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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더피알 헬스커뮤니케이션 닥터에서는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넛지효과가 상업적, 또는 공익적 목적의 헬스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어떤 건강행동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에 대해 짚어 봤습니다. 아울러 이번 기고를 마지막으로 무려 3년 8개월 동안 연재한 헬스커뮤니케이션 닥터 칼럼을 종료합니다. 이번 기고의 주요한 내용인 심리행동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김동석 대표가 영국 런던정경대(LSE)에 1년간 유학을 떠나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회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대중의 심리와 행동변화를 연구하는 과정입니다. 이론적인 틀을 기반으로 한 보다 정교하고 효과적인 헬스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실무에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자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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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피임약에 가짜약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
- 헬스케어도 '넛지(Nudge) 효과'

 

 

[더피알=김동석] 헬스커뮤니케이션(Health+Communication)은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 대표적 융합학문이다. 의학, 보건,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약학, 간호학, 사회학, 경영학,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이 관여한다. 최근에는 공학 등 기술 영역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 목적은 상업적이든 공익적이든 타깃집단이 ‘현재 갖고 있는 잘못된 건강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이라는 혜택이야말로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건강은 대부분 장기적인 노력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미래의 혜택이다. 반면 나쁜 건강행동이 주는 혜택은 즉각적이고 너무도 매혹적이다. 운동보다는 편안한 게으름이, 싱거운 음식보다는 단맛이 주는 유혹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고, 쓴 약을 챙겨 먹는 올바른 건강행동은 통상 귀찮은 과정인 경우가 많다.

 

 

즉각적 행동 변화, 방법은 없을까
현장 실무자로서 좀 더 즉각적인 행동 변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행동경제학(Behavioural Economics)은 일정 부분 답을 주고 있다.

 

 

즉각적 혹은 무의식적 행동변화를 주창한 ‘넛지(Nudge)’의 저자 리처드 탈러는 대표적 행동경제학자다. 행동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는 달리 인간의 행동을 심리학·사회학·생리학적으로 분석하고, 경제주체들이 반드시 합리적인 결정만을 하지 않으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믿는다. 런던정경대(LSE)의 심리행동과학부 벤자민 브아 교수는 행동경제학이 헬스케어 영역에 적극 도입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기존의 ‘이성적’ 예방 캠페인이나 ‘충격적’ 광고가 그 효과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행동경제학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행동경제학자들을 행정부에 참여시키거나, 행동과학(Behavioural Sciences)과 관련된 전문 기관까지 만들어 정책에 적극 반영했다. 

 

 

행동경제학은 공공건강(Public Health) 영역뿐만 아니라 상업적 목적에도 많이 쓰인다. 
‘넛지’에도 소개됐던 피임약 복용 사례를 보자. 한 달 동안 복용해야 하는 피임약에는 22~28일, 약 1주일 동안 이른바 위약(가짜약)이 포함돼 있다. 피임약은 여성의 호르몬 주기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3주 동안 매일 복용한 다음 1주일을 건너 뛴 후 다시 3주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한주 끊었다가 다시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사람은 ‘규칙성’ 즉 습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틀에 한 번 먹는 약보다 하루에 한 번 먹는 약의 순응도가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피임약에는 복용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복용주기를 반복할 수 있도록, 효과는 없지만 습관을 유지시키는 일주일 분의 가짜약이 들어 있는 것이다.

 

 

 

 

행동경제학과 장기기증
행동경제학은 장기기증 활성화 정책에도 활용된다. 국가마다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장기기증 여부를 면허증에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에 한에서만 장기기증 등록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자동으로 의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정책과 반대로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해야만 제외시키는 정책 중 어느 쪽이 더 장기기증 활성화에 효과적일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인간의 적극적 의사표명의 한계와 게으름의 심리를 활용한 것이다. 아주 단순한 정책적 개입(Intervention)임에도 그 효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미국과 호주는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을 장기기증 정책에 적용하고 있다.

 

 

사람은 먼 미래보다 가깝고 즉각적인 혜택에 더 가치를 둔다. 장기적 이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하루하루 작은 성공을 독려하는 헬스캠페인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금연과 같은 캠페인을 진행할 때 장기 결과로서의 건강과 수명연장 등을 강조하기 보다는, 바로 오늘 또는 금연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메시지 개발을 권한다.

 

 

병원 예약에 늦는 환자수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에서도 ‘늦는 사람들이 많다’는 메시지보다 ‘제 시간을 지키는 사람이 많다’는 긍정적 프레임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역시 자주 차용되는 원리다. 의료진에 대한 인권침해나 폭행을 예방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때도 ‘의료진을 존중해 주세요’라는 말 대신 ‘당신이 존중받고 싶은 것처럼 의료진도 존중해 주세요’라는 상호성의 원리가 더 주효하다. 앞선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행동경제학 역시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이 깊게 관여되어 있다.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융합의 시대를 실감한다. 광고와 PR의 경계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의 경계, 학문과 학문, 학문과 실무 간의 경계 역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PR인들이 평생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다양한 영역의 학자들과 실무자들을 참여시키는 학습과 공유의 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접목 학문들이 상호 융합되고,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되기를 바란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개인 사정으로 2013년 10월부터 3년 8개월 동안 연재했던 ‘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를 마무리합니다. 글을 쓰며 오히려 흩어져있던 실무 경험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PR은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신념으로 일해왔습니다. 그 무게감과 가치를 잘 알기에 해가 거듭될수록 실무에서 맞닥뜨리는 PR과제가 허투루 보이질 않습니다. 헬스케어 PR은 특히 ‘건강’과 ‘생명’이라는 인간의 존귀한 가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때문에 상업적 과제든 공익적 과제든 정성과 진심을 다하려 애써왔습니다. 그만큼 헬스케어 PR에 대한 애정이 컸고, 저의 기고가 이 영역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의 부족한 글을 위해 그 동안 소중한 지면을 쾌히 할애해 주신 더피알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기꺼이 독자가 되어 주신 존경하는 PR업계 선후배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세상을 위한 건강한 소통’이라는 헬스커뮤니케이션의 가치 실현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엔자임헬스 직원들에게 깊은 애정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김동석 엔자임 헬스 대표 thepr@the-pr.co.kr

[출처: 더피알]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0
Posted by Enz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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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자 인증효과를 노려라

 

 

 

 

   헬스케어 마케팅에서 다른 비즈니스 영역보다 공익을 강조하는 것은 헬스케어 시장이 소비자의 ‘신뢰’를 중요시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공익적 접근과 함께 헬스케어 마케팅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흔히 활용되는 마케팅 기법이 바로 ‘제3자 인증효과’다.

