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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Design

[헬스케어 디자인 트렌드]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모듈 디자인

by Enzaim 2022. 2. 24.

 

 

헬스케어 디자인 #12

조립식 음압 병동부터 노숙인 임시 숙소까지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모듈 디자인

건축부터 가구까지 요즘 인테리어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모듈 디자인. 모듈(Module)은 건축에서 유래한 말로 ‘전체를 다루는 일부’를 뜻하기도 하며, ‘요소들의 다양한 조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원인 모듈러스(Modulus)는 원래 공간의 기본 크기를 의미한다.

모듈 디자인은 원하는 부분(유닛)을 활용하면 우리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레고 블록처럼 조립과 변형을 거쳐 새로운 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조립과 해체가 편리하다. 또 공간 활용에 있어,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조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디자인이란 이점도 있다.

작은 단위의 블록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레고(LEGO)와 모듈형 소파 ⓒadobe stock

 

최근에는 이러한 모듈 디자인의 장점을 감염병 팬데믹, 재난과 재해 등의 공중보건 이슈에 접목한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 헬스케어 포스팅에서는 모듈 디자인을 통해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공간을 설계한 국내외 공간 디자인 사례를 소개한다.

 

조립식 이동형 음압 병동 ‘에어빔 파빌리온’
‘에어빔 파빌리온(AirBeam Pavilion)’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건축 스튜디오 ‘바래’가 함께 개발한 조립식 이동형 음압 병동 MCM(Mobile Clinic Module)의 일부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급 상황에서 중증 환자를 위해 빠른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음압 병동이 필요했고, 이들은 모듈화 된 공기막 기둥(에어빔) 여러 개를 지퍼로 연결하여 단 몇 시간 만에 외부에 실내 광장 같은 공간이 생길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 ‘에어빔 파빌리온’은 공기의 순환을 이용하기 때문에 설치가 빠르고 사용 후 부피와 무게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이동과 수송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소한의 장비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음압 병실을 구축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모듈끼리 조합하여 음압 병동 및 선별 진료소, 음압화 일반 병실 등 목적에 맞는 시설로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한 응용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위한 조립식 이동형 음압병동 ‘에어빔 파빌리온’과 ‘에어빔’ 구조 ⓒ스튜디오 바래

의료 분야에서 모듈식 시설의 설치 증가 추세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점점 더 많은 의료진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공중보건 위기 시 중증 환자 병상 부족 문제와 의료 시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앞으로 모듈식 시설은 병동 증축을 최소화하고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방역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종이 접기에서 착안한 친환경적인 조립식 주택 ‘폴딩 팟(Folding Pod)’
2018년 뉴욕의 Hariri&Hariri 건축소가 선보인 ‘폴딩 팟(Folding Pod)’은 종이 접기에서 영감을 얻어 접이식으로 설계된 구조물이다. 무게가 가볍고 운송과 조립하는 과정을 고려하여 경첩이 달린 패널을 적용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접거나 펼칠 수 있는 조립식 모듈 구조를 띄고 있다.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폴딩 팟 ⓒHariri&Hariri Architecture

각 유닛은 재활용 플라스틱과 유리, 나무와 같은 친환경적인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규격은 약 10m x 4m x 5m로 목적에 따라 여러 개의 유닛을 덧붙여 더 넓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폴딩 팟’과 같은 모둘형 주거시설은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 전쟁으로 인한 재난으로 주거지를 잃은 이재민, 난민들에게도 유용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일본 대지진이나 아이티 지진과 같은 대형 재난에서 주거지를 잃은 이재민들에게 청결하고 안정적인 주거시설을 지원하는 것은 재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의미를 가진다. 또 이러한 시설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난민,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주거지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노숙자의 편의를 위한 모듈형 임시 보호소 돔 유닛(Dome units)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LA시와 같은 도시는 점점 늘어나는 노숙자들로 고충을 겪고 있다. 2019년 LA의 노숙자 수는 21,631명으로, LA시가 포함된 LA 카운티 전체 노숙자 인구 6만 명 중 4명당 1명꼴이다. LA 시 정부에서는 노숙자를 임시로 수용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A Bridge Home’이라는 사업을 시행했다.

세계적인 건축 회사인 퍼킨스 앤 윌(Perkins and will)은 돔(Dome) 형 모듈러 수면 유닛(unit)을 제안했다. 각각의 돔 모듈은 약 4평의 공간으로 설계되었고 내부에는 개인 수납시설과 침대, 조명, 전원 콘센트, 애완동물 집(옵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캐노피를 갖추고 있다. 각 모듈은 머무는 동안 아늑한 집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목재 소재를 사용하고, 표면은 스크래치에 강하고 유지관리가 편한 인조대리석 소재를 사용했다. 사용자가 커플이나 가족일 경우 모듈을 결합하여 큰 세트를 구성할 수 있도록 인원 수도 고려했다. 각각의 모듈은 접어서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운반할 때는 16m 길이의 트럭에 최대 32세트를 실을 수 있어 운송도 용이하다.

돔 유닛의 전체 구성 ⓒPerkins&Will
개인 옷장과 침대, 수납공간이 설계된 돔 유닛의 내부 ⓒPerkins&Will

퍼킨스 앤 윌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 달 동안의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노숙자들의 생활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기존의 쇠나 철로 세워진 구조물이나 컨테이너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한 임시 보호소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된 돔 유닛은 프로토타입을 통해 2차례에 걸쳐 건축디자인 박물관인 ‘A+D Architecture and Design Museum’에 전시되기도 했다.

모듈 디자인은 생산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도 변화시키는 유연한 디자인 시스템이다. 특히 한정된 자원을 적재적소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염병 대유행, 자연재해 등의 공중보건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의미가 있다. 꼭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고민한다면 모듈 디자인에서 팁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Reference]
http://bare.kr/

http://www.haririandhariri.com/read-more-prefab-modular-pod

https://www.domeun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