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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Column

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_잊혀진 질병 되살려 드립니다

by Enzaim 2015. 3. 26.

지난 3월 24일은 '세계결핵의 날'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이를 기념해 5년 째 결핵예방의 날과 주간을 선포하고 결핵퇴치를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죠. 다행히 보건당국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결핵은 국내에서도 점차 발병률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위에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질병입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올해 더욱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결핵퇴치에 나서게 됩니다. 2년 전 '결핵, 생각보다 캠페인'에 이어 올해 엔자임 공익마케팅본부에서 결핵예방 홍보 및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로서 엔자임이 결핵 퇴치에 일조하게 된 것에 대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번 달 더피알(thePR) 기고의 주제는 '결핵'으로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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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 커뮤니케이션 닥터]

잊혀진 질병 되살려드립니다
진화하는 결핵’, 옛날에 멈춰있는 국민인식

김동석 엔자임 헬스 대표 thepr@the-pr.co.kr

[더피알=김동석]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앓는 병을 보면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병도 알 수 있다.

1980년 대 이전까지만 해도 결핵은 드라마 주인공의 단골병(?)이었다. 기침을 하다 결국 장중한 효과음과 함께 손수건에 묻어 나오는 붉은 각혈을 확인하고 놀라는 모습은 TV나 영화에서 가장 흔하게 보던 장면이다. 이어 90년 대 까지는 백혈병의 시대였다. 많은 비련의 여주인공들이 백혈병으로 초췌하게 생을 마감하곤 했다. 이후 2000년 대에는 암()에 걸린 주인공들이 유독 많았다. “3개월 남았습니다.”라는 의사의 선고는 유행어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그 자리를 치매희귀난치성질환이 차지하고 있다.

타깃 항암제 등 혁신적인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이제 백혈병(혈액암의 일종)도 대부분의 암도 불치병이 아닌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취급 받는 시대가 왔다. 치명도가 낮아지자 자연스럽게 극적인 드라마의 소재로도 인기를 잃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대표질병으로 화려한(?) 시대를 보낸 결핵은 어떨까? 결핵은 드라마와 영화의소재로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지만, 불행히도 현재 우리 생활에는 여전히 큰 위협으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중장년층들은 결핵이 가난한 사람이 걸리는 옛날 병으로 알고 있기 쉽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낼 때 우표와 함께 붙이던 과거 크리스마스실의 추억 정도로 남아 있거나, 이미 부유해진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후진국병쯤으로 여길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질병 결핵 국민 3명 중 1명 잠복결핵 환자
과연 그럴까? 결핵(2012년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860만 명이 감염되고, 이 중 130만 명이 사망하고 있는 위험한 감염병이다. 결핵균은 지속적으로 변이를 일으켜 다제내성결핵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상황 역시 좋지 않아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87명으로 OECD 평균 17.7명과 비교해 단연 1위다.(출처: 2011 OECD국가의 결핵현황 분석, 질병관리본부) 무려 국민 3명 중 1명이 잠복결핵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잠복결핵은 결핵에 감염되어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지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 전파되지 않고 증상이 없는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게 되면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보건당국의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 국내 결핵 환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문제는 전체 결핵 발병환자 중 20~30대 결핵환자의 발병비율이 특별히 높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결핵이 젊은 층에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임상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학생층과 직장인들의 과도한 다이어트, 학업 및 업무 스트레스, 과로, 집단 생활 등이 젊은 결핵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어릴 때 맞은 결핵예방접종(BCG)의 효과가 보통 10~15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20~30대 때 다시 한번 결핵에 취약한 시기를 맞게 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침예절 실천만으로도 확산 줄일 수 있어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결핵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2014년 대국민 결핵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결핵 심각성 인식 34.4%에 그쳤다. ‘결핵검진의지치료의지역시 각각 44.5%, 54.6%로 절반 수준이었다. 편견과 몰이해가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결핵의 예방과 치료를 통해 결핵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메시지는 기침에 집중하고 있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한 공기매개 감염질환이기 때문에 예방과 진단에 기침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침예절은 결핵예방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감염성 질환이 그런 것처럼 결핵도 손씻기와 기침예절만으로도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기침을 할 때 포말은 약 시속 160km의 속도로 주위에 확산된다. 이때 포말의 확산을 최소화하는 기침이나 재채기 예절이 필요하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이 아닌 휴지, 손수건,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해야 하며 기침 후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는 등 기침예절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손으로 기침을 막기 보다는 팔꿈치 부분의 깊은 소매에 입과 코를 대고 기침을 하는 것이 포말 확산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소매기침 생활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결핵의 진단 역시 기침과 관련이 있다. 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인 기침은 감기로 오인하고 지나치기 쉽다. 결핵기침은 다른 기침과 달리 2~3주 이상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결핵을 의심해 보세요라는 핵심 메시지 노출이 어떤 화려하고 세련된 표현보다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예방차원을 넘어 적극적, 선제적 결핵 퇴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실질적 검진활동으로 감염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다. 특히 중·고등학생은 학교에서 오랜 시간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또래 집단 내 결핵전파에 취약하다. 이미 시범사업을 마치고 올해는 고등학생 결핵검진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검진을 통해 숨어 있는 환자를 발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결핵기침의 확산을 막는다는 전략이다.

옛날 병에서 요즘 병으로 인식 바꿔야
그 동안 결핵은 과거의 병’, ‘후진국 병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이를 커뮤니케이션에서 적극 활용했었다. 하지만, 과거의 병, 후진국 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결핵이 옛날 병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될 염려가 있다.

사실 더 이상 결핵은 과거의 병이 아니다. 결핵은 기원전 5000년경 선사시대 사람의 뼈에서도 발견됐을 정도로 오래된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치사율이 높아 백색 페스트로 불리며 기세를 떨치기도 했다. 대한민국 역시 산업화 시대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열악한 위생조건에서 결핵이 창궐했고, 그때 이미지가 그대로 이어져 먼지 가득한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노동자의 질병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결핵은 옛날의 결핵과 다르다. 요즘 결핵은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발병하고, 못 먹어서 걸린다기 보다는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 어쩌면 가장 현대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에게 잘 걸리는 현대병이다. 세계화로 국가간 사람간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모든 감염병이 겪고 있는 위험 요인처럼 결핵 창궐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인력으로 인한 결핵의 유입도 커뮤니케이션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되었다.

결핵균 역시 옛날의 균이 아니다. 결핵균은 다제내성결핵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결핵균은 진화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결핵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결핵 = 과거의 병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결핵 = 현대의 병이라는 프레임을 다시 짜야만 한다. 그래야 결핵이 나에게도 쉽게 발병할 수 있는 지금 내 주위에 가까이 있는 질병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3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World Tuberculosis Day)’이다. 결핵을 퇴치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다제내성결핵에 대항한 치료제가 이미 개발돼 국내에서도 발매하고 있다.  기원전 5000년경부터 인류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결핵균도 언젠가는 인류의 이런 노력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인식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결핵에 대한 인식. 죽은 브랜드를 되살리듯 잊혀진 질병 결핵을 다시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되살리는 것, 그것이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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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엔자임 헬스(Enzaim Health)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