 

 

한 매력적인 여인을 놓고 두 남성, A씨와 B씨가 사랑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치자. 자신감 넘치는 A씨는 자신의 강점을 여인에게 직접 강조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저 사실 괜찮은 남자입니다. 저 진짜 괜찮은 남자거든요.” 여성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장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이에 비해 B씨는 조금 다른 전략을 쓴다. 여인이 가장 신뢰하는 여인의 친구를 공략하기로 한다. B씨는 자신의 장점을 여인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천천히 각인시킨다. B씨에게 ‘설득’당한 여인의 친구는 “알고 보니 그 남자 참 괜찮은 사람이더라”라는 메시지를 여인에게 수시로 전한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까? 당연히 B씨 일 것이다. 상대방에게 직접 듣는 자기 자랑보다 남을 통해, 그것도 가장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서 듣는 칭찬에 더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와 ‘그’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를 ‘제3자 인증효과’라고 한다. 스스로 장점을 말하기보다 타인의 신뢰를 이용해 나의 장점을 알리는 전략이다.

 

 

  

 

PR Public Relation이 광고Advertisement 보다 ‘신뢰’가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소 무리한 분류일 수는 있지만, 광고의 속성은 A씨와 같다. 광고는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반복해서 전달한다. PR B씨처럼 다른 사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PR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미디어 관계’ 역시 언론이라는 제3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언론은 일종의 ‘문지기Gate Keeper’ 역할을 하며 홍보맨들의 정보 중 의미 있는 정보만을 선별해 대중에게 전달한다. 언론은 뉴스 News를 다룬다. 뉴스는 새로운 것을 의미하고 PR은 늘 새로운 뉴스거리를 만들려고 애쓴다. 홍보맨이 용케 뉴스거리를 발견해도 언론의 까다로운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 언론 의 입을 통해 듣는 이야기뉴스 는 기업으로부터 직접 듣는 자기자랑보다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요즘 사람들은 미디어를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다. 돈만 주면 뉴스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에 믿을 만한 뉴스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무의식적으로 “내가 오늘 아침 신문에서 봤는데 말이야……”, TV에서 봤는데……”, “인터넷에서 읽었는데……”식으로 말하지는 않는가? 이는 내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라 믿을 만한 다른 소식통에 근거한 것이라는 신뢰도를 얻기 위한 무의식적인 장치다. 이미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디어의 신뢰라는 속성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 마케팅을 진행할 때 의사는 처방권자로서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신뢰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자’로서도 중요하다. 신약이 발매될때 제약사가 저명한 의사의 입을 빌려 효과와 안전성을 전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인증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식품, 생활용품 등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면서 이른바 ‘메이드 위드 닥터Made with Doctor’라 불리는 ‘닥터 마케팅Doctor Marketing’ 기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또한 헬스케어 마케팅의 대표적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상 우리가 ‘먹고 바르고 입는 제품’이 ‘건강에 좋은 안전한 제품’이라고 보증해 주는데 의사만큼 검증된 직업도 없다. 2009 8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각종 민간단체의 인증표시 광고를 할 수 없게 돼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전에는 의사 단체에서 특정 식품을 인증해 주는 경우가 흔했다. 최근에는 아예 의사와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이 크게 늘고 있기도 하다. 의사라는 제3자의 권위를 노린 것이다.

 

 

 

 

 

이제는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영양사 등 건강 영역의 권위자들만이 제3자 인증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 등 일반인들 역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훌륭한 제3자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최근 ‘환자 인증효과’는 의사 인증효과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심리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경험의 공유 영역’이 비슷한 사람들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첫 만남에서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취미, 거주지, 고향, 직업, 출신학교, 나이 등을 먼저 묻는다. 이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만약 이 과정에서 서로 경험의 공유 영역을 발견하면 급격하게 친해진다. 해외에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들 www.patientslikeme.com’이라는 환자 정보 공유 사이트가 인기 있는 이유도 다름 아닌 바로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3자 인증효과가 사람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페리오치약은 임상시험을 거쳤다는 문구를 치약 튜브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의학적 상징인 십자가도 눈에 띄게 디자인했다. 포장에 의학적 효능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해서 심리적 인증을 받고자 하는 의도다. 유기농 농작물을 판매할 때 일부러 세척하지 않고 흙이 묻어 있는 채로 감자, 고구마를 진열한다. 벌레 먹은 부분을 굳이 감추지 않고 보여 주기도 한다. 포장지 역시 매끈하고 세련된 것을 사용하는 대신 투박한 종이를 사용하는 기법 모두 포장이나 진열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상품임을 인증 받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제3자 인증효과라고 할 수 있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고, 직접 말하기도 그렇다면 주위를 둘러 보자. 나를 대신해 나보다 더 멋지게 나와 내가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신뢰를 높여 줄 제3의 후원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Enz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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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27 15:56 신고 마켓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용한 글 감사합니다. 좋은 내용이 많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네요. 앞으로도 자주 들어와서 보겠습니다!

