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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MKT & Public

병원 홍보 마케팅의 Before & After


지난 11월 4일, 63빌딩에서 개최된 '2011 Korea Healthcare Congress'에서 발표한 내용을 병원신문에 맞게 요약해 기술한 원고입니다. 최근 의료계의 변화와 병원의 대응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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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 After
기법. 성형외과 병원 광고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다. 때로는 촌스럽다는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달라진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홍보 방법이 있을

까 하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최근 의료계는 어느 때 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그 변화의 실체는 무엇이며, 변화가 병원 경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홍보 마케팅은 과연 이 변화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

? 자칫 변화의 소용돌이에 희생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전(Before)’변화 후

(After)’ 무엇이 달라질 것이며, 그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 알아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최근의 병원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환자’, ‘병원’, ‘경쟁등 세 가지 분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환자의 의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암을 선고한다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자들은 의사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랐던 때가 있었다. 의사는 권위

의 상징이었고, 그 권위는 난해한 의료 지식의 독점에서부터 나왔다. 의료 지식의 독점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소비자(환자)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생산자(의사)보다 결코

우월한 위치에 있지 못하는 독특한 시장 구조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사이 존재하던

전통적인 정보의 비대칭현상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등장하면서, 의료 지식의 보편화를

촉발 시켜 비대칭이 크게 완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병원 간의 경쟁으로 환자를 끌기 위해 너도나

도 의료정보를 과잉 생산해 낸 탓(?)도 있다. 사회적인 의식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승해 소비자(

) 주권의 필요성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진 것 역시 한 원인일 것이다. 그 결과 환자들은 점점

똑똑해 지고 있고, 이는 의사들이 환자를 예전의 환자가 아닌, 고객으로 이해하고 서비스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환자의 변화에 또 다른 측면은 병원이 타깃으로 하는 환자(고객)의 개념 규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하고 있다기 보다는 병원이 환자의 개념을 재 정립해야 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

을 것이다. ‘병의 치료라는 의사의 역할 규정은 변함이 없겠지만, 과연 병원이 병을 치료하는 곳

으로 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환자 비즈니스가 아닌 건강

비즈니스라는 보다 넓은 관점으로 접근했을 경우 병원이 타깃으로 할 대상군은 넓어지게 된다.

환자군-예비환자군-건강염려군 등 건강 관심층 전체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

미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병원도 비즈니스 영역을 치료(Cure)’뿐만 아니라 기껏해야 건강검진 정도에 머물

러 있는 관리(Care)’로 까지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 이제 건강산업은 영역간 구분이 모호해 지고

기고 있다. 병원은 더 이상 환자를 치료하는 곳만이 아니다. 이제 병원은 아픈 환자들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욕망을 충족 시켜주는 공간이다. 의료 서비스라는 개념이 잘 치료하

느냐못지 않게 어떻게 잘 대접하느냐’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병원들이 치료외적인 부가 서비스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면서도 병원의 비즈니

스 영역을 치료외적인 부분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이기도 하다.

 

경쟁 구도의 변화도 현재 진행형이다. 병원의 경쟁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일정 구역 내에 있는

병원 간의 경쟁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제품)의 경계, 지역의 경계, 심지어 국가의 경계가 사라지

고 있는 등 경쟁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영역 파괴나, 신경외과, 재활의

학과, 정형외과의 담이 사라져 가는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양악수술을 두고 성형외과와 치과의 갈

등도 마찬가지다. 각종 학회들 역시 진료과의 명칭까지 변경하면서 다른 영역을 넘보고 있는 것

이 현실이다. 이 같은 진료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산업영역에서도 경쟁에 변화가 오고 있다.

삼이라는 일개 건강기능식품이 한의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특히

아이폰 등 IT기술이 의료에 접목되면서 경쟁의 영역파괴 현상은 가속도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즉 병원 경영, 마케팅에 있어서의 위기가 의료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만큼 마케팅 시야를 넓혀야 할 때다.

