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회공헌 '활동가'를 쉬게 하라

_Healthier Work/Healthcare Public marketing

by 헬시온 2014.07.02 22:00

본문

The PR지 7월1일 기고한 컬럼 원문을 공유드립니다.

 

사회공헌 '활동가'를 쉬게 하라

2014.7.1 엔자임 이병일 이사

공익마케팅 이웃(EOOT) 본부장 (bilee@enzaim.co.kr)

 

 (사진설명) 에티오피아 북부 피체지방으로 가는 도로에서 만난 염소떼들

 

세월호 사태로 전국민이 미디어를 통해 매일 참담한 소식을 접하던 무렵, 스마트폰은 커녕 휴대폰 로밍도 불가능했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한 시골에서 1주일을 보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의료봉사NGO인 국제실명구호기구 비전케어(Vision Care)의 핵심 프로그램인 해외 안과의료봉사 캠프(Eye Camp) 전과정을 참관하고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컨설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출국 10일 전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17시간의 에티오피아 직항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기내에서 방영하는 비상상황 안내영상의 등장인물은 모두 흑인 캐릭터였다. 곧 만나게 되는 현지의 커뮤니케이션 대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야야 할 상대적인 관점을 상징적으로 상기시켜 준다.

 

  

(사진설명) 에티오피아 직항 항공기의 응급상황 안내 동영상.

 

'아프리카의 뿔'에 해당하는 에티오피아는 내전으로 혼란을 겪은 수단과 '해적'으로 악명 높은 소말리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수도 '아디스 아바바''새로운 꽃'이라는 의미와는 달리 건조한 흙먼지와 고원지대의 특유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자동차 매연으로 답답했다. 수도를 벗어나 북부로 이동하는 길에는 때마침 앞선 차량의 접촉사고가 났는데, 교통경찰이 산언덕까지 걸어와 사태를 수습했고 경미한 사고의 수습에만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사고대응 비상연락망도 긴급출동 시스템도 부재한 속에, 엉켜버린 차량들 사이로 유유히 노새가 지나갔다. 흔히 '의미 공유(Shared Meaning)'라는 커뮤니케이션의 목표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채널' '연결(connecting)'이 전제된다. 그 방식이 아날로그이던 디지털이던, 우리 일행은 '접속의 시대'로 부터 공간이동을 한 이후 단절된 네트워킹에 이내 당황하고 불편함을 당장 겪어야 했다.

 

에티오피아, 1인당 연소득 771달러에 인간개발지수 177개국중 170. 세계 최빈국 중 하나. 평균수명 47.6,. 40세 이전 사망이 40퍼센트에 육박하고, 국민의 80%는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간다. (UNDP 2010) 이 곳에서는 안과의사가 거의 없어 백내장에 걸리면 일반 국민은 곧 실명을 숙명적으로 받아 들인다. 한국에서 15분이면 끝나는 시술이 사회적 시스템이 없고, 의료인의 시술의 수고를 제외하고도 15만원이라는 의료원자재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15년간 실명의 나날을 보낸 환자가 병원을 찾아온다.

 

목적지인 피체병원(Fitche Hospital)은 미국 CDC의 공적개발원조(ODA)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립된 병원이다. 한국의 비전케어에서 파견된 의료진 및 자원봉사팀, 현지 수도에 주재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합류한 간호사 및 검안사, 그리고 이곳 에티오피아에서 보기드문 안과의사 2인이 연수차 합류했다.

 

현지에서 완성된 아이캠프팀이지만, 현지 의료활동의 활약은 예상한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일손이 모자라 필자도 자연스럽게 수술팀의 산동실에서 환자 지원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깐의 식사시간을 빼고는 쉬지 않고 수술은 진행됐고, 45일 동안 1천명의 외래환자, 130여명의 백내장 개안수술을 진행했다. 심지어 현지 의료진의 수술 트레이닝까지 병행된 시술을 포함한 성과이다.

 

 (사진설명) 무료개안수술 후 의료캠프 마지막날 시력 확인을 위해 병원을 찾은 수술환자들

 

쉼없이 이어지는 수술에 현지 의료진은 점심식사인 '인젤라(에티오피아의 주식)'가 식어버렸다고 불평했다. 한국 의료진은 수술실이 전력부족으로 정전을 맞은 순간에야 부족했던 휴식을 취했다. 이 조차 한국에서 동행한 손빠른 의료기기 회사 직원의 자원봉사 참여로 금방 시스템이 안정화되어 현장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극대화 했다.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Engagement)는 비전케어 같은 NGO단체의 조직 아이덴티티의 핵심적인 근간이다. 자발성의 성과는 그 어떤 효율 보다 높았다.