≥ 헬스케어 공익公益이 먼저다

 

             

  

  건강은 근본적으로 공익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 시장에서 공익적 접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럼에도 최근 의료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돈벌이를 위해 과잉진료를 일삼는 병원들을 고발하는 미디어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비판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의 지나친 의료 상업화는 상업적 마케팅 기법을 헬스 영역에 그대로 대입한 데서 온 부작용은 아닐까? 헬스케어 마케팅은 접근 자체가 달라야 한다.

  

   임플란트 치료를 하기 위해 치과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임플란트 가격과 할인 혜택 설명에 열을 올리는 치과와 자연치아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임플란트 치료를 한다는 병원이 있다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척추전문병원들이 너도 나도 비수술을 외치는 이유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을 꺼린다는 면을 활용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병원은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 무조건 비싼 수술만을 권하는 병원이 아닌, 자연적인 치료를 먼저 고려하는 도덕적 병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척추전문병원에서 ‘나는 절대 척추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책까지 출간했을까. 의료협동조합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역시 최근 상업의 극단을 치닫고 있는 의료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법을 교묘히 악용하는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협동조합은 주식회사가 아닌 조합원 모두가 행복과 복지를 누린다는 공익적 개념에 기반하기 때문에 기존 상업적 병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특히 다국적제약사들은 일찍부터 공익적 마케팅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 공익연계마케팅 Cause Related Marketing에 기반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상업적 메시지를 전달하되 공익적인 방식을 활용하는것이다. 기부를 할 때도 기업이나 제품과의 직간접적 연관성을 먼저 고려하곤 한다. 상업적 프로모션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전문의약품과 관련 되어 있을 경우 공익연계마케팅은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설혹 공익적인 활동에 상업적 메시지가 노출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처방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 환자,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호의적인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때로는 특정 질병의 날을 대중에게 알리는 공익 캠페인을 후원하기도 한다. 이는잠재적인 환자들에게는 조기에 해당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의사에게는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사는 해당 질병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와 조기 진단율을 높일 수 있는 마케팅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공익 마케팅의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나 국가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는 더더욱 공익적 가치가 중요하다. 자국 기업보다는 외국 기업에 차가운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익으로 무장한 마케팅은 현지 소비자와 정부 당국자를 무장해제 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때 헬스건강 이슈는 가장 매력적인 소재가 되곤 한다.

 

 

중국에서 명품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공익 헬스 캠페인으로 현지인에게 좋은 평판과 명성을 쌓고 있다. 여성 암환자들의 피부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으로 손상되기 쉽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여성 암 환자들에게 투병 중에도 피부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화장법을 알려 주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Make Up Your Life’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여성으로서의 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암을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국 여성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 활동에 호의를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마케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수밖에 없다.

 

2013년 스위스계의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건강한 가족’ 프로그램이 글로벌 보건의료 연합에서 수여하는 ‘헬스 어워드’에 선정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건강한 가족 프로그램은 인도 3 3,000개 마을 4,000만 명 빈곤층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시켜 치료 혜택을 받을 수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의약품 접근성을 높인 이 같은 공익적 활동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 일까. 인도 정부와 국민들도 혜택을 받겠지만, 결국 돈으로 바꿀 수 없는 평판을 얻고, 낙후된 의료 시스템 정비로 의약품 판매를 위한 활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된 노바티스 자신이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노바티스의 개발도상국 공략은 빅 이슈로 떠오른 적정기술운동과도 맥을 같이한다. 전 세계적으로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90%는 빈곤층에 속한다. 문제는 10%를 잡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극에 달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기업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90%의 빈곤층을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기술을 제거해 가격을 대폭 낮추는 ‘적정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 경제학자 슈마허가 만들어 낸 ‘중간기술’이라는 용어로부터 유래한 적정기술은 인도주의적 접근에 대한 비판을 거쳐, 시장 지향적 관점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기부의 방식’이 적정 기술운동을 실패로 이끌었고, 적정기술은 냉정한 기업가에 의해 개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적정기술의 타깃이 될 90%의 빈곤층에게 건강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는 가장 긴급하고 절실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향후 적정기술과 관련된 비즈니스의 활성화는 건강 관련 분야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적정기술에 대한 논쟁, 심지어는 마이클 포터에 의해 제기돼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역시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얻는 데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굳이 거창하게 글로벌 시장이나 적정기술의 가치에 대해 논하지 않더라도,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건강 문제는 근본적으로 공익적 가치에 기반하며,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소비자는 착한 제품, 착한 서비스, 착한 기업을 더 신뢰할 것이며, 특히 건강과 관련해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Posted by Enz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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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룰을 바꿔라

 

 

 

 

  해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흔히 브랜드 전략, 마케팅 전략, PR 전략, 광고 전략 등 전략 Strategy 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떤 일을 하든 전략 이라는 단어는 마치 도깨비방망이라도 되는 양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마케팅에서는 물론이고 세상만사의 성공 방정식처럼 쓰이는 단어 ‘전략’. 전략이란 과연 무엇일까?

 

 

  먼저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는 조건은? 먼저 거북이가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토끼가 중간에 게으름을 피우고 잠을 자야 한다. 앞서 나가는 토끼를 1위 기업 또는 1위 제품으로, 그보다 느린 거북이를 2위 기업이나 제품이라고 가정해 보자.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과연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토끼가 빠른 발과 날랜 몸을 가진 것처럼 1위 기업은 막강한 자본력, 기술력, 인력을 갖고 있다. 우화에서처럼 토끼가 게으름을 피울 가능성도 극히 적다. 아무리 2위 기업이 자본을 쏟아붓고 밤새워 노력해도 1위 기업의 규모에서 오는 힘을 넘어서기 힘들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2위 기업이 1위 기업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맞다. 비슷한 수준이 아닌, 확실히 격차가 나는 1위와 2위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게임의 룰을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땅이 아닌, 물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물 만난 거북이는 토끼와의 경쟁에서 어렵지않게 승리할 것이다.

