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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Design

<헬스케어 디자인> 건강한 사회를 향한 색의 시그널

by Enzaim 2022. 8. 17.

 

 

 

 

세상에 모든 유형한 것들은 색상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그 색상은 어떠한 의미를 전하기도 하며, 어떤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빨가면 사과’라는 노랫말처럼 색은 특정 사물을 연상시키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개인마다 어울리는 색상과 톤을 찾아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주는 ‘퍼스널 컬러’진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다양한 색상은 각각 다른 이미지, 상징성을 갖고 있어 브랜딩 같은 특정 이미지와 성격을 구축해 나아가야 하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 관련 브랜딩에서는 자연과 조화의 의미를 지닌 녹색 계열의 색상을, 병원 브랜딩에서는 안정과 신뢰의 의미를 지닌 파란 계열의 색상을 많이 쓰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색이 가진 이러한 상징성은 커뮤니케이션의 요소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란 리본 캠페인, 유방암 환자를 위한 핑크 리본 캠페인, 전립선암 환자를 위한 파란 리본 캠페인처럼, 공익 혹은 사회활동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내고 의미를 좀 더 상징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색의 시그널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몇 가지 관련 사례를 이번 포스팅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 캠페인

에이즈 근절을 위한 브랜드 및 사회 공헌 프로젝트
‘후천면역결핍증후군’, 즉 에이즈(AIDS)를 상징하는 빨간색은 에이즈를 앓는 아티스트 지원 단체인 ‘비주얼 에이즈’의 빨간 리본에서 시작되었다. 사랑과 정열의 의미와, 혈액과 관련된 감염병인 에이즈의 속성에 착안하여 캠페인을 빨간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더불어 붉은 색은 긴급,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어 이목을 끄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빨간 리본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세계 에이즈 예방과 퇴치의 상징이 된다.

 

프로덕트 레드 공식 홈페이지 화면 ©(RED)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 캠페인은 에이즈(AIDS) 근절을 위해 브랜드와 협업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캠페인이다. 이는 2006년 미국에서 ‘ONE 캠페인’이라는 빈곤 구제 민간 비영리단체 활동에서 시작되었다. 민간기업을 통해 에이즈의 심각성을 홍보하고,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검사와 치료 비용을 위한 기부금으로 활용한다.

 

프로덕트 레드 대표 제휴 상품 ©APPLE / ©(RED)



캠페인에 동참한 기업들이 만든 빨간색 제품의 수익금이 캠페인 기금이 되는 것이다. 이후 빨간색은 에이즈 캠페인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고, 현재도 많은 브랜드들에서 함께하고 있다. 프로덕트 레드 프로젝트는 에이즈뿐 아니라 코로나 19 감염병 구호에도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APPLE의 THE RED 제품이 있다. 빨간색의 아이폰, 케이스, 스포츠 밴드 등 제품명 옆에 ‘PRODUCT(RED)’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이 제품들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코로나 19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금으로 기부된다.(https://www.apple.com/kr/product-red/)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https://www.red.org/products)

 

 

메시지를 담은 Pantone의 color 캠페인

‘피부톤(SkinTone Guide)’과 ‘생리(Period color)’
색채 연구소 Pantone(이하 팬톤)에서는 해마다 ‘올해의 색상’을 지정한다. 우리는 올해의 색상에 주목하고, 해당 색은 그 해의 의류, 화장품, 식품, 디자인 등 각 분야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다. 색상은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팬톤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반영한 컬러들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미국에서 있었던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사건으로 발발한 BLM(BLACK LIVES MATTER)운동과 연계하여 다양한 피부색을 지지하는 ‘스킨톤 가이드’를 선보였다. 과학적 측정과 물리적 표현을 통해 실제 수천 가지의 피부색을 공식화해 다양성을 표현한 것이다.

‘SkinTone Guide’ 컬러(좌) ©Pantone / Intimina와 협력해 출시한 ‘Period’ 컬러(우) ©Intimina

 

팬톤은 자체 캠페인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과 협력하여 의미 있는 색상을 지정하기도 한다. 2020년 9월, 스웨덴의 여성용품 제조 회사 ‘인티미나(Intimina)’와 팬톤이 협력하여 여성의 생리 즉, ‘Period’라는 이름의 색상을 내놓았다. 생리가 사적이고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깨,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리고 긍정적인 대화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Period’의 빨간색은 생리를 가시화한 것으로 컬러칩 속에 인티미나의 주력 상품인 생리컵이 그려져 있다. 실제 여성의 생리 색상과 다르다는 주장도 있지만 생리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소통하는 시도로 의미가 컸다.

 

 

캐나다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UNIGNORABLE campaign

 

 
unignorable 컬러칩 ©newswire

2018년 캐나다의 비영리단체인 United Way와 팬톤이 함께 ‘Unignorable(무시할 수 없는)’ 색상을 제시했다. 노숙자, 폭력, 빈곤, 청년실업, 고립 등 현존하는 사회문제들에 대해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으로 강렬한 주황색을 활용한 것이다. 팬톤 연구소 부사장 로리프레스먼은 ‘이 색상은 매혹적인 주홍빛으로 보자마자 사람을 매료시키며, 두드러진 가시성을 가지고 있고 즉각적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실제로 주황색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활기, 열정의 의미를 갖고 있는 색상이라 하니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Malika Favre의 작품(가정 폭력, 정신 질환)
Malika Favre의 작품(노숙자, 빈곤) ©United Way of Bruce Grey
Malika Favre의 작품(굶주림, 사회적 고립)
 
 

 

유명 일러스트 작가인 말리카 파브르(Malika Favre)가 이 색상을 이용해 일러스트를 선보였는데 이는 캠페인 확산에 도움을 주었다. 그림 작품뿐만 아니라, 홍보 영상도 여려 편 제작되었는데 영상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황색 오브젝트들이 본 캠페인을 상징하고 있다. 관련 영상은 하단에서 확인 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1fdBl_Vw5E

 

 

사람이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획득할 때 80%는 시각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그 정도로 우리는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색상’이 주는 신호는 강한 인식을 남긴다. 가장 직관적이며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색이 가지는 직관적이고도 상징적인 힘은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의 시그널이 되기도 한다. 앞선 사례들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 그리고 동참을 필요로 한다. ‘색상‘을 접목해 문제 자체를 시각화하여 강렬한 메시지와 영감을 전하는 이러한 컬러 캠페인은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고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 ‘색상’이 디자인 요소 중 하나가 아닌 대중의 인식과 행동에 기여하는 하나의 장치로, 앞으로 더 다양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를 만들어 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