 

 (사진설명) 무료 개안수술캠프가 마련된 수술실에서 대기중인 환자들

 

캠프팀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는 모두 항공료와 숙식비를 자비로 부담했다. 이들은 회의하지 않았다. '문제발견 즉시 문제해결책' 모색의 매커니즘이 가동됐다. 악명높은 아프리카 벼룩에 대응해 벼룩약과 팔목을 가리는 토씨를 챙겨왔고, 열악한 숙소에 대비해 침낭을 한국에서 챙겨왔다. 심지어 불편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컵라면과 햇반을 넉넉히 준비해와 하루 세번의 끼니해결을 도왔다. 비전케어는 이같은 <아이캠프> 2002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2년 동안 160여 차례나 진행했다. 그동안 안질환 및 외래 진료건수가 올해로 총 10만건에 이른다. 마케팅 컨설턴트가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성과를 '사명의식(Mission)'이 이미 충분히 초과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헌신과 활약에 감탄하면서 발전적인 고민을 더한다. 2002년 파키스탄에서 처음 시작한 아이캠프는 이제 아프리카 및 남미대륙을 비롯해 전세계 32개국으로 확장됐다. 해외 거점병원만 3곳이 마련되었고, 미주지부를 비롯해,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에 현지 지부를 두고 있다. 

 

그만큼 활동가가 담당해야 하는 국가와 책임을 지는 아이캠프도 초기보다 크게 늘었다. 10여년간 체득된 해외 의료캠프 노하우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현장의 구성원들의 지식으로 내재됐지만, '사명의식'만으로 조직의 도약을 모색하기에는 구성원이 '소진(Burn Out)'되기 쉬운 잠재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및 비영리단체(NPO)에서 활약하는 구성원을 우리는 흔히 '활동가'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활동가'가 활약하는 많은 사회공헌단체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전케어의 경우 구성원의 자발성과 사명의식을 조직DNA로 성공적으로 성장해 온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타의 단체중에는 의욕에 비해 아직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신입 활동가와, 수많은 희생과 헌신의 골짜기를 지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간부 활동가 사이에3~5년차 중간 팀장급 활동가의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인 보상이 목적이 아닌 가치지향적인 삶을 지향하며 합류한 이들에게 역설적으로 동기부여가 소진되면현실적인 고민 끝에 자책하며 이 판을 떠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선의에도 전략적인 '절제'가 필요하다. 가장 성실하다고 불리는 유대인들이 '안식년'을 취하는 것에는 더 오래 더 많은 성과를 얻기 위한 그들의 '지속가능한 지혜'가 녹아 들어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군 군부대의 실전 훈련에는 마지막에 필드훈련 기간 만큼의 복귀 후 휴식과 복구(Recovery)기간이 반드시 수반된다. 한국의 사회공헌단체가 1세대의 조직 설립자와 개국공신의 초인적인 '헌신'으로 성장해 온 것이 주요 성공요인이라면, 조직의 안정화를 모색하는 2세대로의 이관 단계에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의 모색을 꾀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전환한 한국에서 국내외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에티오피아 현지에 지부를 둔 비전케어의 위상도 일본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비전케어는 1세대의 헌신 시기에서 2세대로의 진화를 모색하는 시기를 맞았다. 이제 행위 주체인 참여구성원의 효율 및 지속성 제고와 '전략적인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고민하는 질적 전환의 변곡점을 만난 것이다. 이를 위해 핵심적인 해외의료봉사 활동 외에 조직을 대표하는 상징적 대변자, 지속가능한 펀드레이징 프로그램 및 후원자 관리 프로그램, 대외 홍보프로그램, 핵심 프로그램인 의료캠프 프로세스의 시스템화, 내부 조직 구성원 동기 강화 및 심리적 보상 시스템 등 조직 전반에 대한 제3자적 조언을 적극 구하는 비전케어의 '본질적인 노력'에 응원을 전한다.

 

(사진설명)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피어나는 새벽 안개

 

이미 그동안의 꾸준한 활동으로 쌓아둔 비전케어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는 탄탄했고, 이를 통해 키워온 이들의 후방 생태계는 튼튼했다. 해외캠프팀을 준비하면 제약사는 약품을 원가로 공급했고, 렌즈회사도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고 지원했다. 검사장비를 지원하는 의료기기사는 직원을 직접 파견하고 심지어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치료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해소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사이 공통된 선의를 이끄는 큰 방향성의 공감은 바로 공통된 '비전'의 힘이다. 동종업계의 가치사슬에서 각자 역할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공유한 '부가가치'가 모이자, 바로 공유가치가 창출되는 'CSV(Creating Shared Value)의 현장'으로 완성됨을 목격했다.

 

비전케어의 아프리카 거점 활동지역인 에티오피아는 유명한 커피 산지이기도 하다. 야생 커피나무가 자라는 지역의 이름인 카파(Kaffa)는 오늘날 커피(Coffee)의 어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스타벅스 커피 한잔 비용으로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싸고 품질 좋은 원두 커피 한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한국의 연간 후원회원에게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비로서의 가치(Value)만큼 1인당 수술 원자재비(15만원)를 충당하는, 말그대로 상호 공유가치(CSV)에 기초한 '지속가능한 프로그램(Sustainable Program)'의 창출은 어떨까? 무엇보다 현장에서 수고하는 활동가들과 가능성 여부(Feasibility Check)를 커피 한잔 하면서 가져야겠다. ()

 

 

이병일 엔자임 이사. Healthcare MBA

SK그룹에서 OK캐쉬백, 싸이월드 브랜딩 등을 담당했고,현재 엔자임에서 복지부, 환경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등 공공 공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중이며, 공공 공익마케팅본부 이웃(EOOT)을 총괄하고 있다.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6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