 

 

  작은 기업은 큰 기업혹은 1위 기업, 1위 제품 따라 하기가 아닌, 큰 기업과 다른 ‘차별화’로 승부해야 한다. 큰 기업과 같은 환경에서 경쟁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기보다는 장점을 더욱 극대화해 차별화된 나만의 장점을 만드는 데 노력을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전략을 ‘차별화’라고 정의했다. 조금 더 잘하는 것Better이 아닌 다르게 하는 것Different이야말로 진정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절대로 승자가될 수 없다. 승자가 된다 하더라도 성취의 기쁨을 만끽할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하며, 게임을 룰을 바꾸는 것은 결국 차별화하는 것이다. 이때 차별화는 다르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차별화Critically Valuable여야 하며,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Hard to Copy여야 한다.

 

 

  그렇다고 새롭고 혁신적인 것만을 차별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딜라이트 보청기는 적정기술을 적용해 기존 보청기보다 50~70% 저렴한가격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딜라이트 보청기를 새롭거나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불필요한 기능을 줄이고 핵심 기능 위주로 보청기를 설계 했을 뿐이다. 그만큼 생산비를 줄여, 마케팅 믹스의 4P 중 가장 기본적인 가격Price 요소를 차별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딜라이트 보청기의 가격 차별화는 제품의 기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가격에 비해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 회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훌륭한 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헬스케어 산업 영역에서도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존슨앤드존슨의 아큐브는 1회용 콘텍트렌즈로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원래 콘텍트렌즈의 최대 강는 바슈롬이었다. 1회용 콘텍트렌즈를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 역시 존슨앤드존슨이 아닌 바슈롬이었다고 한다. 본인들이 장악하고 있던 기존 콘텍트렌즈 시장과 세척, 소독 용액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걱정해 이미 개발이 되었음에도 출시를 주저하는 사이, 후발 주자인 존슨앤드존슨이 1987 1회용 콘텍트렌즈를 최초로 발매하며 시장 자체를 바꿔 놓았다. 제품 차별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쟁자와의 차별화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차별화 역시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이기도 하다.

 

 

  척추질환 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과 자생한방병원의 성공도 기본적으로 차별화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디스크 등 척추질환이 생겼을 때 전통적으로 의학 교과서에서는 피부를 절개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치료하는 외과적 수술을 추천했다. 대부분의 대형 대학병원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에 따랐지만, 우리들병원은 레이저를 이용해 최소 상처로 치료한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을 절개수술과 최소침습으로 양분했다. 당시 레이저를 이용한 디스크 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과 시술을 하지 않아도되는 환자들까지 과잉진료를 한다는 등 많은 논쟁과 공격이 있었지만 국제 학술지에 레이저 치료의 효과를 하나하나 증명해 나가면서 기존 대학병원이 주도하던 수술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했다. 여기에 더해 자생한방병원은 디스크 환자의 약 80~90%가 수술이 필요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최소침습을 넘어 비수술 치료를 차별화 포인트로 들고 나왔다. 추나요법과 침, 한방약물 등을 활용해 수술 없이도 디스크를 치료했다. 수술이 필요한 10~20%의 중증 디스크 환자들의 경우에는 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병원에 수술을 맡겼다.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한다는 자생한방병원의 차별화는 환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기존 치료의 대안이 되어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이런 이유로 마케터들은 매일매일 현장에서, 혹은 회의실에서 ‘차별화’, ‘차별화’, ‘차별화’를 외치며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는 것이다. 경쟁자와 다른 나만의 독특한 특성, 그 특성이 경쟁자가 함부로 흉내 내기 힘들고, 소비자에게 큰 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차별화이고, 그것이 곧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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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헬스케어 마케팅의 10가지 성공 전략


  마케팅에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해법도 달라진다. 아무리 훌륭한 성공사례도 상황이 달라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 하지만 모든 일에는 기본 원리가 있다. 밑바닥 깊숙이 변하지 않는 원칙이나 뿌리 같은 것이 있다. 세찬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나무줄기가 흔들려도 땅밑 뿌리는 굳건한 것처럼 말이다. 이번 장에서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고 기준이 되어 줄 마케팅의 기본 원리와 헬스케어 마케팅에서 특히 강조되는 10가지 성공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 마케터도 '의사'처럼 진단하고 치료하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해결책’이다.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대가인 돈 슐츠Don E. Schultz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편익을 가능하게 하는 ‘속성’이 아니라 그 제품 혹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익 자체’”라고 했다. 즉 소비자는 1/4인치 구멍편익을 원하는 것이지 1/4인치 드릴속성을 구매하기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진통제라는 상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 사라진 상태를 원한다는 것이다. 마케터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편익, 즉 해결책을 찾아내는 전문가들이다. 그렇다면 마케터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명확히 규정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마케터가 하는 일은 의사가 하는 일과 많이 닮았다.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듯, 마케터는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한다.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사가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내야 하듯이, 마케터 역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어깨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은 60대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어깨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파스를 붙이거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며 근근이 견뎌 왔다. 그래도 좀처럼 통증이 가라앉지 않자 오십견이 아닌지 의심스러워 결국 병원을 찾았다. 당연히 어깨를 전문으로 보는 정형외과에 예약을 해 진료를 봤다. 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해보더니 어깨에 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판정한다. 어깨가 아픈데 어깨에 이상이 없다니. 답답한 환자는 종합검진을 받기로 결심한다. 종합검진 결과는 폐암 3. 이미 폐에 물이 차서 어깨로 가는 신경을 건드려 어깨가 아팠던 것이다. 겉으로는 어깨가 아픈 것처럼 보였지만, 폐암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조금만 빨리 발견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어깨가 아픈 원인을 어깨의 문제라고 잘못 생각해 파스와 진통제로 보냈던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었다. 정확한 원인 진단과 명확한 문제의 규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사례다. 이처럼 진짜 문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는 다른 데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문제는 항상 갈등Conflict을 동반한다. 문제를 유발하는 갈등 구조를 제대로 진단해 내야만 문제의 본질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마케터의 인사이트혜안 는 다름 아닌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의 산물이다. 갈등의 해결이 때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PR 아이디어로 나올 수도 있고, 혁신적인 제품이 되어 세상에 나오기도 한다. 마음껏 콜라를 마시고 싶지만, 살찌고 싶지는 않다는 갈등 구조가 ‘다이어트 콜라’라는 제품을 탄생시켰다. 잘 보고 싶지만, 안경을 쓰지 않은 예쁜 얼굴을 유지하고 싶다는 갈등 구조가 콘텍트렌즈를 세상에 내놨다. 맛있는 찌개를 먹고 싶지만, 인공화학 조미료 성분을 원하지 않는 갈등 구조가 천연 조미료 열풍을 낳았다. 섹스를 즐기고 싶지만, 임신을 원하지는 않는 갈등 구조가 콘돔과 피임약으로 제품화된 것과 같은 이치다.

