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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PR & Digital

이 '어메이징'한 PR 같으니~

이진희 과장님께서 기업앤미디어에 기고한 칼럼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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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봄,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돌이켜 보면 몸에서 이런저런 신호를 보냈는데,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쳤었다. 결국 입원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고 어린이날과 노동절, 주말까지 겹친 황금 같은 연휴에 병원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어야만 했다. 문득 창밖을 보았는데 커피 한잔을 손에 쥔 젊은 여성들이 수다를 떨면서 지나갔다. 얼마 전만 해도 내 모습이었는데 그새 나는 환자복을 입고 진짜 환자가 돼 버린 듯했다.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퇴원을 했지만 고충은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워낙 체력이 지쳐있었던 터라 독한 약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런 상태로 PR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냥 모든 걸 놓고 쉬고만 싶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나의 일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권태로움을 느끼던 오랜 연인의 이별선언에 갑자기 새로운 매력들이 보이기 시작한 기분이랄까? 아무튼 이대로 지난 시간들을 뒤로한 채 PR과 이별하고 싶지만은 않았다.

때마침 마냥 힘들기만 했던 PR의 장점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며 PR이 뒤늦게 발산하는 매력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PR은 좁은 방에 갇혀 있던 내 생각과 사고를 조금이나 넓혀 주었고, PR을 통해 인연을 만들어간 사람들은 나를 조금 더 겸손하고, 씩씩하게 만들어 주었다.

홍보는 세계 최초의 세탁기를 만나게도 하고 피 튀기는 수술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도 했다. 각국의 외국 인사들이 모이는 현장에 서 있게도 했고 신생아실, 중환자실, 소방서, 경찰서까지 평소 방문할 일이 없는 다양한 장소로 나를 이끌었다. 또한 홍보는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희망만은 잃지 않는 환우,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CEO, 고된 업무로 허리질환을 호소하는 소방관, 환자를 진심으로 아낀 의료진, 해박한 지식과 정보로 좋은 인생 선배가 되어준 미디어까지….

무엇보다 내 몸이 때아닌 시련을 버텨내고 있는 동안 나는 PR을 바라보는 시각도, 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은 달라지게 됐다. 엔자임에서 일하면서도 내가 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면서 의미나 보람을 찾기보다는 그저 끝내는데 목표를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환우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들의 위험성을 알리고 환우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하는 PR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내심 뿌듯해졌다. 엔자임의 미션인 ‘건강을 위한 건강한 소통’의 의미를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의아한 점은 나는 그 몇 달 간의 기간 동안 아프기 전보다 더 큰 성과를 냈었고 훨씬 더 행복한 마음으로 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PR을 시작했을 당시 첫 설렘을 기억해냈다. 처음 보도자료를 작성했던 날, 처음 기획기사 피팅을 해냈던 날, 처음으로 론칭 행사를 마쳤던 날, 처음으로 기자 간담회를 했던 날…. 그 모든 날의 설렘과 기쁨들이 있었기에 나의 20대가 마냥 허무하지만은 않았다. 생각해보니, 꽤 오랫동안 나는 홍보의 매력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닐까?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이 ‘어메이징’한 홍보 같으니!

(http://www.biznmedia.com/news/articleView.html?idxno=27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