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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2-4. 제3자 인증효과를 노려라

≥ 제3자 인증효과를 노려라

 

 

 

 

   헬스케어 마케팅에서 다른 비즈니스 영역보다 공익을 강조하는 것은 헬스케어 시장이 소비자의 ‘신뢰’를 중요시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공익적 접근과 함께 헬스케어 마케팅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흔히 활용되는 마케팅 기법이 바로 ‘제3자 인증효과’다.

 

 

한 매력적인 여인을 놓고 두 남성, A씨와 B씨가 사랑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치자. 자신감 넘치는 A씨는 자신의 강점을 여인에게 직접 강조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저 사실 괜찮은 남자입니다. 저 진짜 괜찮은 남자거든요.” 여성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장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이에 비해 B씨는 조금 다른 전략을 쓴다. 여인이 가장 신뢰하는 여인의 친구를 공략하기로 한다. B씨는 자신의 장점을 여인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천천히 각인시킨다. B씨에게 ‘설득’당한 여인의 친구는 “알고 보니 그 남자 참 괜찮은 사람이더라”라는 메시지를 여인에게 수시로 전한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까? 당연히 B씨 일 것이다. 상대방에게 직접 듣는 자기 자랑보다 남을 통해, 그것도 가장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서 듣는 칭찬에 더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와 ‘그’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를 ‘제3자 인증효과’라고 한다. 스스로 장점을 말하기보다 타인의 신뢰를 이용해 나의 장점을 알리는 전략이다.

 

 

  

 

PR Public Relation이 광고Advertisement 보다 ‘신뢰’가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소 무리한 분류일 수는 있지만, 광고의 속성은 A씨와 같다. 광고는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반복해서 전달한다. PR B씨처럼 다른 사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PR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미디어 관계’ 역시 언론이라는 제3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언론은 일종의 ‘문지기Gate Keeper’ 역할을 하며 홍보맨들의 정보 중 의미 있는 정보만을 선별해 대중에게 전달한다. 언론은 뉴스 News를 다룬다. 뉴스는 새로운 것을 의미하고 PR은 늘 새로운 뉴스거리를 만들려고 애쓴다. 홍보맨이 용케 뉴스거리를 발견해도 언론의 까다로운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 언론 의 입을 통해 듣는 이야기뉴스 는 기업으로부터 직접 듣는 자기자랑보다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요즘 사람들은 미디어를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다. 돈만 주면 뉴스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에 믿을 만한 뉴스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무의식적으로 “내가 오늘 아침 신문에서 봤는데 말이야……”, TV에서 봤는데……”, “인터넷에서 읽었는데……”식으로 말하지는 않는가? 이는 내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라 믿을 만한 다른 소식통에 근거한 것이라는 신뢰도를 얻기 위한 무의식적인 장치다. 이미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디어의 신뢰라는 속성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 마케팅을 진행할 때 의사는 처방권자로서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신뢰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자’로서도 중요하다. 신약이 발매될때 제약사가 저명한 의사의 입을 빌려 효과와 안전성을 전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인증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식품, 생활용품 등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면서 이른바 ‘메이드 위드 닥터Made with Doctor’라 불리는 ‘닥터 마케팅Doctor Marketing’ 기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또한 헬스케어 마케팅의 대표적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상 우리가 ‘먹고 바르고 입는 제품’이 ‘건강에 좋은 안전한 제품’이라고 보증해 주는데 의사만큼 검증된 직업도 없다. 2009 8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각종 민간단체의 인증표시 광고를 할 수 없게 돼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전에는 의사 단체에서 특정 식품을 인증해 주는 경우가 흔했다. 최근에는 아예 의사와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이 크게 늘고 있기도 하다. 의사라는 제3자의 권위를 노린 것이다.

 

 

 

 

 

이제는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영양사 등 건강 영역의 권위자들만이 제3자 인증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 등 일반인들 역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훌륭한 제3자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최근 ‘환자 인증효과’는 의사 인증효과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심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경험의 공유 영역’이 비슷한 사람들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첫 만남에서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취미, 거주지, 고향, 직업, 출신학교, 나이 등을 먼저 묻는다. 이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만약 이 과정에서 서로 경험의 공유 영역을 발견하면 급격하게 친해진다. 해외에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들 www.patientslikeme.com’이라는 환자 정보 공유 사이트가 인기 있는 이유도 다름 아닌 바로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3자 인증효과가 사람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페리오치약은 임상시험을 거쳤다는 문구를 치약 튜브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의학적 상징인 십자가도 눈에 띄게 디자인했다. 포장에 의학적 효능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해서 심리적 인증을 받고자 하는 의도다. 유기농 농작물을 판매할 때 일부러 세척하지 않고 흙이 묻어 있는 채로 감자, 고구마를 진열한다. 벌레 먹은 부분을 굳이 감추지 않고 보여 주기도 한다. 포장지 역시 매끈하고 세련된 것을 사용하는 대신 투박한 종이를 사용하는 기법 모두 포장이나 진열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상품임을 인증 받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제3자 인증효과라고 할 수 있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고, 직접 말하기도 그렇다면 주위를 둘러 보자. 나를 대신해 나보다 더 멋지게 나와 내가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신뢰를 높여 줄 제3의 후원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