 

갈등 구조를 찾아내고 문제의 실체를 찾아가는 첫 단계인 문제의 진단은 옷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과 같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다음 단추를 잘 끼워도 결국 엉망이 되고 만다. 의사가 병을 진단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하는 이유도, 마케터들이 전략을 수립할 때 조사Research를 중요시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에서다.

 

아래는 마케팅 전략 수립의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설명할 때 쓰는 도표다. 아래 도표는 마케팅 전략 프로세스의 고전이자 기초에 해당한다. 때문에 마케터들이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유행하는 마케팅의 새로운 이론과 주장의 대부분은 결국 아래 도표를 기초로 용어를 소비자 시각으로 바꾸거나, 최근 상황에 맞게 응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잘 알려져 있지만 마케팅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틀이라고 하겠다.


진단 

 처방

 

치료 

 

 4C 분석

 STP 분석

 4P

 4C

 SIVA

 Company

Segmentation

 Product

Consumer

 Solution

 Competitor

Targeting

Price

Cost

Value

 Consumer

Positioning

Place

Convenience

Access

 Channel

 

Promotion

Communication

Information


앞의 마케팅 전략 프로세스를 이해하면서 기억해야 할 점은 정확한 진단 없이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없고, 올바른 처방 없이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이 진단-처방-치료의 프로세스의 순서가 역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찾아내기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자사Company , 경쟁사Competitor , 소비자Consumer , 채널Channel 에 대한 분석 작업이야말로 올바른 해결책을 도출해 내기 위한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마케터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실체가 무엇인지 문제의 본질을 진단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각종 조사활동을 통해 문제가 내포하고 있는 갈등 구조를 분석해 낸다. 찾아낸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 마케터는 문제가 되는 시장을 가능한 잘게 쪼개고Segmentation , 목표로 하는 타깃 소비자를 설정한 후Targeting , 치료의 근간이 되는 처방전Positioning을 제시한다. 그 처방전에 마케터들이 의도한 대로 조정 가능한 네 가지 요소이자 문제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라는 종합적 방법론이 담기는 것이다. 즉 마케터는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고, 치료해, 해결책Solution을 찾는 의사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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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커뮤니케이션 전성시대





  “모든 길은 커뮤니케이션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복잡한 정치·사회적 문제, 가정사, 대인관계도 궁극에는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는 것이다. 의료계 역시 때 아닌 커뮤니케이션 열풍이 거세다. ‘환자 의사 대화술이 의사 국가고시에 포함되었고, 의대마다 관련 과목이 줄줄이 개설되고 있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등 학술단체도 생겨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미국 보건복지부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헬스 커뮤니케이션을개인, 조직, 공중에게 중요한 건강 이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기술과 방법이라고 정의하고있다. 국내에서는 주로환자와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건강 이슈와 관련된 대국민 캠페인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조직 구석구석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다.

 

 

  왜 헬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걸까?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건강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몇 가지 실질적이고 중요한 사실들이 있다.

 

 

  첫째는 건강 분야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시장Market혹은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정보의 상호 공유를 통해 서비스나 상품이 오가거나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의료 시장으로 대표되는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정보의난해함과 전문성, 권위, 제도적인 문제 등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나타났다. 돈 내고 구매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체와 정보의 홍수 속에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는 구매자의 입김이 세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제공자로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매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건강Health이라는 영역을 둘러싸고 있는 공중의 특수성에 있다. 예를 들어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대상자 중 하나인 환자는아픈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환자는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라고 할수 있다. 건강한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은데 아픈 상황, 심지어 생사가 오가는 처지에 놓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쉬울 리 없다. 행동 양태도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그러한 특수성을 이해하고 학습하지 않고 건강한 사람을 대하듯 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일반 대중도 마찬가지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궁극적으로건강한 행동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습관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 만은 않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9년 신종플루의 최대 성과가, 기본적이고 극히 단순한 건강 습관임에도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수십 년간 실패해 왔던손 씻기를 제대로 실천할 수있게 한 계기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은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와 소통하고, 대중의 건강하지 못한 행동과 습관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셋째, 경제적 실익과 좋은 평판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헬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와 실천 여부는 병원, 약국, 제약사, 정부, 건강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커다란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준다. 요즘은 권위 있는 명의보다 따뜻한 명의를 원한다. 아니, 명의의 정의 자체에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포함되는 형국이다. 가만히있어도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국내 대형병원의 이름난 의사들도 요즘은 바쁜 시간을 쪼개 환자나 환자 가족과의 대화와 교류에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분들을 환자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이분들 주위에 환자가 더 모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모든 과정이 인식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한 과정이다. 질병의 치료나 건강한 행동 변화는 약과 수술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자체에는 강력한위약효과가 있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를 미소로 맞이하기보다는 모니터를 보며 첫인사를 나누지는 않는가? 약국의 판매대가 지나치게 높거나, 찾아오는 고객을 앉아서 맞이하지는 않는가? 어린 환자를 간호하며 눈높이를 맞추지 않아 어린 환자에게거인 간호사로 인식되지는 않는가? 무조건 질병에 대해 겁을 주는 것만이 국민의 건강한 행동 변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마케터나 커뮤니케이터들은 없는가?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이 모든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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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중심에서 경험 중심 시대로




