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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1-1. 치료(Cure)에서 관리(Care)의 시대로

1. 헬스케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장market이 변한다ing는 의미에서 마케팅이Market + ing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헬스케어 시장이야말로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소비자 건강 인식의 변화, 새로운 건강 이슈, 보건 복지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예산 절감에 압박을 느끼는 정부, IT융합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의료기술, 국가 간 치열한 의료산업 쟁탈전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헬스케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마케터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헬스케어 시장의 변화에 대해 소개한다.

 


 

> 치료Cure에서 관리Care의 시대로



 

병원, 제약, 의료기기 등 전통적인 헬스케어 산업의 경계가 급격히 생활 소비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기존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주로 환자라는 특징적이고 협소한 타깃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는 건강한 사람, 즉 건강인健康人까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타깃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헬스케어 비즈니스의 미래는 밝고 가능성 역시 크다.

 

헬스케어 시장은 크게 공중보건시대, 질병치료시대, 건강수명시대로 변화, 발전해 왔다.




  우리는 지금 헬스2.0 질병치료시대에서 헬스3.0 건강수명시대로 변화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페니실린 개발 이후 지속된 질병치료시대에는 치료제와 치료기기 및 진단기기의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지난 한 세기는 제약사와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한 치료 중심 회사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여전히 질병의 완벽한 치료는 요원하고 새로운 질병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는 하지만,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달이 100세 장수 시대를 현실화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건강수명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병의 발생 자체를 차단하기를 희망한다. 치료보다는 예방에 노력을 쏟는다. 이러한 소비자의 건강 욕구와 기술의 발달은 전통적인 헬스케어 산업의 영역을 ‘병원’에서 ‘가정’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진단’에 대한 의사들의 독점권은 이미 일정 부분 소비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만으로도 취침 중 수면 상태를 자가 검진할 수 있고 가정용 전자저울에 올라가면 몸무게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지표를 체크할 수 있다.

  굳이 병원에 가서 피를 뽑지 않아도 손목시계를 차거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적외선만으로 혈당을 실시간 진단해 주는 기술도 개발됐다.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시기별로 자가 체크할 수 있다. 반드시 병원에 가서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만 했던 진단의 영역이 개인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Telemedicine의 현실화는 가정용 자가의료기기 시장의 팽창을 더욱 빠르게 앞당길 것이다. 절대로 소비자에게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던, ‘치료’ 영역 역시 개인과 가정으로 조금씩 옮겨 가고 있다. 가슴을 여는 대규모 수술을 해야 했던 심장혈관 질환은 이제 내과에서 비교적 간단한 혈관조형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나아가 고지혈증 약으로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감지한 발 빠른 의사들은 병원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질병 치료 전문가’로서 의사의 제한된 역할을 천천히 ‘질병 관리 전문가’로까지 확대해 가고 있다. ‘제너럴 닥터’, ‘미소를 만드는 치과’, ‘한의원 약다방 봄동’ 등 홍대를 거점으로 한 이들 병원은 기존 병원의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혁신을 시도하는 주인공들이다.

  ‘미소를 만드는 치과’는 ‘카페처럼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치과’를 만들기 위해 2010년 합정동 카페골목으로 치과를 이전했다. “카페들 사이의 치과…… 이상한가요?”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아기자기하게 꾸민 마당과 통유리창 너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치과 진료실이 눈에 들어온다. 치과 위층에는 ‘이누人友’라는 카페도 있다. 이 치과병원의 목표는 ‘꾸준한 정기점진으로 환자들이 치과 치료 없이 건강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치료의 공간이었던 치과를 관리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홍대역 부근 성산동 고요한 주택가에 위치한 ‘한의원 약다방 봄동’은 집처럼 친근한 공간이다. 봄동에서는 커피가 아닌 약차藥茶를 판다. 쓴 한약을 차로 만들어 부드럽게 음미할 수 있다. 한의사들이 한의원이 아닌 약다방을 시작한 이유는, 병원은 환자들이 쉽게 찾고 편하게 이야기하기에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의 시도는 질병 예방과 일상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건강수명시대’라는 헬스케어 3.0의 패러다임과도 부합한다.

 

 

  헬스케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전문 의료인뿐 아니라 비전문 의료인에게도 기회가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헬스케어 시장은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이 주도하는 메디컬 시장에 가까웠다. 헬스케어 시장이 치료에서 관리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헬스케어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병을 고치는 전통적인 의료 시장의 개념이, 모든 인간이 겪는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로 확대되면서 헬스케어 시장은 의료인들이 주도하던 메디컬 시장보다 넓고 무한한 ‘생활 건강 시장’의 미래를 예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치료Cure에서 관리Care로 바뀌어 가는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가 우리에게 던져 준 위기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