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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Design

<헬스케어 디자인> 소비자의 마음까지 파고드는 의료 패키지 디자인

by Enzaim 2022. 4. 20.

 

약국 진열장에 빼곡히 놓인 전문의약품 약통들을 살펴보자. 크기만 조금씩 다를 뿐 대부분 흰 통에 검은색 글씨로 라벨링 되어있다. 의약품 오⋅남용 시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보다는 정보 전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방식이다. 일반의약품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부분 제품명을 크게 강조하고 위나 대장, 콧물 등의 이미지를 통해 제품 속성을 단순하게 드러낸 획일적인 외형의 제품들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비교적 크게 작용하는 반창고나 파스들이 있는 의약외품 코너도 별반 다르진 않다.

취향에 따른 소비가 늘어난 제품의 요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은 상품의 매력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제품의 상징과 메시지, 이미지로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친환경 가치까지 반영함으로써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의약품 패키지 분야에서도 치료와 함께 소비자의 마음까지 고려하는 다양한 의료 서비스 디자인과 더불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외형 디자인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감성을 덧입힌 디자인, 약품을 소비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배려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 헬스케어 디자인 포스팅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감성적인 디자인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의약품 서비스 디자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급 용품을 액세서리로 디자인한 ‘웰리(welly)’
구급 밴드는 사용 대상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아이 눈높이에 맞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캐릭터 활용이 많은 유아용과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실용성과 위생에 초점을 맞춘 성인용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인용 일회용 밴드가 살구색이나 아이보리색인 이유는 오염 상태를 쉽게 확인함과 동시에 피부색과 비슷하게 하여 붙였을 때 반창고가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에서는 밝은 색부터 어두운 갈색 계열까지 유색인종을 위한 반창고도 출시했다. 이처럼 실용성이 우선시되는 성인용은 획일화된 의약품 패키지 카테고리 중 하나이다.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구급 용품 제품 시장 속에서 유쾌한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재해석한 웰리를 살펴보자.


2000년대 선도적인 스타일의 패키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 메소드(Method)의 공동 설립자 에릭 라이언(Eric Ryan)은 비타민 보충제 올리(Olly)를 론칭하며 헬스케어 카테고리에 진입하였다. 그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정체되어 있던 응급 처치 제품을 새롭게 바꾸고자 했고 2019년 응급 처치 브랜드 웰리(Welly)를 론칭했다. 웰리는 재사용 가능한 틴케이스에 프리미엄 밴드와 풍부한 장식요소까지 겸비한 완충된 응급처치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브랜드의 재미 요소는 장난스러운 제품명에 있다. 반창고는 용기를 칭찬하는 ‘명예의 훈장’이란 콘셉트 아래 ‘용감 배지 몬스터’, ‘용기 배지 유니콘’, ‘영웅 붕대 키트’ 등 영웅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웰리는 이러한 기능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여 재미와 휴대성, 용이성, 편리성을 높임으로써 어린이들이 놀이에 과감해 지는 것을 장려한다.

또한 무지개, 유니콘, 몬스터 등 다채로운 디자인을 패키지와 제품에 결합하며, 아이들의 관심뿐 아니라 멋을 아는 어른들을 위한 대담한 색상과 세련된 패턴까지 적용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남성 건강 관리, 은밀한 편견을 없앤 온라인 진료 서비스 ‘로만(roman)’
과거 발기부전이나 탈모 등의 질환은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 들어 2~30대 젊은 남성들도 발기부전이나 탈모 등의 남성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남성 질환의 유병인구가 저연령화되고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며, 치료에 있어서도 감추기보다는 당당하게 치료받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남성 질환을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치료 과정을 감추고 싶어 하는 남성들도 존재한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로(ro)’는 대면 진료를 불편해하는 환자들을 위해 저렴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 로만(roman)을 론칭했다.

 

로만은 발기부전, 탈모 등 남성질환에 있어 대면 진료를 꺼려 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진료와 처방약을 무료배송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온라인 설문지 체크에 따라 의사의 확인을 거치고 거주하는 주(state)의 규정에 맞춰 환자와 유선통화나 화상 통화로 상담을 한 후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이후 부작용이나 기타 질문 등 우려 사항에 대한 논의는 담당 의사나 간호사에게 언제든지 메시지로 문의하며 실시간 관리도 받을 수 있다. 처방전으로 약국 방문조차 내키지 않는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 진료부터 약 배송 서비스까지 불편함을 최소화해준다. 로만은 섬세한 서비스와 더불어 소비자의 애로사항을 파악하여 약품의 패키지도 해결하고자 했다. 숨기고 싶거나 부끄럽게 생각할 수 있는 약을 일반 소지품 같으면서도 세련된 포장에 담아 매력적인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약을 담아주는 파우치 가방은 방수 및 내구성이 뛰어나도록 제작되었으며, 100% 재활용 소재 HDPE(무독성 친환경 플라스틱)로 만들어 파우치의 수명이 끝나도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파우치는 처방약이 소진된 후에도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실용성을 향상시켰다. 

 


온라인에서조차 전략적으로 발기부전의 영문인 Erectile Dysfunction가 아니라 ED로 약어 표기하여 로만의 약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처방약이 되었다.

 

 

꽃문양 넣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암 치료제
국내 삼성바이오에피스 제약회사는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퓨어 조이(Pure Joy)’라는 주제를 기획, 제작하여 바이오 의약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백신, 항암제, 안과 질환, 세포 치료제 및 유전자 치료제 등이 있다.

새로운 패키지에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시원하게 박혀있는 데다 색상도 상큼해 복용 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패키지별 독특한 무늬들엔 각각의 상징성을 부여했는데, 첫째, 류마티스성 질환과 같은 자가 면역질환 제품에는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의 동그란 형상이 자갈과 닮았다고 해서 자갈을 형상화해 넣었다. 둘째, 암 등 종양 질환 제품에는 꽃 이미지를 넣어 환자들의 정신적 안식과 치유를 형상화했다. 셋째, 안과 질환 제품에는 태양빛을 넣어 시각 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포용의 의미를 담았다. 퓨어 조이 디자인은 바이오 의약품 패키지를 비롯한 환자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달력, 인형 및 기타 소품 등에도 적용하여 일상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양한 상품에 퓨어 조이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환자들이 평범한 일상과 자연을 마주할 때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해 패키지에 자연물의 이미지를 유기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이는 ‘아트 테라피’의 개념을 활용한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 그래픽 디자인은 iF 디자인상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레드닷 어워드까지 2관왕에 올라 심미성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아트 테라피 개념을 패키지에 최초로 도입하며 심미적 기능을 넘어 ‘Passion For Health’라는 기업의 비전도 이어가고자 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는 새로운 패키지에게 시각적 치료 효과도 기대해 본다.

의료 서비스 생태계는 소비자에 관점에서 시작해 많은 시도와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사용자들의 사소한 고충을 면밀히 발견하고 정의된 문제를 서비스 디자인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지고 싶은 제품으로 유도할 수 있다. 값비싼 제품이 아닌 소소한 아이템에도 가치 있는 디자인이 적용되며 제품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세상이다. 의약품에도 다양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수많은 질병과 싸우는 현대인들에게 잘 디자인된 의약품 패키지는 치료를 도울 뿐 아니라 치유와 희망의 정서를 전하는 또 다른 헬스케어 디자인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Reference]
https://www.getwelly.com/

https://www.getroman.com/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109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