 의료기술의 수준이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또는 유일한 조건이던 때가 있었다. 

의료 서비스의 최고 목적이 아픈 사람을 고쳐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최고의 의료기술이야말로 최고의 상품가치를 갖는다고 하겠다. 오늘도 환자들은 자신을 건강한 몸으로 되돌려 줄 명의名醫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의료 영역 역시 기술의 평준화로 다른 비즈니스 영역처럼 기술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보의 유통이 용이해지면서 기술의 독점권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개발된 기술이 전 세계에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경쟁에 익숙해진 의료 공급자들의 모방 속도도 빨라졌다. 의료 기술 외에 다른 차별화 요소를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경험은 기술보다 종합적인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모방이 쉽지 않다. 또한 경험은 다양성이 있어 잠재된 가치가 무한하며 새롭게 발굴될 가능성 역시 크다. 즉 경험은 차별화가 용이하다.



 최근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경험 중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교적 생명과 직접적 연관이 작은 분야에서 시작된 경험 중심의 의료 서비스는 이제 생사를 가르는 대형병원 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의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경험 중심의 서비스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환자 의 경험이 치료 효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진행하고 있는 HUSHHelp Us Supporting Healing 캠페인은 환자 경험 관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HUSH는 영어로 ‘쉿, 조용히 하라’는 뜻이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한번 상상해 보자. 환자는 밤 늦은 시간에도 주사 및 링거 교체 등으로 수시로 잠에서 깨기 일쑤다. 잠이 깨기도 전에 회진 준비를 위한 레지던트와 간호사의 아침 점검이 있거나 각종 검사를 위해 검사실에서 이른 아침 시간을 보내기도한다. 이는 철저히 공급자 중심적 스케줄이다. 멀쩡한 사람도 병원에만 들어가면 환자가 된다는 말은 크게 틀리지 않다. 가장 편안해야 할 환자에게 병원은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육체적, 심리적으로 불편한 공간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이런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들이 방해받지 않고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환자의 취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취침 시간에 간호사가 병실을 방문할 때 불을 켜는 대신 랜턴을 활용해 불빛을 최소화하려 노력했고, 각종 진단도 이른 아침을 피해 진행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입원 환자들에게 병원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치료와 입원 기간을 꽤 단축하는 실질적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경험 관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치를 두는 기술 중심에서, 사용자의 경험에 가치를 두는 경험 중심으로 가치의 중심축이 넘어가는 시기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10년부터 고객경험최고책임자라는 직책을 만들고 환자경험센터Office of Patient Experience를 뒀다. 환자경험협회Association for Patient Experience를 주도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이보다 훨씬 전인 2008년부터 환자의 경험을 관리하는 혁신센터Center for Innovation를 설치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환자의 경험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명지병원은 환자 경험 관리의 선두주자다. 일찍부터 ‘환자공감센터’를 두고 환자의 경험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사들이 착용하는 긴 넥타이를 통해 감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한 감염을 줄이기 위해 ‘나비넥타이 착용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응급실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우주선 같은 어린이 응급실을 만들기도 했다. 강검진 결과지를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개선하고, 정형외과 외래를 환자 경험을 우선한 형태로 개선했다. 

이에 뒤질세라 서울아산병원도 2013년부터 ‘혁신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려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들도 환자의 경험을 관리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디자인 조직을 구성했다.



 사용자, 즉 소비자의 경험은 소비자가 제품, 서비스, 회사와 상호작용을 통해 느끼는 만족이나 감정을 의미한다. 

만약 이 같은 경험이 수혜 당사자에만 머무른다면 그리 신경 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1:1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서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 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1:多(다) 로 확대되면서 소비자 경험은 개인의 만족으로 끝나지 않고, 급속도로 다른 소비자에게 공유되고 확산된다. 확산의 결과는 또 다른 구매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헬스케어 마케팅에 있어 소비자 경험 관리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도래하고 있는 경험의 시대는 헬스케어 시장에 새로운 직업군이 부상하는 환경도 조성할 것이다. 

기술의 시대에 의사, 약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직업군이 각광을 받았다면, 경험의 시대에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던 여러 직업군이 헬스케어 시장의 중심으로 나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간병인, 노인관리사 등은 대표적인 경험 관리사라고 할 수 있다. 

