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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Life/Enzaim Culture

2010 엔자임 첫번째 워크샵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첫째날) 책의 고향에서 책의 향기에 빠지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며 참석한 신년회로 2010년의 문을 열어젖힌지도, 어느덧 1분기가 지났습니다.
유달리 이상하게 눈이 많이 오고, 유난스레 추웠다가 또 갑자기 더웠다던 겨울이 원망스러웠던 엔자이머들에게도
봄이 찾아올 무렵, 엔자이머들은 '책의 고향'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엔자임이 다녀온 워크샵은 파주출판단지였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셔터를 누르기 바빴네요.
온갖 출판사들이 모두 모여 있는 파주출판단지로 가면 '지지향(紙之鄕)'이라는 예쁜 이름의 호텔이 있습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해보면, 종이의 고향이라는 의미죠. 파주출판단지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불어 고향이라는 말 때문인지 지지향은 참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었습니다. 



어떤 일정이 엔자이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사실 사전에 모두 공지가 된 상태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편안한 느낌의 클래식이 흐르는, 넓은 로비에서 잠시 대기하는 동안 엔자이머들은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죠.

아니군요. 저만 그랬나 봅니다. -_-;



긴장도 잠시, 이혜규 사장님께서 오늘 워크샵의 의도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건강선을 추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 엔자이머들이었지만 격무에 지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 제약사 광고의 카피처럼 당신의 머리가 아픈 것은, 당신에게 그 만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열정이 넘치는 엔자이머 분들이었기에 조금은 지칠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 동안 업무를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돌아보며 또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동안의 수고를 명료한 멘트로 깔끔하게 위로해 주시는 사장님.. 그 격려가 더욱 빛을 발한 것은
짧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기억이 될 이번 여행의 쌈.지.돈.. 이 주어졌기 때문이 아닐른지요.
쌈지돈으로 하사된 금일봉은 일상 속에서 척박하게 말라 있었던 내 가슴을 후벼팔 한마디를 간직한 어느 멋진 녀석을 업어올 때
비로소 품속에서 얼굴을 내밀겠죠. 일단은 득템 인증.  

신사임당님을 손에 들고 흐뭇하게 미소짓는 김민정 차장님



쌈지돈을 받아든 엔자이머들은 자연스럽게 Grouping 되면서 흩어져 갔습니다. 
이번 여행의 의도대로라면 혼자서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 출판단지 곳곳에 숨어있는 책들과 조우하는 것 또한 정말 의미있었겠죠.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더 조우하고 싶었나 봅니다. 


출판단지의 주요 앵글 장소 중 하나에서..태준씨, 남규영, 안수철 팀장님



여행 도중 만난 이혜규 사장님과 박인숙 차장님께서는 홀로 출판단지를 누비시면서 고독한 여행자의 포스를 제대로 풍기셨습니다. 
그 모습을 미처 담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파주 출판단지에는 참 많은 출판사들이 있습니다.
모든 출판사에 들어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따로 운영하는 출판사들도 상당 수 있고
북까페 혹은 헌책방의 형태로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참 많답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런 공간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 무리(?)의 발길을 잡은 곳 중 하나는 참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 헌책방이었습니다. 




무슨 책을 고를지 한참을 고민하던 중에 코 끝에는 옛날 책들의 향기가 스며들어왔고
손 끝에 닿는 감촉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문득 요즘은 책장 앞에 서서 세로로 줄지어 서 있는 책들의 제목을 보며 미리 상상해 본지도,
책을 펼쳐 부분 부분 읽는 동안 펼쳐지는 잔상들을 느껴본 지도 참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컴퓨터에 너무 익숙해졌고, 영상에 너무 빠진 채로 살아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플레이를 클릭하고 영상의 버퍼링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손끝에 만져지는 종이의 질감과 냄새를 느끼며 모니터가 아닌
내 머리가 재생하는 잔상들과 만나는 시간. 조용한 책방 속에서 새삼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날로그의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는 헌책방의 매력은, 책을 사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기쁨을 주었구요. 




