

“아무것도 없다. 이건 순전히 자원봉사 차원이다. 병원에서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시작할 때는 물질적 지원이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없어진다고 본다.”

환자 치료하기에도 바쁜 의사들에게 블로그는 분명 ‘가욋일’이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해서 주어지는 이렇다 할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원장의 독한 ‘시어머니’ 노릇과 일부 의사들의 자발적 참여에 힘입어 ‘옆집 아이’는 제법 풍성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됐다. 김 원장은 매주 한 차례씩 갖는 블로그 운영진 미팅을 비결로 제시한다.

―스스로 블로그 공부를 얼마나 하나.

“지금도 매일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자문을 구한다. 강도와 수위의 조절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더라. 나는 솔직한 편이라 글도 가급적 솔직하게 쓰는데 가끔 네티즌들의 문제 제기를 보면 당황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의사에게 잘 보이기’라는 글을 썼다. 댓글이 140개 달렸는데 “그러고도 당신이 의사냐”부터 “환자가 왜 의사에게 잘 보여야 하느냐”까지 온갖 내용이 있었다. 그런 것 보면서 재미도 있지만 이게 다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라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연히 블로그에도 라식 관련 질문이 쏟아진다. 마침 블로그 운영진 중에도 라식수술 전담 의사가 있다. 그런데 의사와 일반인 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이 생긴다.

―환자들과의 소통은 원활한가.

“재미있는 것은 블로그에서 라식을 담당하는 의사가 안경을 쓴다. 그가 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독자들이 ‘그런데 당신은 왜 안 하느냐’, ‘당신은 안경 쓰면서 남들에게만 라식 이야기를 해도 되느냐’고 따진다. 사실 블로그의 의사 소개 코너에 있는 안경 쓴 사진을 다른 것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라식이 반드시 해야 하는 수술은 아니란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있는 그대로 가자, 숨기거나 가식적으로 굴지 말자는 게 내 고집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거꾸로 환자들에게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블로그 운영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병원에 대한 불편함이 어떤 것들인지 배운다. 이게 쌍방향 네트워크의 장점인 것 같다. 사실 환자는 의사 앞에서 불평을 잘 못한다, 행여 치료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블로그에서 많이 알았다. 일반인들은 의사가 ‘갑’이고 환자가 ‘을’이라고 보더라. 우리는 그와 반대로 환자가 ‘갑’이라고 생각하는데. 익명이 나쁜 점도 있지만 익명이기에 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블로그 이전에 환자와의 소통을 위한 다른 시도는 없었나.

고객 불만 접수센터가 있었다. 의사 대신 경험 많은 직원 1명이 그 관리를 전담했다. 하지만 블로그는 의사 자신이 직접 쓴 글에 댓글이 붙는다. 사람들이 느끼기에 강도가 훨씬 큰 게 당연하다.”


―방문자 연령은 어떤가. 젊은 층이 대부분인가.

“장년층이나 노년층도 상당히 많이 들어온다. 얼마 전 ‘60세인데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녹내장 진료를 받았는데 치료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더라. 아무래도 외국에 사시는 분들이 의료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의외로 굉장히 점잖은 분들도 들어와서 댓글을 남기고 간다.”

김 원장은 2006년부터 김안과병원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원장이란 직책 덕분에 동료들보다 진료 부담이 적은 그는 대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온종일 블로그 관리에 매달린다. 의사와 환자 간의 진솔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아이템 정할 때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나

“관리에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블로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블로그 운영 방향은.

“환자들이 우리 블로그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의사들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알리고 싶다. 솔직한 대화로 서로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간다면 끝까지 상업적 냄새가 풍기지 않는 순수한 블로그로 남을 것이다.”


-세계일보 08.05.13

김안과병원 블로그(http://blog.kimeye.co.kr/)를 찾아가보니
정말 의사선생님이 훨씬 다정하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더불어 질환과 치료에 대한 이해까지 높일 수 있는 좋은 블로그네요.
게다가 원장님은 댓글을 유도하는 센쑤까지~!
모두들 한 번 둘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