경험 관리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요구된다. 따라서 소비자와 헬스케어 공급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헬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 역시 전문가로 각광받을 것이다. 정신 상담, 건강관리사, 서비스 디자이너 등이 치료 영역의 직업군 못지않게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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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乙’의 반란, 환자 주권시대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이 있다. 지식이 곧 힘이라는 이야기다. 협상에서도 상대방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쪽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은 의학 정보를 독점해 왔다. 특히 의사들이 갖는 힘의 원천은 지식, 즉 정보에서 온다. 십 수년 동안 공부한 의학 전문가와 병에 걸려서야 병원과 해당 질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환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의료정보의 비대칭은 의료시장이 시장Market으로 기능하는 데 장애요소가 되어왔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로 구성된다. 서비스 제공자생산자는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산자 간 경쟁이 더해지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의료에 서비스라는 개념이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왕王이어야할 의료 소비자환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을 지불하면서도 의료 서비스 제공자의 눈치를 봐야했다. ‘갑’과 ‘을’이 바뀐 형국이다. 의료 정보를 의료인들이 독점하면서 힘의 균형이 정보를 가진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의사들의 정보 독점 현상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 독점의 벽을 무너뜨린 가장 큰 공헌자는 다름 아닌 의사들 자신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의사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끊임없이 의료 정보를 쏟아 내고 있다. 질병 예방을 위한 공익적 목적의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적 목적으로도 의사들은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던 의료 지식을 일반인에게 맘껏 개방하고 있다.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개방 현상은 더욱 가속화돼 의료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대중매체는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 건강 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욕구가 커지면서 건강 정보는 소위 잘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TV에는 건강 프로그램이 넘쳐 나고, 신문들도 매주 고정 지면을 통해 새로운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를 판매하는 미디어, 환자를 유치해야 하는 의료기관, 건강 정보를 갈망하는 소비자까지 3자의 욕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의료 정보에 노출된 환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미디어와 의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서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환자들은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의료기술에 의사만큼 빨리 그리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해외 보도나 해외 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을 가지고 와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진료 현장에서 적지 않게 나타난다.

 

 

  의료 정보의 개방은 환자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의료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다시금 상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환자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고 작은 환우회는 수백 개에 달한다. 그중 2010년 창립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www.koreapatient.com 는 환자주권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단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 및 보호자를 포함해 총 10만 명 정도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환자 단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증상이나 치료 과정, 주의사항 등 투병 정보를 나누는 정도의 활동을 해왔다. 그야말로 마음의 위안을 받는 작은 커뮤니티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정보 지원을 넘어 환자들의 투병에 실질적 도움을 주며, 환자의 진정한 동반자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환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병원,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환자 단체가 헬스케어 시장에서 방관자가 아닌 의료개혁의 능동적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환자 샤우팅 카페’를 열어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마음껏 외칠 수 있는 소통 공간을 마련하기도했다. 2012년 종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환자들은 의료사고나 비합리적 제도로 고통 받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토로하고 함께 공감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매회 의료계는 물론이고 정치인, 변호사, 언론인 등이 대거 참석한다. “지금까지 환자들은 의료 정책이나 제도에 무조건 순응해야 하는 의료 약자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환자는 더 이상 그냥 ‘아픈 사람’이 아닌 ‘의료 소비자’로서 권리를 누려야 하며, 아울러 투명한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도 함께 가져야 한다”는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의 이야기는 최근 크게 변화된 환자의 위상을 대변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와 환자주권 시대의 도래는 헬스케어 시장이 시장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쏟아 내는 의료계의 문제점들이 자칫 병원과 의료인에 대한 묻지마 식 불신을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의료는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축적된 경험 외에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다.

  환자주권의 시대는 불신과 대결의 시대가 아닌, 상호 신뢰의 시대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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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열풍 - 헬스 컨버전스 시대



 

  헬스 컨버전스Health Convergence 는 사실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기술의 융합이 일으키고 있는 대변혁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약간은 무거운(?) 용어다. 이 장에서는 거창하게 IT, BT의 융합을 논하기보다는 건강과 관련 없던 산업군들이 빠르게 건강과 융합하고있는 ‘건강융합’ 현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의식주衣食住 모든 영역에서 건강이 화두다.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이제 더 이상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침대는 과학이다". 그것도 건강을 위한 과학이다침대 과학은 숙면이나 허리 건강 등 건강 화두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는 동안 유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양말이 출시된다고 한다. 미국의 유명 유아용품업체 ‘아울렛 베이비 모니터스’가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 스마트 양말은 탑재된 다수의 센서로 아기의 심장 박동 수와 혈중산소농도, 수면 상태와 자세, 피부 온도 등을 측정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보낸다. 맛으로 승부하던 제과업체들도 소금과 설탕을 뺀 건강빵, 건강과자를 개발·생산하며 건강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심지어는 빵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성분이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글루텐 없이 만든 빵까지 개발됐을 정도다. 추위와 더위로부터 건강을 지켜 주는 새로운 소재의 의복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건강 기능성을 내세운 신발의 홍수 시대를 맞고 있다. 도시 주거의 문제점으로 아토피피부염과 새집증후군 등 건강 문제가 부각되면서 친환경 벽지, 공기청정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자동차 산업에서도 헬스케어가 접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메디컬 시트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빠르고 멋지게 달리는 자동차에 건강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운전자가 앉으면 자동으로 체온, 혈압, 심장 박동 수 등을 측정해 주는 최첨단 미래형 시트라고 한다. 시트 내부에 장착된 센서가 압력과 온도를 감지해 운전자의 체중, 체온, 혈압, 맥박 등을 재는 방식이다. 시트에 앉은 채로 운전대를 잡으면 체내 수분량과 근육, 지방 비율까지 알려 주도록 만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운전자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기록해 병원으로 전송하다 이상이 발견되면 알려 주는 시스템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생활 속에 건강Health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각종 산업군에서 건강이 융합되지 않은 비즈니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사람, 환경, 동물의 건강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있다는 원헬스One Health개념에서 보듯 건강은 이제 모든 비즈니스 영역과 서로 연계되어 있거나, 최소한 마케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야흐로 건강을 팔면 어떤 제품이고 장사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건강의 적으로 알려진 제품의 마케팅에도 도입되고 있다. 건강한 술?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적당량의 적색 포도주 섭취가 심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접근이 해외에서 주류酒類 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된 것처럼, 복분자주, 인삼주, 매실주 등의 국산전통주도 건강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막걸리에 함유된 유산균이 김치의 유산균보다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걸리는 건강주로 각광받기도 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은 중독을 유발하는 유해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매년 국내에서 개최되는 ‘굿 게임쇼Good GameShow ’에 출품된 것 가운데 건강을 소재로 한 게임이 많다.

