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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헬스케어 디자인] 건강하고 근사하게 음식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다

by Enzaim 2021. 11. 25.

 

우리는 풍요로운 식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매일 무엇을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요리를 맛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음식 폐기물과 부산물(주산물의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것) 쓰레기는 또 다른 고민을 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음식 폐기물이라 하면 먹지 않고 남아서 버린 음식이라 생각하지만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음식이 훨씬 많다고 한다. 해마다 재배되는 농작물의 일부는 크기나 모양 등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농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그대로 음식 폐기물이 된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UNFAO)에 의하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1/3은 버려지고 있으며, 이러한 음식 폐기물 처리로 인해 발생되는 메탄가스는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헬스케어 디자인 포스팅에서는 음식 폐기물 혹은 부산물의 업사이클*을 통해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음식의 선순환을 이끌어, 단순히 낭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한 디자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업사이클링(Upcycling) : 버려지는 재료에 아이디어를 부여해 이전보다 가치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 시키는 자원순환 방법

 

파인애플잎으로 만든 비건 가죽피냐텍스

©Ananas Anam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에 관한 것이 아닌 책임감이다.
- 카르멘 히요사 -

 

필리핀에서 수확 후 버려지는 파인애플 입사귀와 줄기로 식물성 가죽을 만드는 ‘피냐텍스’  ©Ananas Anam

세계적으로 비건 패션(Vegan fash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 가죽을 대안할 식물성 소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 출신 영국 디자이너 카르멘 히요사(Carmen hijosa)가죽 제품 업계에 15년 동안 종사하며, 대량 가죽 생산의 화학적 과정이 사람과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을 경험하고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생산방법을 고민해 왔다. 그는 세계적인 파인애플 생산지 필리핀에서 파인애플 잎이 부직포 기질을 형성할 수 있는 강도와 유연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5년의 연구 끝에 파인애플 가죽피냐텍스(Piñatex)’ 개발했다.

 

피냐텍스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한 다양한 질감의 원단 스와치  ©Ananas Anam

필리핀에서는 파인애플 수확 연간 4 이상의 잎사귀와 줄기가 버려진. 이곳에서 버려지는 잎사귀와 줄기의 섬유질은 세척 건조 등의 과정을 통해 파인애플 가죽 피냐텍스로 재탄생된다. 피냐텍스는 동물 가죽에 비해 1/4 수준으로 가볍고, 70% 수준의 낮은 단가로 가격에 대한 부담도 적다. 동시에 열악한 생산 환경과 한정적인 계절 수확에 의존하는 필리핀 농부들에게 잎을 분리해 판매할 수 있는 새롭고 지속적인 수입원을 제공함으로써 농촌 경제에도 도움을 주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준다. 이에 H&M, 폴스미스, 휴고보스, 나이키 친환경 기업들은 피냐텍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가방, 신발, 가구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피냐텍스 원단을 활용하여 출시된 브랜드 제품들. (왼쪽부터) H&M, 폴스미스, 스발라 © Ananas Anam

 

상품 가치 없는 자투리 빵으로 만든 맥주

맥주의 핵심 성분인 맥아의 일부를 자투리 빵으로 대체한 맥주 기업 ‘토스트에일’ ©toastale

빵을 주식으로 먹는 영국에서는 빵의 44% 쓰레기로 버려지고 샌드위치 조각은 하루 천만 조각 이상 발생된다고 한다. 영국의 맥주 회사토스트에일 이름 그대로 빵의 모서리를 활용하여 맥주를 만든다. 이들은 맥아(겉보리를 발아시킨 보리의 낟알), , (뽕나무과 여러해살이 덩굴식물), 효모, 5가지 주요 재료를 사용하여 맥주를 양조한다. 맥아는 맛과 색에 영향을 미치는 맥주의 핵심 성분이지만 보리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이루어진다.

토스트에일은 이를 자투리 빵으로 일부 대체하여 샌드위치 생산업체, 베이커리 등에서 버려지는 신선한 자투리 빵으로 맥주를 제조, 다른 맥주대비 맥아보리 사용량을 30%나 줄였다. 또 양조 과정에서 사용된 곡물은 동물 사료로 홉은 퇴비로 만들어 영양분을 토양으로 되돌려주는 선순환 경제를 시행하 있다. 이 브랜드의 로고는 순환 경제로 더 큰 세상을 구하는 사명을 표현하고자 지구의 형태인 흰색의 원형으로 표현하였으며, 잔을 부딪칠 때 보이는 토스트 글자는 단순히 빵으로 양조한다는 메시지 보다 변화하는 행동을 통해 지구를 구하는 것에 동참하는 건배(toast)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토스트에일 푸드 업사이클링 뿐만 아니라, 이윤의 일부를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만들고자 식품 시스템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착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프리미엄 보드카로 재탄생한 음식 폐기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폐기물을 증류하여 만든 보드카 ‘스필’ ©Gotland Spirits

스웨덴의 증류소고틀란드 스피리츠(Gotland Spirits)’ 세계 최초 100% 재활용 식품으로 만든 보드카를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보드카는 곡류와 감자에 있는 탄수화물을 발효시킨 발효된 원액을 증류하여 만들어지는데, 기업의 설립자 요한 요한슨(Johan Johansson) 새로운 탄수화물을 생산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재료들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이들은 가지 실험을 통해 음식 폐기물을 알코올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고, 끊임없이 다른 재료들로 맛의 연속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한 중성적인 증류주는 믿을 없을 만큼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보드카로 탄생했다. 이 보드카의 브랜드 디자인에는 이러한 제품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라벨에서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 제품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또 진열장에 돋보이는 화려함 대신 단순함과 여백으로 재활용 식품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고틀란드 스피리츠는 다량의 음식 폐기물을 얻기 위해 스웨덴의 식료품 소매점인 (COOP) 연계하여 유통기한이 지난 파스타, 과일, 분유 등의 재료를 제공받아 고틀란드 스피리츠만의 특별한 보드카를 만들고 2021 2 16 스필(SPIL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주류 산업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있는 사례이다.

 

 

이처럼 푸드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폐기물과 부속물에 창의성과 디자인 요소를 더하여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의미를 가진다. 더 나아가 자연보호, 일거리 창출, 예산절감 등의 장점으로 환경과 사회의 상생 기능이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또한, 5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피냐텍스의 사례와 같이 버려지는 것을 재탄생시키기 위해 소재에 대한 끈질긴 연구는 제품을 더 견고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그 소재 자체만으로 희소성과 독창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음식 폐기물이 줄지 않는 재고와 부산물을 활용해 대체재를 만드는 시장은 더욱 성장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가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디자인을 통해 이를 매력적으로 구현한 양질의 제품들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향후 해당 업계 카테고리에서도 주류로 자리 잡는데 일조할 것이라 본다.

국내에서도 식혜나 맥주를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을 활용해 에너지바나 그래놀라를 만드는 기업이 생기는 듯 음식 폐기물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좀 더 많은 푸드 업사이클링 성공 사례들의 등장을 통해, 소비자들이 음식물 폐기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배출된 쓰레기를 선순환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Reference.

- 저작권자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자료: EPA, USDA, UNFAO, UFA, Green Empowerment Project,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 차임선 and 한정임. (2016). 업사이클링 제품디자인에 나타나는 특성 - 소재와 기법 및 제품사례중심으로 -. 한국디자인포럼, 53, 34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