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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병원 전성시대 온다

_Enzaim Work/MKT & Public

by Enzaimer 2011. 6. 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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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중앙헬스미디어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글 중 하나입니다. 병원의 사회적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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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술은 단순히 기술이나 기능의 차원을 넘어 환자를 진정으로 배려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과중한 진료 스케줄과 행정 업무 등으로 현장에서 만나 뵈는 의사 분 들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참 행복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되살리고 또 보살필 수 있다는 근본적인 가치 때문이겠죠. 그 가치에 걸맞지 않게 최근 비춰지는 의사상, 혹은 병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성장 지향적이라거나, 이기적이라거나, 심지어는 탐욕스럽게 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도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생산성을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을 벌려는 의사와 병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들 자체가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일 겁니다. 그럼에도 돌이켜 생각하면 그들은 의사와 병원에 있어서는 고객에 해당되고, 타깃집단인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도 뭔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은 유용해 보입니다. 사회적 마케팅의 여러 전략, 전술 중에서도 기업에서 흔히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불리는 사회공헌은 병원 마케팅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전 세계 사회공헌 열풍의 핵심 테마는 단연코 교육의료입니다. 정작 의료라는 핵심 테마의 한 가운데 있는 병원들은 이를 브랜딩 영역으로 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공헌에는 보통 세가지 차원이 존재합니다. 해당 기관의 정체성과는 전혀 관계없이 무작정 베푸는 무작위 선택형’, 이 보다 좀더 발전적인 소위 Cause-related Marketing이라고 불리는 사업 연계형’, 마지막으로 보다 차원 높은 형태의 공공 연계형이 그것입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진행에 있어 해당 기관이 처해있는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전략도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공 연계형 사회공헌활동이라고 무조건 좋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략도 없이 무작위로 선택하는 사회공헌은 순수한 자선활동을 통해 마음의 만족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부수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사업 연계형의 사회공헌 활동은 현실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유형이지만, 이때도 환자 유치만을 위해 눈에 뻔히 보이는 “~사랑”, “~무료진료로 포장된 영업활동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식의 포장된 사회공헌은 당장은 환자 유치에 유용할 지 몰라도 그 효과는 곧 밑바닥을 드러내고 말 겁니다.

 

최근 고무적인 현상은 사회적 마케팅에 있어 사회공헌의 가치와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환자, 의사, 병원, 사회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병의원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병원에서는 드물게 장기적인 평판관리와 브랜딩 차원에서 사회공헌에 접근하는 한길안과병원이나 자생한방병원은 참 인상적인 사례입니다.

 

한길안과병원은 개원 초부터 병원장이 사회 공헌활동으로 남에게 베푸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힐 정도로 사회공헌을 조직 자체에 이식한 형태입니다. 사회공헌을 진료 외적인 부수적인 활동으로 인식하지 않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서 음성 변화기 도입 등 진료 시스템 안에 사회공헌 활동을 스며들게 하고 있습니다. ‘의료자체가 상품이고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그 결과 인천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좋은 평판을 유지하며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주목해 볼 만합니다. 자생한방병원 역시 일찍부터 병원 영업 차원의 마케팅 활동을 넘어선 브랜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병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병원 의료진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각 직업군에 맞는 스트레칭 비디오를 무상으로 보급하는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마케팅적으로나 사회공헌적 측면에서 병원의 엄청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사회공헌이 병원의 브랜딩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일종의 법칙도 있습니다. 장기적인 투자와 진정성, 그리고 대표성이 그것입니다. 저의 첫 직장이었던 서울아산병원은 무료진료팀을 1995년부터 운영하며 연 3km 이상 의료 취약지역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다른 어느 대형병원보다 전국적으로 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의료 기술이 탁월하고, 산하에 지역병원이 많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십 수년에 걸쳐 묵묵히 진행하고 있는 이런 활동들의 긍정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럴듯한 일회성 자선 이벤트를 진행하는 병원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 이벤트가 아무리 기발하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사회공헌의 고전으로 언급되는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20년이 훌쩍 넘고 있습니다. 인내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진정성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덕목입니다. 환자와 대중은 점점 똑똑해 지고 있습니다. 상업적 캠페인과 진정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고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병원 원장님들 중에는 보여 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을 거북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보여 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경영(Management)의 중요한 요소로서의 사회공헌 활동입니다. 또 우리 병원은 이미 수없이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겠죠. 문제는 어지럽게 나열된 100가지의 활동보다 명확히 뇌리에 남을 수 있는 하나의 대표적인 활동을 개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고객은 우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그들의 귀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잡는 데 우리에게 부여된 시간은 극히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왔듯이, 착한 병원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착한 병원은 자선을 넘어 병원의 마케팅과 경영 측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에서 선의(善意)는 의료 기술의 우수성 못지 않게 고객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실력 있는 탐욕스러운 부자로 인식되느냐, 아니면 실력 있는 착한 부자가 되느냐를 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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