  게임에 건강을 접목시켜 게임의 어두운 면을 밝게 만드는 것이다. ‘젊어지는 마을’이라는 게임은 치매와 관련된 대표적 인지기능인 기억력, 주의력, 판단력으로 구분한 총 9개의 인지 게임으로 구성하고 터치 인터페이스와 버튼을 이용해 노인들이 간단한 신체활동과 함께 시각이나 청각의 신호 자극을 이용, 인지기능의 각 요소를 자연스럽게 훈련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공공의 적, 담배는 또 어떤가.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임을 내세우거나 라이트 Light 라는 말을 써가며 마치 덜 유해하고 다른 담배보다 건강한 것처럼 교묘하고 기만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이렇듯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의식주 영역뿐만 아니라, 건강에 유해한것으로 인식되던 영역에까지 건강이 융합되어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다. 어떤 비즈니스인지를 막론하고 건강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성공의 중요한 가치로 꼽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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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헬스케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장market이 변한다ing는 의미에서 마케팅이Market + ing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헬스케어 시장이야말로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소비자 건강 인식의 변화, 새로운 건강 이슈, 보건 복지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예산 절감에 압박을 느끼는 정부, IT융합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의료기술, 국가 간 치열한 의료산업 쟁탈전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헬스케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장에서는 마케터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헬스케어 시장의 변화에 대해 소개한다.

 


 

> 치료Cure에서 관리Care의 시대로



 

병원, 제약, 의료기기 등 전통적인 헬스케어 산업의 경계가 급격히 생활 소비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기존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주로 환자라는 특징적이고 협소한 타깃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는 건강한 사람, 즉 건강인健康人까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타깃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헬스케어 비즈니스의 미래는 밝고 가능성 역시 크다.

 

헬스케어 시장은 크게 공중보건시대, 질병치료시대, 건강수명시대로 변화, 발전해 왔다.




  우리는 지금 헬스2.0 질병치료시대에서 헬스3.0 건강수명시대로 변화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페니실린 개발 이후 지속된 질병치료시대에는 치료제와 치료기기 및 진단기기의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지난 한 세기는 제약사와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한 치료 중심 회사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여전히 질병의 완벽한 치료는 요원하고 새로운 질병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는 하지만,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달이 100세 장수 시대를 현실화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건강수명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병의 발생 자체를 차단하기를 희망한다. 치료보다는 예방에 노력을 쏟는다. 이러한 소비자의 건강 욕구와 기술의 발달은 전통적인 헬스케어 산업의 영역을 ‘병원’에서 ‘가정’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진단’에 대한 의사들의 독점권은 이미 일정 부분 소비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만으로도 취침 중 수면 상태를 자가 검진할 수 있고 가정용 전자저울에 올라가면 몸무게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지표를 체크할 수 있다.

  굳이 병원에 가서 피를 뽑지 않아도 손목시계를 차거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적외선만으로 혈당을 실시간 진단해 주는 기술도 개발됐다.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시기별로 자가 체크할 수 있다. 반드시 병원에 가서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만 했던 진단의 영역이 개인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Telemedicine의 현실화는 가정용 자가의료기기 시장의 팽창을 더욱 빠르게 앞당길 것이다. 절대로 소비자에게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던, ‘치료’ 영역 역시 개인과 가정으로 조금씩 옮겨 가고 있다. 가슴을 여는 대규모 수술을 해야 했던 심장혈관 질환은 이제 내과에서 비교적 간단한 혈관조형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나아가 고지혈증 약으로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감지한 발 빠른 의사들은 병원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질병 치료 전문가’로서 의사의 제한된 역할을 천천히 ‘질병 관리 전문가’로까지 확대해 가고 있다. ‘제너럴 닥터’, ‘미소를 만드는 치과’, ‘한의원 약다방 봄동’ 등 홍대를 거점으로 한 이들 병원은 기존 병원의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혁신을 시도하는 주인공들이다.

  ‘미소를 만드는 치과’는 ‘카페처럼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치과’를 만들기 위해 2010년 합정동 카페골목으로 치과를 이전했다. “카페들 사이의 치과…… 이상한가요?”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아기자기하게 꾸민 마당과 통유리창 너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치과 진료실이 눈에 들어온다. 치과 위층에는 ‘이누人友’라는 카페도 있다. 이 치과병원의 목표는 ‘꾸준한 정기점진으로 환자들이 치과 치료 없이 건강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치료의 공간이었던 치과를 관리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홍대역 부근 성산동 고요한 주택가에 위치한 ‘한의원 약다방 봄동’은 집처럼 친근한 공간이다. 봄동에서는 커피가 아닌 약차藥茶를 판다. 쓴 한약을 차로 만들어 부드럽게 음미할 수 있다. 한의사들이 한의원이 아닌 약다방을 시작한 이유는, 병원은 환자들이 쉽게 찾고 편하게 이야기하기에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의 시도는 질병 예방과 일상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건강수명시대’라는 헬스케어 3.0의 패러다임과도 부합한다.

 

 

  헬스케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전문 의료인뿐 아니라 비전문 의료인에게도 기회가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헬스케어 시장은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이 주도하는 메디컬 시장에 가까웠다. 헬스케어 시장이 치료에서 관리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헬스케어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병을 고치는 전통적인 의료 시장의 개념이, 모든 인간이 겪는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로 확대되면서 헬스케어 시장은 의료인들이 주도하던 메디컬 시장보다 넓고 무한한 ‘생활 건강 시장’의 미래를 예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치료Cure에서 관리Care로 바뀌어 가는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가 우리에게 던져 준 위기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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