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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PR & Digital

펀드 레이징(Fund-Raising)의 필요성

by Enzaim 2011. 1. 24.
지난 주 새벽에 강의가 있어서 혜화동 서울대병원을 방문했었습니다. 업무를 끝낸 후임에도 여전히 인적이 드문 아침 시간이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겨 어린이병원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신축할 때 한국맥도날드와 함께 어린이병원 학교 오픈 CSR PR 활동을 진행했던 적이 있어 어린이 병원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전국적으로 왠만한 대학병원에는 어린이병원 학교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역사도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교육과정은 몇몇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놀이터 수준을 넘지 못한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이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경우 어린이 환자들이 퇴원 후 사회에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어린이병원들도 이제는 학교로서의 면모를 어느 정도 갖추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들어서면서 눈에 띄었던 것은 '기부자'들을 위한 설치물이었습니다. 전구를 이용해 기부자들의 이름 하나하나에 불을 밝혀서 하나의 '별'이 되도록 했더군요. 빛나는 일을 한 기부자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기부에 인색한 편입니다. 의료영역도 다르지 않죠.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대국민 의료캠페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기금모금(Fund-Raising)'입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픈 환자들을 도와준다는 차원을 넘어서 암재단 등의 연구비 지원까지 펀드 레이징을 통해 충당하고 운영하는 미국의 기부문화를 보면서 그 스케일과 철학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의료 캠페인이 본질보다는 너무 펀드 레이징에 맞춰져 있어 저에게는 거부감이 들때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캠페인의 '독립성'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운영할 충분한 기금이 필요하고, 이를 캠페인의 목적 중에 하나로 포함 시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우리나라처럼 제약사, 보험회사, 화장품 회사, 식품회사 등 특정 회사에만 의지(?)하다가는 만약 기업이 후원을 중지할 경우 캠페인 자체의 지속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실제로 우리가 PR을 지원해줬던 글로벌 의료NGO의 경우 국내외 대기업으로 수억원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다가 한꺼번에 후원이 중지돼 잠시지만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NGO나 각종 재단 등이 기업 후원 못지않게 풀뿌리 모금에 속하는 개인후원에 공을 들이는 것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후원을 넘어선 각종 관련 사업을 통해 스스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발달(?)된 형태의 사회 마케팅을 실행하는 NGO 단체들의 모습이지만요.  
 
의료에 펀드레이징 기법을 도입해 보고자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는 '펀드레이징 전문가과정(2기)'에 수학한 적이 있습니다. 각종 펀드레이징 기법을 익히고 직접 실습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일단 부탁하라'였습니다. 기부를 의뢰했을 때 가장 나쁜 상황은 고작 '거절'이라는 거죠..^^

세상에는 생각보다 어떻게 기부를 해야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밥할머니들이 평생 고생하셔서 모은 돈을 대부분 학교에 기부를 하시는데, 이 역시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서라는 관점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분들이 기부할 곳을 학교라는 단체 정도 밖에는 알지 못하시기 때문 아니겠냐는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즉 왜 우리에게 기금이 필요하고 중요한 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기회가 온다는 얘기입니다.

펀드 레이징을 위한 수 십가지의 중요한 룰들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소개할 시간이 있을 겁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이 하고 있는 기부자들을 '스타'로 만들어 주는 것은 작은 배려이지만 역시 후원자들을 늘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냥 밋밋한 현판 하나 붙이는 것 보다는 '기부자=스타'라는 컨셉트를 활용해서 그들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밖에 없겠죠.

펀드 레이징을 공부하면서 펀드 레이징 전체 과정의 거의 80~90%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는 저로서는 결국 펀드 레이징도 커뮤니케이션의 한 과정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구요.

최근들어 학회 등 의료단체에서도 대국민 의료캠페인에 대한 PR 프로그램을 리뷰하실 때 부쩍 펀드 레이징의 가능성과 실행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신 것을 느끼게 됩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영역에도 더욱 빈번하게 펀드 레이징 기법이 활용될 것이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반드시 갖춰야 더 훌륭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