맑은 하늘과는 달리 출판단지 내의 커다란 건물들 사이로는 제법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여유있게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품 속을 파고드는 바람을 막느라 옷을 여미다 보니 자연스레 발걸음은 빨라졌고
향한 곳은 언 몸을 녹일 따듯한 카페였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들러서 싸인을 남긴 카페더군요. 함께 동행한 현우씨의 고교동창이라는 정태우 씨의 싸인도 보였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저마다 고른 책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책을 느긋하게, 그리고 진득하게 읽은 시간이었죠. 



짧은 여행의 끝을 종용하듯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구입한 책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지지향으로 향했습니다.
옛날 학교에서 나눠준 새 책을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가던 그 마음처럼 웬지모를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뿌듯함으로도 미처 다 채우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배고픔이었습니다. ㅠㅜ 


안녕하세요, 고기님

고이 썰어드리오리다

고소한 은총을 하사받는 중



제 한몸 불판 위에서 바쁘게 뒤집으며 살신성인 하신 고기님을 정갈하게 썰어드리고, 노릇노릇한 은혜가 깊숙~이 베일 때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참 맛있는 저녁이었죠.
엔자이머들은 쌀쌀한 날씨속에 저마다 파주 출판단지를 누빈 모험담을 늘어놓으며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즐겼습니다. 


김동석 대표님의 차분한 건배 제의 한 말씀



저녁도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오늘의 여행담을 본격적으로 나누는 시간이 있어야겠죠. 
기다란 테이블 위에 엔자이머들이 저마다 구입한 책들을 들고 모여 앉았습니다. 




이번 여행담의 공유는 각자 구입한 책을 소개하고, 선택한 이유, 감명깊게 읽은 구절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선뜻 이번 여행담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엔자이머가 나오지 않아서 이병일 대표님의 제안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릴레이 소설을
이어가다가 막히는 사람에게 발언권이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릴레이소설이 이어질수록 막장에 막장을 거듭하게 되어 남녀 주인공들은 정신없이 뺨을 맞고 얼굴에 점을 찍고 복수를
다짐하다 다시 뺨을 맞다가..-_- 다소 해괴한 결말을 맞게 되었습니다만, 덕분에 엔자이머들은 폭소할 수 있었죠.


릴레이 소설 방식을 제안하시는 이병일 대표님



책을 소개하며 여행담을 들려주시는 엔자이머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책이라는 건 전체를 다 읽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향기가 참 풍부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책들을 읽느라 혹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책의 내용 전부를 숙지하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짤막하게 책을 고른 자신의 생각, 느낌들을 공유하는데도 손에 들려있는 저 책들이 참 많은 것을 담고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은 예전 그 시절에 받았던 감명과 추억을 다시 불러주고. 지금 내가 갖고 있던 고민들에 대해 답을 주기도 하며 
후회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도 주는 것 같습니다. 


추천으로 발언권을 얻은 김은주 디자이너님



얘기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각자 구입한 책들을 지그시 바라보던 엔자이머들은 하루 동안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여행담을 나누는 시간이 끝나고 한달에 한번, 눈부시게 활약한 엔자이머들이 더욱 빛나는 시간, [건전창주]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3월 건전창주는 성황리에 마친 '여류사랑 캠페인'의 두 영웅, 신창호 대리님과 박민정 컨설턴트의 공동수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신창호 대리님은 이미 첫번째 건전창주를 수상하신 바 있었는데, 2연패를 달성하시는 기염을 토하셨네요.
그 표정에도 한층 더 여유가 보이는 듯 합니다.
건전창주는 모든 엔자이머들이 바라마지 않는 뜻깊은 상이죠. 앞으로 더욱 많은 건전창주 수상자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도 한층 더 치열해지지 않을까요? ^^ 


박민정 컨설턴트님, 신창호 대리님



여기까지 2010년 엔자임의 첫번째 워크샵, 첫날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의 시간은 워크샵에 앞서 공유된 시간표에 따르면 취침시간이었지만,
아쉬움이 남은 많은 엔자이머들이 한 방에 모여 못다 나눈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라고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게 약간 어색하네요. ;;
약간의 음주가 곁들여졌습니다만 가무까지 넘어가지는 못하고 게임을 하며 더욱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첫날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날 이야기도 계속 포스팅 됩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