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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Column

헬스커뮤니케이션 닥터_헬스케어, 디자인을 입다

by Enzaim 2013. 6. 7.

 

 

The PR지에 게재된 헬스케어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엔자이머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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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디자인’을 입다

의사·환자 모두 만족시키는 스마트 솔루션, ‘서비스디자인’
2013년 06월 04일 (화) 09:19:04 엔자임 이미진·유혜영·김서연 admin@the-pr.co.kr

‘3분 진료, 1시간 대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있어 병원 진료는 마음의 짐이 돼버렸다. 상당수의 의료기관에서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반 진료 시엔 예약제가 적용되지 않아 한 시간 이상 대기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진료 대기시간에 대해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성균관대학교 서비스 융합디자인 대학원 김용세 교수의 ‘기다림 포인트 기반 대기시간 컨트롤 가치제공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특허 심의 중에 있는 이 시스템은 환자가 수차례 병원방문을 통해 대기한 누적시간을 기록·관리해 필요한 시점에 적립된 시간을 활용,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고안한 제도이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항공사 마일리지 시스템을 의료 서비스에 접목시킨 새로운 발상이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통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 의료산업 서비스디자인의 일환으로 성균관대 서비스 융합 디자인 대학원 김용세 교수가 제시한 ‘기다림 포인트 기반 대기시간 컨트롤 가치제공 서비스’. 이 시스템은 환자가 수차례 병원방문을 통해 대기한 누적시간을 기록·관리해 필요한 시점에 적립된 시간을 활용,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고안한 제도이다.

 

서비스디자인이란 고객이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유·무형의 요소에 대해 잠재된 요구를 포착, 창의적 방법으로 솔루션을 제시하는 분야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요소로는 사람, 사물, 행동, 감성, 공간, 커뮤니케이션 등이 있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이 시도되고 있지만 특히 ‘사람, 사물, 행동, 공간, 감성,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관여된 의료산업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의료산업에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중요성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산업, 서비스디자인으로 감성 터치

서비스디자인이 의료산업에까지 접목되기 시작한 데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IDEO)의 역할이 크다. 아이데오는 30년 역사의 디자인 회사로,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6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디자인 회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사실 사내에 디자이너는 20%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회학자, 심리학자, 건축사, 엔지니어 그리고 컨설턴트 등으로 이뤄졌다.

주목할 점은 현재 이 디자인 회사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 20-30%가 보건의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몇 년 전 아이데오는 미국 적십자의 디자인 파트너로서, 미 국민들에게 헌혈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적십자 내부적으로 생각했던 헌혈차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넘어 헌혈이라는 행동에는 숨겨진 감정적인 이유에 주목한 것이다.

▲ (사진 위쪽부터)IDEO의 헌혈 서비스디자인 사례인 '나눔의 벽'(출처=IDEO 홈페이지), 차움의 건강검진센터 'Hive'(출처=차움 블로그)
이러한 이유에서 헌혈에 대한 감성적 동기를 자극하는 ‘나눔의 벽’을 만들었다. 나눔의 벽에는 헌혈을 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왜 헌혈을 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아 부착했다. 간단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읽고 헌혈을 하게 됐다. 아이데오의 감성 터치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국내 의료산업 역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병원의 이미지는 딱딱한 벽돌 건물에 차가운 진료실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료업계에서도 환자를 단순히 치료의 대상이 아닌 ‘고객’으로 인식하면서 만족스러운 경험, 즉 UX(User Experience)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병원 내 서비스디자인, ‘고객만족’을 우선으로

의료기술의 발달과 다소 활발해진 병원 공급으로 인해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병원가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기도 한다. 최근 대학병원들에서는 빠른 진료 및 수납을 위해 ‘진료비 하이패스’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환자)이 병원에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는 절차를 통해, 진료 후 매번 수납창구에 들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결재가 진행돼 수납절차를 간소화했다.

병원을 방문하는 여성들에게 반가운 서비스디자인 사례도 있다. 미래형 검진센터를 지향하는 ‘차움’의 사례다. 차움에서는 모든 검사를 ‘Hive’라는 검진실에서 진행하는데, 다른 검진센터들과 달리 환자가 차트를 들고 개별 검사구역으로 찾아가지 않고 의사와 장비가 검진실로 직접 들어오는 서비스가 특징이다. 내시경을 포함한 모든 검진이 개별 검진실 안에서 이뤄지므로 수면 마취상태에서 누군가를 마주칠 염려가 없다. 물론 검진 비용은 일반 검진 센터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차움에서 내놓은 이 서비스는 단순히 프리미엄 고객 창출이 아니라,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목적을 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이러한 서비스를 고안한 차병원 네트워크에서는 내부에 서비스디자인 팀을 두고 지속적인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의료 업계들은 환자를 위한 단순한 병원 공간 디자인에 멈추지 않고 의료 서비스의 질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이전의 회색 공간으로 기억되던 병원에 대한 공포심을 줄여주고 건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경험까지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현장 인터뷰 김용세 성균관대 서비스 융합 디자인 대학원 교수

“의료 서비스디자인은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

기계과를 전공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공과 다르게 서비스디자인을 업으로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제 전공이 기계과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왜 디자인을 하게 됐는지 묻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향을 전환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디자인을 위해 기계과를 선택해 전공한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들어가 전공을 정할 때 형인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형이 스탠포드 기계과에 세계 최고의 디자인 스쿨이 있으니 그 곳으로 가라고 조언해줬어요. 형의 말대로 그 디자인 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기계과에 진학했고 스탠포드로 유학을 가 디자인스쿨에 들어갔던 것이죠. 그 곳에는 디자인을 넘어선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두근거렸고 저는 그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그 뒤 한 번은 교육 분야에 빠져 ‘인지’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계공학, 디자인, 인지 이 모든 것이 각기 다른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이 세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들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로서 사람을 이해하고, 사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자세를 가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줬습니다.

서비스디자인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에 대한 이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라고 봅니다. 서비스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더 편리하고 이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떠한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어떠한 필요나 불편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좋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로의 출발점입니다.
또한 서비스디자인은 산업, 기술, 경험의 융합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만을 고집하기보다, 사용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는 여러 방면에서 생각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서비스디자인 전문가에게는 일반적인 것들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것들을 적용할 줄 아는 융합적 사고 및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산업분야와 비교해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과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산업분야의 경우,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말로 굳이 설명하지는 않더라도 이미 서비스디자인을 위한 많은 시도가 있어왔습니다. 단적으로, 컵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컵 몸통에 고무를 덧대는 것 같은 것이 그 예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산업계 서비스디자인으로서는 직접 고객의 가정을 방문해 정수기를 점검해주는 코웨이의 ‘코디’ 시스템이 있습니다. 제화와 서비스가 사용자의 더 나은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면 그것은 서비스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의술을 ‘서비스’로서, 또 환자를 ‘서비스 이용자’로서 인식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디자인은 발전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다림 포인트 기반 대기시간 컨트롤 가치제공 서비스’ 같은 시스템에 대한 필요도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서비스디자인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죠.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이미진 팀장, 유혜영 컨설턴트, 김서연 컨설턴트(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