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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PR & Digital

'기능'보다 '근본'이 중요한 헬스 커뮤니케이션

by Enzaim 2011. 4. 15.
어제 공중파 방송과 오늘 자 조간신문 1면을 비롯한 모든 매체에 "380g의 기적 - 극소체중 미숙아 살렸다"는 내용의 모 종합병원 기사가 실렸습니다. 저 역시 90년 대 후반 병원 홍보실에 근무하며 극소체중 미숙아(이른둥이)에 대한 홍보를 다양하게 진행한 경험이 있어 더 기사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고, 앞으로는 더 많은 작은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 역시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380g이 얼마나 작은 크기인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볼펜을 옆에다 놓고 비교한 사진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민감하거나 까탈스러운 것일지는 몰라도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극적으로 강조하는 기사에 아기가 볼펜과 비교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물론 메시지 전달에 있어 볼펜과 비교한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고 저 역시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휴대폰 크기가 작다고 비교할 때 흔히 명함과 비교하는 것 처럼...뭔가 소중한 생명보다는 물건처럼 비교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헬스케어 PR을 오랜동안 진행하면서 점점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철학 등 '근본적'인 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점점 많아집니다. 일종의 노파심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예전에는 애교로 넘길 수 있는 사소한 것에도 신경이 쓰이고, 효과와 기발함에만 집착해 진행하던 많은 일들도 점점 환자들이나 당사자들에게 우리의 활동이 어떻게 비춰질 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죠.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이번 쾌거에도 (감염의 우려가 없다는 전제라면) 볼펜대신 의료진의 새끼 손가락과 비교를 한다던가, 아니면 의료진의 양손에 소중하게 감싸인 모습 등이었다면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좀 더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초지종이 어떻게 됐든 이번 성과에 축하와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