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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nzaim Work/Design

[헬스케어 디자인] 달리며 청소한다. 일석이조 ‘플로깅 캠페인’

by Enzaim 2022. 9. 16.

 

 

플로깅(plogging)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새로운 운동 트렌드이다. 스웨덴어 Plocka upp(이삭을 줍는다)과 jogging(조깅)의 합성어로,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어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평범한 회사원 에릭 알스트롬(Erik Ahlström)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며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로 인해 마음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작은 곳이라도 꾸준히 청소하자라는 마음에 달리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쓰레기를 줍는 습관을 들였고 이러한 에릭 알스트롬의 작은 행동은 점차 이웃들의 동참으로 확산되며 스웨덴의 공식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플로깅’이라는 용어로 하나의 트렌드가 된 이 운동은 올해 국내에서도 지구의 날을 맞이해 각양각색으로 개최됐다. 석촌호수 ‘줍깅 운동회’, 울산 ‘플로깅데이 캠페인’, 러닝 크루들의 ‘플로깅 런’ 등으로 이어지며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플로깅은 일반 조깅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은 활동인 반면 비용이 들지 않아 부담이 적고 환경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별다른 장비 없이 열정만 있으면 되기에 플로깅은 몸과 정신건강, 환경까지 이롭게 하는 긍정적인 건강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헬스케어 디자인 포스팅에서는 기후 위기에 맞서 쓰레기 줍기에 동참한 국내 기업의 캠페인 사례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환경재단의 유쾌한 플로깅 사례를 헬스케어 디자인 관점을 더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플로깅 하우스부터 쓰레기 포대까지
친환경으로 디자인한 곰표의 소래산 플로깅 하우스

2020년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협업으로 탄생한 곰표 밀맥주의 인기는 단순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아닌 스테디셀러로 거듭났다. 이후 곰표 굿즈만의 특별한 힘을 지니게 됐는데, 맥주, 막걸리, 의류 등 제품 출시만 하면 완판, 품절 행렬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발견한 이들은 특별한 힘을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선한 영향력을 널리 알리고자 광고 에이전시 ‘아이디엇’과 손을 잡고 ‘곰표 세상을 이롭게 하라’라는 미션 아래 플로깅과 굿즈를 결합하여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소래산 정상에 설치된 곰표 플로깅 하우스 ©아이디엇

지난해 11월 1일 대한제분 ‘곰표’ 브랜드는 소래산 꼭대기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플로깅 하우스 캠페인을 진행했다. 산 입구에서 나눠준 곰표 포대와 집게로 등산하는 동안 쓰레기를 담아 해발 300m 정상에 올라가면 품절되었던 곰표의 굿즈들(맥주, 과자, 패딩, 컵 등)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한정판 수량의 굿즈는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교환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가격대와 종류가 다양한 만큼 원하는 굿즈가 있다면 발 빠르게 줍고 움직여야 한다.

 

소래산 입구에서 참여자들에게 나눠준 포대와 집게 ©아이디엇


쓰레기 수거에 사용된 포대는 밀가루 패키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북극곰 그림과 로고 디자인을 고스란히 옮겨와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제작하여 더욱 의미 있는 캠페인을 완성했다. 플로깅 하우스의 부스는 로고의 곰 형태를 그대로 살린 조립식으로 최소한의 자재, 나무, 천 등 재사용 가능한 소재만 활용하여 산이 다치지 않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했다.

 

소래산 정상에 최소한의 자재로 설치된 조립식 부스 ©아이디엇


이날 100여 명이 참여한 소규모 행사는 언론에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주목받지 못하였으나 한 참여자가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며 뒤늦게 화제가 된 케이스다. 대한제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진행된 소규모 사업이기에 대외적으로 홍보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이 모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인 만큼 방역수칙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소규모로 야외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좋은 취지의 플로깅 하우스는 시민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후기로 올해에도 추진될 예정이다.

곰표의 선한 영향력으로 플로깅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곰표를 브랜딩함과 더불어 산은 깨끗해졌다. 설계가 잘 되었던 국내 참여형 캠페인으로 브랜딩 효과를 톡톡히 본 이 프로모션은 환경과 경영 모두를 생각하는 성공적인 ESG 경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가 돈이 되는 과자 상점,
씨낵(SEANACK) 캠페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휴가철만 되면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바다는 몸살을 앓는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마스크 등이 흘러들어가 바다생물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해양 쓰레기 문제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에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지 못하지만 거북이 콧구멍에 빨대가 끼어 숨쉬기 힘들다는 등 해양 오염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어떻게 하면 해양 쓰레기 문제를 알리고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환경재단은 쓰레기가 돈이 되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씨낵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씨낵

올여름, 강원도에서 쓰레기를 주워오면 무게만큼 해양 생물 모양 과자(오징어, 꽃게, 고래 등)로 바꿔주는 비치 클린 캠페인 ‘씨낵’을 진행했다. 씨낵은 바다의 씨(SEE)와 과자의 스낵(SNACK)을 합친 합성어로 쓰레기가 돈이 되는 과자 상점이다. 씨낵 트럭은 강원도 해변 4곳에서 4주간 매주 토, 일요일에 진행되었다.

 

민트색 씨낵 트럭과 일정 ©씨낵

이 캠페인에는 주로 가족단위 참여자가 많았으며 어린이들은 물놀이 틈틈이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씨낵 트럭에 참여하기 위해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환경 보호 취지에 맞춰 일회용품에는 과자를 담아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준비해온 다회용 용기를 지참해야 하는 규칙도 있다.

 

단순한 씨낵 참여 방법 ©씨낵

 

민트색의 씨낵 트럭은 바다를 연상케하는 해수면 일러스트를 활용하여 청량함과 가시성을 높였으며, 씨낵의 로고 또한 과자 트럭이라는 특징에 맞춰 쿠키를 한입 베어 문 듯한 타이포로 아기자기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환경재단이 한국관광공사, 롯데백화점, 제일기획과 함께 기획한 이 캠페인은 쓰레기를 줍는 행위에 게임적 요소를 더해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아이들에겐 즐거운 환경 교육과 오염 문제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단순히 줍는 행위를 넘어 친구와 가족이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로서의 플로깅을 보여줬다. 이 캠페인을 통해 쓰레기는 209kg이 수거되었으며 인근 지자체 지정 쓰레기장에 분리배출됐다. 환경재단은 씨낵 캠페인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양 오염을 비롯한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유달리 많이 쏟아진 폭우로 인해 일부 서울 지역은 수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중 하나가 도심 속 심각한 침수였는데, 쓰레기로 꽉 막힌 배수로가 원인이었다. 무심히 버려진 쓰레기는 태풍과 바람에 쓸려 배수로를 거치고 하천이나 강으로 유입해 바다로 흘러가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된다. 실제 국내 발생하는 해양 오염 원인의 40%가 육상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활용한 기업들의 선한 시도는 행동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또한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알맞은 위치에 잘 버리는 행위일 것이다. 사람과 동물, 산과 바다 모두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고 시민과 함께하며 재미와 유익함까지 더한 본질을 잊지 않은 캠페인. 그리고 이 캠페인을 더욱 빛내줄 헬스케어 디자인 사례들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Reference]
https://www.gompyo.net/brand_csr_view.php?sc_bdmstr_seq=23&sc_ps=10&sc_open_yn=y&pk_seq=3902

https://ideot.co.kr/116

https://seanack.campaignus.me/home