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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Life/Enzaim Culture

두번째 안식월, 제주에서 한 달 살고 왔어요

by Enzaim 2016. 9. 21.

두 번째 안식월, 제주에서 한달 살기


 

안녕하세요. 김세경입니다. 많은 분들의 배려 덕분에 두 번째 안식 휴가를 다녀왔어요.

 

이번 안식 휴가의 주제는 제주에서 한달 살기였습니다. 한달 내내 제주도에서 띵까띵까. 뭔가 막 그냥 되게 좋아 보이고 그렇죠? 그런데 아무것도 안하고 노는 것은 그 순간 좋지만, 지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없더라고요. 놀더라도 뭔가를 하면서 노는 것. 즉 자기 자신에게 놀기 퀘스트를 주는 것. 그러한 놀기야 말로 진정한 놀기라고 할 수 있죠. (뭐 이건 저의 주장일 뿐입니다. :))

 

그래서 저는 제주에서 한달 살기에 몇 가지 퀘스트를 설정하고, 수행하였습니다. 남들이 보면 뭐 그런걸 퀘스트라고 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도록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계획을 짜고, 그 결과에서 성취감을 누리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일지언정 당연히 퀘스트입니다. 자발적 내적 동기에서 나온 선택과 추진은 놀라운 몰입으로, 다시 행복감으로 이어지죠. 저의 두 번째 안식월은 그러한 행복 속에서 보냈네요. 다시 한번, 안식월을 갈 수 있게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혹시 제주에서 한달 살기를 하시려는 분이 있을지도 몰라서, 저의 제주 한달 살기를 퀘스트 별로 소개하오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퀘스트 1. 배타고 제주도

한 시간 이상 배를 타본 적은 없었던 제게 배타고 제주도 가기는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완도와 장흥 두 곳에서 가는 배가 항해시간이 가장 짧더군요. 저는 완도를 통해 다녀왔어요. 약 두 시간이면 제주에 도착하더군요. 한달 동안 제주 곳곳을 다닐 요량으로 자가용도 배에 태우고 갔어요. 사람표값, 자가용표값 따로 지불해야 합니다. 배가 커서 뱃멀미를 안 했을뿐더러 비행기를 타고 갈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상쾌한 바람과 멋진 풍광은 덤이었어요. 서울서 완도까지 차를 몰고 가는 것이 좀 피곤하지만, 저는 레이서니깐 괜찮았어요. 돌아올 때도 같은 방법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는 엄청난 일몰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 배 타고 제주도 가는 것,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제주에 오갈 때 탔던 여객선과 여객선에서 바라본 풍경들>

 

퀘스트 2. 낯선 이와 동거를

제주에서 한 달 동안 저는 시골의 쉐어하우스에서 초면의 세 사람과 함께 거주했어요. 떠나기 전, 낯선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이 엄청나게 신경 쓰일 것 같아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사람과 살아보는 경험도 나쁠 건 없잖아?라는 생각도 있었죠. 결과는 무척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하였어요. 좋은 일상에서 늘 만나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이 주는 새로운 시각. 도시와는 다른 여유로운 대화. 그들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들. 다만 서로에게 적당한 관심과 알맞은 무관심을 균형 있게 장착할 정도의 예의는 갖추어야 하며, 그 모든 것에 배려심이 깔려 있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겠죠? ^^

 

 

 

<제주에서 한달 살았던 쉐어하우스의 풍경들>

 

퀘스트 3. 물개냐 물 개냐

언젠가 심폐소생술 수업 시에 수영 할 줄 아는 사람 손들어보라는 강사님 말씀에 엔자이머의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과연 우리는 바다에 빠졌을 때 구조대가 올 때까지 떠 있을 수 있을까요? 저는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웠으므로, 바다에서 그걸 시험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제주하면 바다죠. 이번 기회에 바다에서 생존 능력을 키워보자고 결심했지요. 수온이 적절하고, 물이 투명한 날이면 바다에 들어 가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더웠던 여름인데, 희안하게 바다에만 들어가면 시원해지더군요. 각설하고, 시험결과 제가 물개처럼 미끈하게 바다 수영을 잘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보다는 바닷속 구경하느라 신이 나서 물에 뛰어든 개처럼 신나게 놀았을 따름이지요.

 

 

  <개처럼 즐겁게 뛰어놀던 제주집 앞 바다>

 

퀘스트 4. 국제관악제 공짜로 관람하기

제주에는 매해 여름, 세계의 저명한 관악연주자들이 옵니다. ‘제주국제관악제(http://www.jiwef.org)’ 참석차 방문하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이 축제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연주회가 무료입니다. 관악과 여름은 무척 잘 어울리죠. 소리가 시원하고 박력 있어요. 스파이 영화 등의 배경으로 많이 깔리는 브금에도 관악이 많지요. 이러한 음악을 놓칠 수야 없지요. 첫날 개막연주회에서 한국환상곡 전곡을 듣는데, 오장육부가 징징 울리는 기분이었어요. 짜릿하고 통쾌한 연주였습니다. 혹시라도 제주에 가는 시기에 이 음악제를 하거든, 꼭 한번 가서 들어보세요.

