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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MKT & Public

병원 마케팅에 있어 '집토끼'의 중요성

by Enzaim 2011. 8. 28.

병원 마케팅과 관련된 헬스중앙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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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새로운 환자 유치전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광고, 홍보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며 새로운 환자를 찾아 나섭니다.

저는 신규 고객(환자)을 ‘산토끼’, 기존 고객(환자)을 ‘집토끼’로 자주 비유하곤 합니다.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산토끼는 잡기가 쉽지 않죠. 어디로 튈 지 모르고, 튈 곳도 많은 산토끼를 잡으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미 내 집에 들어와 있는 집토끼는 어떨까요? 잘 보살피기만 한다면 언제나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산과 들에서 자유롭게 뛰 노는 산토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 까지 할테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신규 환자 유치 홍보활동 못지 않게, 기존 환자 관리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 조사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신뢰를 주는 것은 ‘가족이나 친구의 추천’입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추천은 어떤 미디어보다도 강력합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자료도 이를 증명해 줍니다.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송낙중 님)의 최근 학위 논문 조사에서도 의료정보를 얻는 채널 중 ‘가족이나 친척(7.24-10점 척도)’ ‘친구나 선후배(7.27)’ 등 지인들에 의한 추천이 병원 홈페이지(6.28), 인터넷 포털 게시판(6.13), 방송(5.09), 신문(4.37)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다른 산업 영역에서 각광 받고 있는 트위터(3.15), 페이스북(3.33)은 아직은 이보다 미미한 수준이었고요.

물론 가족이나 친구 역시 해당 병원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광고, 미디어, 인터넷 등 다양한 홍보채널을 통해 얻게 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의 지인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병원을 추천할 때 당신이라면 어떤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인터넷 포털, TV에서 보니까 그 병원이 최고라고 하더라.”
“내가 거기서 직접 치료받아봤는데 역시 그 병원이 최고야.”

당연히 간접적인 단순 입소문보다는, 직접 병원 서비스를 체험해 본 지인의 말을 더욱 신뢰할 것입니다.

요즘 환자들은 참 똑똑합니다.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언론보도, 포털의 지식인 답변, 홈페이지 방문 등 병원 정보를 꼼꼼히 챙깁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지인들에게 물어 확신을 갖는 검증의 절차를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실제 체험자의 추천이 있다면 마음은 쉽게 기울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 개원해 아무리 안 알려진 병의원이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환자의 수가 조금씩 축적되게 마련이고, 불과 몇 개월 내에 집토끼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할 충분한 조건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환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될 것입니다. 개원 초, 혹은 개원 전부터 방문 환자에 대한 현장 커뮤니케이션과 진료 후 관리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것은 자본과 규모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홍보 마케팅 계획에 넣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환자가 없지? 이건 분명 홍보 문제야. 빨리 새로운 환자를 불러 들이기 위해 광고 홍보에 집중합시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병의원들이 어디로 튈 지 모를 산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병원 밖으로 눈을 돌리기 전에, 고맙게도 내 집에 찾아와 준 집토끼를 어떻게 더 잘 관리해서 산토끼들을 불러 오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요? 규모가 작고, 마케팅 홍보 비용에 대한 여력이 적은 병원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먼저 진료실을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꾸며 보세요. 스페이스 마케팅(Space Marketing), 즉 진료 대기실, 혹은 진료 공간 자체를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서자 마자, 병원과 의사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유명 의대 졸업장이나, 의사 이력, 유명 대학 협력병원 명패를 게시하는 것도 모두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모두 다 똑같이 사용하는 이 정도의 방법으로는 다른 병원들과 차별화할 수도 없고, 환자들의 신뢰를 얻기도 부족합니다. 주차장, 환자들이 밟고 올라오는 계단, 엘리베이터 여닫이 문, 대기실 의자, 청진기, 화장실 화장지, 변기, 복장 등등 환자가 마주치게 될 병원의 모든 공간과 사물이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광고회사 빅앤트에서 만들어낸 성형외과 엘리베이터 광고입니다. 우리 병원에 올라오는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당신은 천지창조와 같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벽보 이미지 하나로 기발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작은 예에 불과할 정도로 병원 공간은 내방 환자를 설득할 수 있는 수 없이 많은 기회들이 있습니다.


요즘 의사들 사이에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의료야 말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소통이 어려운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부지불식 간에 의도와는 달리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오류가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진료실 안에서 의사는 말하고 싶은 말만, 환자는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의사 따로, 환자 따로 ‘사오정 대화’가 오간다면 그 환자가 병원의 훌륭한 홍보 요원이 되기는 힘들겠죠.

이젠 병원도 애프터 서비스(After Service)가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문자나 우편물로 다음 진료를 알리는 정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환자를 그룹별로 나눠 정교한 맞춤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환우회를 결성해 모임을 갖는 것도 관계를 증진 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환우회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교감의 깊이에 따라 충실한 후원자가 될 수도, 비판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이슈에 노출되기 쉬운 병원 차원보다는 의사 개개인 단위로 치료했던 환자들과 호흡하고 교감하는 환우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