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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Insight/Enzaim Report

2-2. 게임의 룰을 바꿔라.

> 게임의 룰을 바꿔라

 

 

 

 

  해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흔히 브랜드 전략, 마케팅 전략, PR 전략, 광고 전략 등 전략 Strategy 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떤 일을 하든 전략 이라는 단어는 마치 도깨비방망이라도 되는 양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마케팅에서는 물론이고 세상만사의 성공 방정식처럼 쓰이는 단어 ‘전략’. 전략이란 과연 무엇일까?

 

 

  먼저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는 조건은? 먼저 거북이가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토끼가 중간에 게으름을 피우고 잠을 자야 한다. 앞서 나가는 토끼를 1위 기업 또는 1위 제품으로, 그보다 느린 거북이를 2위 기업이나 제품이라고 가정해 보자.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과연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토끼가 빠른 발과 날랜 몸을 가진 것처럼 1위 기업은 막강한 자본력, 기술력, 인력을 갖고 있다. 우화에서처럼 토끼가 게으름을 피울 가능성도 극히 적다. 아무리 2위 기업이 자본을 쏟아붓고 밤새워 노력해도 1위 기업의 규모에서 오는 힘을 넘어서기 힘들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2위 기업이 1위 기업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맞다. 비슷한 수준이 아닌, 확실히 격차가 나는 1위와 2위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게임의 룰을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땅이 아닌, 물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물 만난 거북이는 토끼와의 경쟁에서 어렵지않게 승리할 것이다.

 

 

  작은 기업은 큰 기업혹은 1위 기업, 1위 제품 따라 하기가 아닌, 큰 기업과 다른 ‘차별화’로 승부해야 한다. 큰 기업과 같은 환경에서 경쟁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기보다는 장점을 더욱 극대화해 차별화된 나만의 장점을 만드는 데 노력을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전략을 ‘차별화’라고 정의했다. 조금 더 잘하는 것Better이 아닌 다르게 하는 것Different이야말로 진정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절대로 승자가될 수 없다. 승자가 된다 하더라도 성취의 기쁨을 만끽할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하며, 게임을 룰을 바꾸는 것은 결국 차별화하는 것이다. 이때 차별화는 다르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차별화Critically Valuable여야 하며,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Hard to Copy여야 한다.

 

 

  그렇다고 새롭고 혁신적인 것만을 차별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딜라이트 보청기는 적정기술을 적용해 기존 보청기보다 50~70% 저렴한가격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딜라이트 보청기를 새롭거나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불필요한 기능을 줄이고 핵심 기능 위주로 보청기를 설계 했을 뿐이다. 그만큼 생산비를 줄여, 마케팅 믹스의 4P 중 가장 기본적인 가격Price 요소를 차별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딜라이트 보청기의 가격 차별화는 제품의 기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가격에 비해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 회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훌륭한 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헬스케어 산업 영역에서도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존슨앤드존슨의 아큐브는 1회용 콘텍트렌즈로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원래 콘텍트렌즈의 최대 강는 바슈롬이었다. 1회용 콘텍트렌즈를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 역시 존슨앤드존슨이 아닌 바슈롬이었다고 한다. 본인들이 장악하고 있던 기존 콘텍트렌즈 시장과 세척, 소독 용액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걱정해 이미 개발이 되었음에도 출시를 주저하는 사이, 후발 주자인 존슨앤드존슨이 1987 1회용 콘텍트렌즈를 최초로 발매하며 시장 자체를 바꿔 놓았다. 제품 차별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쟁자와의 차별화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차별화 역시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이기도 하다.

 

 

  척추질환 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과 자생한방병원의 성공도 기본적으로 차별화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디스크 등 척추질환이 생겼을 때 전통적으로 의학 교과서에서는 피부를 절개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치료하는 외과적 수술을 추천했다. 대부분의 대형 대학병원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에 따랐지만, 우리들병원은 레이저를 이용해 최소 상처로 치료한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을 절개수술과 최소침습으로 양분했다. 당시 레이저를 이용한 디스크 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과 시술을 하지 않아도되는 환자들까지 과잉진료를 한다는 등 많은 논쟁과 공격이 있었지만 국제 학술지에 레이저 치료의 효과를 하나하나 증명해 나가면서 기존 대학병원이 주도하던 수술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했다. 여기에 더해 자생한방병원은 디스크 환자의 약 80~90%가 수술이 필요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최소침습을 넘어 비수술 치료를 차별화 포인트로 들고 나왔다. 추나요법과 침, 한방약물 등을 활용해 수술 없이도 디스크를 치료했다. 수술이 필요한 10~20%의 중증 디스크 환자들의 경우에는 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병원에 수술을 맡겼다.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한다는 자생한방병원의 차별화는 환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기존 치료의 대안이 되어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이런 이유로 마케터들은 매일매일 현장에서, 혹은 회의실에서 ‘차별화’, ‘차별화’, ‘차별화’를 외치며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는 것이다. 경쟁자와 다른 나만의 독특한 특성, 그 특성이 경쟁자가 함부로 흉내 내기 힘들고, 소비자에게 큰 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차별화이고, 그것이 곧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