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Enzaim Insight/Enzaim Report

[헬스케어 디자인] '응급 생존구호키트'도 힙하게.. 재난, 재해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디자인

by Enzaim 2021. 10. 20.

 

우리는 늘 재난과 재해 등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과 먼 나라, 지진의 위험이 없는 나라라 생각하지만 실제 기상청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지진 발생 빈도는 총 68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가 약해 우리가 느끼지 못했을 뿐 재난의 위험은 잠재되어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재해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든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구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한 카메룬에 눈발이 날리는가 하면 서유럽에선 도시 하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대홍수가, 미국 서부에선 기록적 폭염이 일어나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여파로 기류 정체 현상이 강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앞으로 기상이변은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점점 잦아지는 예측 불가한 재난과 화재, 붕괴, 생활 안전사고의 위험 속에서 외부 구호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대비할 수 있다면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구호 하기 위해서 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응급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생존구호키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겠지만 기존 생존키트는 커다랗고 무겁거나 투박한 디자인으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항상 가지고 다니기에는 번거롭고 불편한 문제가 있었다.

이번 포스팅에선 소비자에게 ‘생존구호키트’의 일상적 사용을 제한하는 ‘불편함’이란 과제를 디자인적으로 보완하여 우리의 실생활에 접목 시킨 제품들을 소개 한다. 초경량의 콤팩트 한 디자인으로 매일 소지해도 부담스럽지 않음은 물론, 브랜드 굿즈 못지 않은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생존구호키트 디자인 사례를 살펴보자.

 

작지만 강한, 초경량 생존키트 '지키다'

초경량 사이즈의 깜찍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가방에 걸어 휴대하기 좋은 생존키트 '지키다'  ©gkida.com

 지키다는 휴대용 안전용품 키트를 선보이고 있는 재난·안전용품 전문 기업이다. 다큐멘터리 PD였던 조상은 대표는 해외 낙후지역의 영상 촬영, 봉사 활동들을 수 년간 진행하였는데, 도움 요청이 용이하지 않은 긴급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생존구호물품의 중요성을 깨닫고 브랜드 ‘지키다’를 만들었다. 초기엔 여행자를 위한 응급키트 ‘반디’를 선보였는데, 클라우드 펀딩 텀블벅에서 1800%의 달성률을 이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행 중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일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탕, 알콜 솜, 인공눈물, 야광 스틱, 호루라기, 우비, LED 램프, ICE 카드로 구성되어 있는 키트였다.

이후 형태와 내용을 보완해 가방 착용이 용이한 키링 디자인으로 개선된 ‘지키다’가 탄생하게 되었다. 콤팩트한 100g 초경량 케이스 안에는 상비약(or 트래커), 우비, 램프, 야광 스틱, 호루라기 등 총 가지­­­­­의 기본적인 구호물품이 들어있다. 케이스 스트랩의 로고는 야광 처리되어 어둠 속에서 위치 확인이 용이하고 분실 예방을 위해 앱과 연동되는 스마트 트래커도 이용할 수 있다.

작은 케이스 안에 반창고, 알콜솜은 물론 호루라기, 야광스틱, 우비 등 긴급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용품이 들어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사용가능한 수동 자가발전 배터리 '덴쿨 Denqul'

수동 자가발전 배터리 덴쿨  © https://www.nendo.jp/en/works/denqul/

전력 사용이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서 보조배터리는 대체 전력품으로 아주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보조배터리 역시 전력이 전부 소진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본 회사인 넨도(Nendo)는 전력 충전은 물론, 기기 회전 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축적하는 방식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보조배터리인 Denqul(이하 ‘덴쿨’)을 선보였다. 362g의 경량 스틱형 배터리를 L자형으로 꺾은 후 약 2분 동안 휘두르면 원심력으로 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5분 회전 시, 5분 동안 통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소품 수납함과 일체화된 충전 거치대의 형태로 디자인이 깔끔하며 스마트폰, 필기도구와 함께 보관할 수 있어 일상 속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 https://www.nendo.jp/en/works/denqul/

힙한 재난 구호키트 'JUDY'

오렌지색의 컬러가 인상적인 주디  ©https://judy.co/
인테리어 소품과 같은 응급구조함. 힙색 형태의 구호키트  ©https://judy.co/

 강렬한 오렌지 컬러와 심플하고 볼드한 로고 텍스트. 마치 브랜드의 굿즈와 같은 매력적인 디자인 이다. 미국의 셀럽 킴 카다시안이 PR 홍보 담당자 사이먼 헉과 함께 최근 응급키트를 판매하는 JUDY(이하 ‘주디’)를 설립했다. 휴대하기 좋은 힙색 형태의 ‘스타터’는 일회용 충전기, 호루라기, 야광봉, 안전 담요, 응급 틴 키트, 푸드 바, 물 파우치로 구성되어 있어 실용적이면서도 패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크기와 형태에 따라 분류되는 ‘주디’의 응급키트는 백팩 형태인 ‘더 무버 와 더 모어 무버’, 가장 큰 박스 형태의 ‘더 세이프’까지 총 4가지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제품 크기가 커질수록 다용도 칼, 마스크, 초 등 더욱 다양한 구성품들이 들어있고 각각의 패키지가 ‘주디’ 고유의 분위기로 디자인된 센스가 돋보인다. 집에 구비해 놓는다면 든든하면서도 힙한 분위기의 소품으로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시계 '라이프 클락(Life Clock)'

©SNWA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 ‘SWNA’와 경기도 주식회사가 협업하여 제작된 재난대비 키트인 라이프 클락(Life Clock)은 재난구호용품을 일상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시계와 결합해 디자인되었다. 시계는 일상생활에서의 필수품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응급 상황에는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라이프 클락 내부에는 재난안전, 현장 구호, 응급치료 분야의 전문가들의 토론과 자문을 통해 선정된 5개의 필수 재난대비용품이 내장되어 있다. 지혈 및 부러진 뼈를 응급 처치하기 위한 압박 붕대와 체온 유지를 위한 단열 담요,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조명 봉, 호루라기, 깃발이 있다. 또한, 기존의 재난대비 키트 이미지를 탈피하고 인테리어 소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빨강, 파랑, 회색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갔다. 당면한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문제 해결이 가능한 디자인’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헬스케어 디자인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환경과 경험을 토대로 물리적 기술뿐만 아니라 시각적 기술로 불편함을 덜어주는 우리의 삶을 보다 건강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가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자칫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짐짝처럼 느낄 수 있는 ‘생존구호키트’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생활 속 위험요소로부터 좀 더 쉽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게 한 이들 사례는 ‘헬스케어 디자인’의 가치와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는 ‘건강’의 문제를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해결하는 헬스케어 디자인의 다양한 시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