 

 

 

<2016 제주 국제관악제 개막식 공연>

 

퀘스트 5. 백록담을 보노라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아이템이 우리나라에는 참 많기도 하지요? 그 중 하나라 물 찬 백록담이라고 하던데요. 저도 그걸 보고 싶었는데, 이번 퀘스트 수행하며 운 좋게 보았습니다. 코스는 무난하게 성판악 원점회귀 코스였어요. 날이 더웠지만 꼭대기는 시원하고 통쾌하였습니다. 오가며 만난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도 나누고,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에게 얼음물도 투척하며 재미나게 다녀왔습니다. 뭐랄까. 산이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들이 많은데요. 언젠가 산이 주는 아름다움과 치유력을 한번쯤 경험해 보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백록담까지 너무 멀어서 못 가겠다면 영실 코스로 윗세오름대피소까지 만이라도 다녀오세요. 선작지왓이라는 멋진 평원을 볼 수 있어요. (좋은 풍경을 보러 갈 때는 좋은 사람과 함께 가세요. 그러면 그 좋은 풍경의 아름다움이 배가 됩니다.)

 

 

                                                                                             <성판악 코스와 백록담 목격 인증샷>

 

 

 

<한라산 영실 코스로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윗세오름 대피소에서의 컵라면과 풍경들>

 

퀘스트 6. 짜장면은 안 시켰지만 마라도

우리나라에서 최남단이라는 마라도 방문도 퀘스트 목록에 있었어요. 사실은 이어도라는 전설의 섬이 최남단이라는데, 거기는 사람이 못 가니까 마라도를 가게 된 거지요. 마라도에 대한 아무런 예비지식도 없이, 그냥 최남단이라니까 한번 가보자 이렇게 된 것인데, 가서 보고는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완만한 언덕으로 이루어진 섬인데 나무 한 그루 안보이고, 넓디넓은 평원인데 뭔가 쓸쓸하고. 이렇게 조막만 한 섬인데 풍광은 광활하고, 겨울이면 사정없는 바람이 몰아칠 것 같고. 그런데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아가고, 그 작은 섬 안에 교회, 성당, 절이 있고…. 너무 뜨거운 여름에 가서 제 정신이 좀 이상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세상의 끝에 갔다 온 기분이었네요. 어쩌면 마라도를 뒤덮은 짜장면 냄새 때문에 제 정신이 좀 혼미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여튼 그 유명한 마라도 짜장면은 안 먹었습니다. 

 

 

 

<작은데 넓은 마라도>

 

퀘스트 7.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3.5권

저는 조금 긴 휴가를 받으면 미리 책을 한아름 사놓고는 합니다. 책 속으로 휴가를 가면 기분은 스펙타클하면서도 몸은 하나도 안 힘들기 때문이지요. 이번 제주 한달 살기 중에도 책을 읽겠다고 다짐을 하고 아홉 권쯤 샀는데, 네 겨우 3.5권 읽었네요. 제가 너무 놀러 다녔나 봅니다. 책 읽은 이야기는 굳이 않을게요. 혹시 제게 권하실 책이 있으시면 권해주세요.

 

 

 

   <제주에 살던 기간 동안 읽었던 책들>

 


퀘스트 8. 글을 쓰려 했지만 일기

저는 한 달쯤 시간이 나면 소설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현실은일기 쓰는 것도 너무 힘들더군요. 일기라도 썼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기로 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제주 한달 살기 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redjuly1)의 제주 한달살이 폴더를 참고해주세요. 참고로 블로그의 글들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것이니 참작하고 봐주시고, 비속어가 나오니 심장이 약하신 분이나 임신출산을 앞두고 계신 분께는 구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퀘스트 9. 조카홀릭

. 여덟 달 된 우리 조카에게 푹 빠지는 시간 가졌습니다. :)

 

  

                                 <밥을 사랑하는 조카님과 용눈이 오름에서의 조카님 가족>

 

 

결론적으로, 참 알찬 안식월이었네요. 안식월이 있는 엔자임 만만세

 

 

이외에도 현지에서 생성된 몇 가지 퀘스트(곶자왈 걷기, 오름 오르기, 바다낚시, 청귤청 담그기 등등)와 행운들(돌고래 목격, 해파리 목격 등등), 무엇보다 여러분이 궁금해할 제주의 맛집들. 모두 말씀 드리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서 접습니다. 더 궁금하시다면 위에서 알려드린 제 블로그에서 살펴보시면 되어요.

 

 

 

<제주에서 한달 살아보면 볼 수 있는 풍경들, 그 아름다움을 놓치지 마세요>

 

 

안식월을 앞두신 엔자이머 여러분 모두 자신만의 퀘스트를 설정하시고

그걸 성취하시는 기쁨 누리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