 

그렇다면 이런 거대한 변화에 병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은 브랜딩(Branding)

. 브랜딩은 믿음이며, 고정관념이다. , 한번 형성된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고정관념은 잘 변

화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이 정보를 처리함에 있어 자기 중심성(self orientation)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긍정적인 자아관을 유지시키고자 자신에게 이로운 정보만을 유지하려고 하는 심리적

경향 때문이다. 홍보, 마케팅 활동 역시 장기적으로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특히

제품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보다는 제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브랜드 의존도가 크다

는 점에서 여전히 정보의 독점 현상이 어느 비즈니스 분야보다 뚜렷한 병원 서비스 분야에서는

브랜드와 브랜드를 만드는 훌륭한 도구인 홍보 마케팅 활동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제 기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홍보 마케팅에 활용하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살펴

보자.

 

첫째, 앞으로는 병원 홍보 마케팅에서 ‘Before’ 마케팅보다 ‘After’ 마케팅이 더 중요해 질 것이

. 새로운 환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병원의 장점을 알리는데 홍보, 광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 보다

는 직접 병원을 찾고, 또 체험한 사람들의 경험 관리애프터 서비스 관리가 더 중요해 질 것

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결론은 의료 서비스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확산 방식에 근거한다. 의료

서비스는 어느 분야보다도 입소문 의존도가 높다. 여러 조사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병원 선택에

있어 가까운 지인의 직접적인 추천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SNS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발달로 병원 서비스를 경험한 후 그 정보가 투명하게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공개될 수 있는 가능

성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그럴 듯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보다, 서비스

실체와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의 경험 관리가 중요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 잡힐 지 모

르는 산토끼(예비고객)를 찾아 헤매기 보다는 내 집을 찾은 집토끼(방문고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애정을 듬뿍 받은 집토끼는 급기야 밖에서 뛰어 놀고 있는 산토끼까지 내 집으로

불러들이는 고마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의료 기술의 수준만큼 의료진의 진정성이 중요해 질 것이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재

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즉 의료 기술 못지않게 환자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는 착한 병원이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하는 착한 병원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착한 병원은

자선을 넘어 병원의 마케팅과 경영 측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

에서 선의(善意)는 의료 기술의 우수성 못지 않게 고객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진정성을

어떻게 표현하고, 또 병원을 찾는 고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하느냐가 실력은 있지만 탐욕스러운 부

자 병원으로 인식되느냐, 아니면 실력도 있고 착하기 까지 한 부자 병원이 되느냐를 가름하는 잣

대가 될 것이다.

 

셋째는 기존의 단일 커뮤니케이션 채널(Single Communication Channel)’의 홍보 마케팅 활동에

다중 커뮤니케이션 채널(Multi Communication Channel)’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법적인

문제 등으로 그 동안 병원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PR)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를 통한 홍보 활동은 오랜 동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병원 홍보의 핵심으로 인식되어

왔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분포되어 있는 50대 이후 환자군은 그 동안 TV와 신문 정도의 매체를

통한 정보만으로도 병원을 고르는데 충분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차 하향 평준화 되어 가고 있고, 앞으로 10년 후면 환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 현재의 30~40

젊은 층들의 정보를 얻는 채널은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미래 다원화된 환자들의 복잡한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라이프 사이클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갈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개발하고 활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홍보실 역시 전통 언론

을 활용하는 채널에만 역할을 국한 시키지 말고, 언론, 온라인, 사내방송, 뉴미디어, 내부커뮤니케

이션, 브랜드 관리 등을 총괄하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허브 형태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병원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표현 방법이 기존의 사실(Fact)’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에

이야기(Story)’ 중심으로 방향이 변화해 갈 것이다. 뛰어날 의료기술과 인력 등 단편적인 사

실의 나열이 아닌, 다양한 병원의 자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야만 장기적으로 다른 병원에서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 있는 이야기를 가진 병원 브랜드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는 병원의 인력, 시설, 역사 등 모든 가용 자산을 이야기화하는 노력과 능력이 필요하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변화는 위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화의 격랑 속에서 기회를 잡는 병원이 될 것인지, 위기에 내 몰리는 병원이 될 것인지는 온전히

병원의 선택에 달려있다. [엔자임 김동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