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Enzaim Insight/Enzaim Report

'종교간증'보다 강한 '질병간증'

by Enzaim 2011. 3. 23.

중앙헬스미디어에 기고한 글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으로서 환자들의 체험담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적었습니다.
--------------------------------------------------------------------------

옛말에 병은 되도록 남에게 많이 알려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위에 자신의 병을 알리면 그만큼

해결책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일 겁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비슷한 기법을 활용

합니다. 병을 실제로 극복했거나 앓고 있는 환자를 통해 위험성, 혹은 극복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해 환자들이 예방 및 치료에 적극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죠. 해외 환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나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들(patients like me)’이라는 사이트 역시 환자의 경험 공유가 얼마

나 중요한지를 증명해 줍니다.

 

건강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 같은 환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몰입도가 달

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설득도 용이하게 됩니다. 기독교에서 구원을 받게 된 과정과 경험

등을 공유하는 종교간증처럼 일종의 질병간증인 셈입니다.

 

대국민 의료캠페인을 진행하거나, 혹은 의약품의 홍보에 적극 활용됩니다.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판매하는 MSD는 발매초기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젊은 남성 쌍둥이 모델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효과를 비교하는 임상을 진행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10년 후 두 쌍둥이의 모발건강
상태가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치료제를 복용하고
치료된 사례가 있다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겠죠. 복용자 중에 유명인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각 병원에 의사 중심으로 발달돼 있는 병원 내 환우회는 일종의 연예인 팬클럽과 같습니다. 그들의 활동
하나하나가 해당 교수의 실력과 명성을 입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간이식의 대가이신 어떤 교수님은
환우들로부터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사경을 헤매다 이식으로
기사회생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듣고 해당 의사에 존경과 신뢰를 갖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유심히 관찰해보면 신문이나 TV의 의학 기사 역시 대부분 환자사례부터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요즘은 건강강좌에서도 의료진의 지루한 설명보다 환자의 간증형식의 발표나 아예 토크쇼 형태로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환자의 경험담을 직접 들려주는 경우도 흔해 졌습니다.

 

홍보대사 역시 질병간증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홍보대사를 활용할 때

저명성(Prominence)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연관성(Relevance)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유명한 홍보대사에 집착하기보다는 해당 캠페인을 정확히 상징할 수 있는 일반

인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질병과 관련된 경우에는 건강한 유명인보다는 해당 질병

을 앓고 있는 환자가 효과적이겠죠.

 

당뇨 없는 섬을 만들자는 취지의 캠페인에 당뇨를 앓고 있는 독도 김성도 이장을 홍보대사로 위

촉한다거나, 천식을 극복한 프로레슬러 이왕표 선수 역시 천식 홍보대사로 오랫동안 유명세를

탔습니다. 2002년 폐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금연 광고에 직접 출연해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

입니다.”라는 멘트로 한반도를 금연열풍으로 몰아넣었던 고 이주일 씨 역시 좋은 예입니다. 각종

전문병원 웹사이트에 가보면 약간은 과장(?)된 느낌의 환자 치료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올려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방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으로 환자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면서 환우회의

입지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시작된 소규모 환우회들이 이제는 연합

조직을 갖추고 환자의 권익과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환자는

치료의 대상을 넘어 의료의 핵심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병이 있으시다면 남에게 적극 알리십시오. 치료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마케팅 하는

, 내가 치료한 환자가 있다면 적극 알리십시오. 그들은 어느 매체보다 훌륭한 당신의 홍보맨이

되어 드릴 겁니다. [엔자임 김동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